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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국악] 금호영재콘서트 ‘최서우 가야금 독주회’ 12현, 17현, 25현 가야금으로 다채로운 매력을 발산하다

발행일 : 2019-02-09 18:20:55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 주최, 2019 금호영재콘서트 <최서우 가야금 독주회>가 2월 9일 금호아트홀에서 공연됐다. 국립국악중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인 가야금 연주자 최서우는 12현 정악가야금, 17현 가야금, 25현 가야금으로 다양한 음색과 정서를 표현했다. 장구 연주자 최영진, 단소 연주자 박혜민이 함께 했다.

‘최서우 가야금 독주회’ 최서우. 사진=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 제공 <‘최서우 가야금 독주회’ 최서우. 사진=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 제공>

◇ 12현 정악가야금으로 고전적 정서를 표현한 최서우
 
<최서우 가야금 독주회> 제1부에서 최서우는 12현 정악가야금으로 <천년만세>와 <성금연류 가야금 산조>를 연주했다. 모든 연주에 장구 연주자 최영진이 함께 했으며, <천년만세>는 단소 연주자 박혜민도 함께 했다.
 
가야금에 집중한 모습을 보여준 최서우는 급하지 않고 침착하게 연주를 했다. 과도하게 여유를 부리지 않으면서도 충분히 평정을 유지하는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한 음 한 음의 소리를 제대로 내려고 집중하느라 표정의 변화도 없는 것처럼 보였는데, 현을 퉁기는 손가락에는 강단이 있었다.
 
양팔을 동시에 사용하면서도 몸통의 프레임은 안정적으로 유지해 기본에 충실한 모습을 보였는데, 다리 위에 올려놓은 가야금이 연주 중에도 같은 위치에 있게 만들었다. 이런 차분하고 절제된 모습은 단아하고 정갈하게 음악을 느끼도록 만들었다. 최서우는 빠른 연주로 손놀림이 빨라질 때도 프레임을 유지했는데, 점점 정서와 감정을 쌓아하며 연주를 마친 후, 비로소 얼굴에 미소를 뗬다.
 
최영진은 티를 내지 않으면서도 가야금 연주를 잘 받쳐줬다. 나를 드러내지 않음으로써 더욱 음악적 존재감과 완성도를 추구한 것인데, 질주하는 장구 연주를 할 때는 어떤 또 다른 모습을 보여줄지 궁금해진다.
 
◇ 의자에 앉아서 연주한 17현 가야금, 마지막 음에서 쓰러지는 것 같은 퍼포먼스를 보여준 최서우
 
인터미션 후 이어진 <최서우 가야금 독주회> 제2부 첫 곡은 황병기의 <17현 가야금과 장구를 위한 ‘달하노피곰’>이었다. 제1부는 바닥에 앉아서 연주했고 제2부는 의자에 앉아서 연주했는데, 제1부에서 최서우의 의상에서 전통적인 연주자를 연상됐다면 제2부 첫 곡에서의 의상은 좀 더 학생답고 앳되게 보였다.
 
17현 가야금을 연주하면서 최서우는, 본인의 몸이 아닌 가야금 받침대가 가야금을 지지해주니 좀 더 자유롭게 움직이면서 연주할 수 있었다. 더 빠른 연주를 하면서도 더욱 여유가 느껴졌는데, 이 곡 혹은 17현 가야금의 특징일 수도 있고 연주자가 공연을 하면서 여유가 생겨서 그렇게 보였을 수도 있다고 생각된다.
 
12현 가야금, 17현 가야금, 25현 가야금은 같은 범주에 있는 악기이기도 하지만, 음색과 정서는 분명한 차이를 가지고 있다. 서로 다른 현을 가진 가야금을 연주한다는 것은 서로 다른 종류의 악기를 연주하는 것이라고 보는 게 더 맞을 수 있다. <최서우 가야금 독주회>에서 최서우는 악기의 종류에 따라 다른 매력을 들려줬다.
 
연주하는 손과 표정에 자신감을 보인 최서우는, 밝게 연주하다가 마지막 음에서 가야금 위에 쓰러지는 것 같은 퍼포먼스를 보여줬다. 그 이후 인사할 때의 모습은 무척 귀여웠는데, 연주할 때 이런 포인트를 잘 살리면 연주 후 관객들이 최서우를 기억하는 여운의 시간이 길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된다.

‘최서우 가야금 독주회’ 최서우. 사진=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 제공 <‘최서우 가야금 독주회’ 최서우. 사진=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 제공>

◇ 보라색 옷으로 갈아입고 새로운 분위기를 만든 최서우, 25현 가야금으로 다채로운 매력을 발산하다
 
<최서우 가야금 독주회> 제2부 두 번째 곡인 정동희의 <25현 가야금 협주곡 ‘찬기파랑가’>를 연주하기 위해 무대에 다시 오른 최서우는 보라색 의상으로 갈아입고 화려하게 등장해 관객들의 환호를 받았다.
 
곡과 악기에 따라 의상을 변화해 연주의 분위기를 만든 점은 인상적이었다. 전통적인 가야금 연주자의 이미지로 시작해, 밝은 분위기의 젊은 연주자를 거쳐, 다채로움을 표현할 수 있는 아티스트라는 점을 전달했는데, 선곡에 맞춰 의상 선택도 무척 신경 썼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25현 가야금 협주곡 ‘찬기파랑가’>는 아름답지만 구슬픈 느낌도 줬다. 영화에 비유하자면 서스펜스가 있는 상황에서 주인공이 어딘가로 빠르게 걸어가는데 주변 거리는 무척 아름다운 느낌이라는 게 연주를 들으며 떠올랐다.
 
최서우의 연주는 긴장감과 속도감, 화려함의 에너지를 동시에 전달했다. 중학생의 연주라는 것을 모르고 들으면, 삶의 경험과 애환이 많은 연주자라고 상상했을 수도 있다.
 
온화한 미소로 인사하며 무대에 등장한 최영진은 장구로 음향효과를 내기도 하고, 멀리서 들리는 듯하게 종소리를 내기도 했다. 두 소리 모두 음향효과 느낌을 줬는데, 장구 연주자가 폴리 아티스트의 역할도 했다고 볼 수 있다. 종을 내려놓을 때 소리가 나지 않게 무척 조심하는 모습에 같이 숨죽이게 된다는 점은 흥미로웠다.
 
최서우는 휘몰아쳐가는 연주를 하다가, 현의 울림이 더 이상 지속되지 않게 양손으로 현을 모두 멈추는 퍼포먼스로 연주를 마무리했다. 최서우의 내면에는 자신의 색과 정서를 더욱 발산하고 싶은 욕구가 강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더욱 성장해서 내면이 원하는 대로 거침없이 질주하는 연주를 하면서도 사람들에게 절절한 감동을 주는 아티스트가 되기를 응원한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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