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RPM9

문화예술
HOME > 문화예술 > ET-ENT영화

[ET-ENT 영화] ‘뺑반’ 이 정도면 오락영화로 충분하다 싶을 때 조정석, 류준열, 공효진이 다시 질주한다

발행일 : 2019-01-26 00:22:25

한준희 감독의 <뺑반(Hit-and-Run Squad)>은 뺑소니친 놈은 끝까지 쫓는 뺑반 에이스 류준열(서민재 역)과 함께, 온갖 비리를 일삼는 조정석(정재철 역)을 잡기 위해 모든 것을 건 공효진(은시연 역)의 활약과 질주를 담고 있는 범죄 액션 영화이다.
 
공효진의 눈으로 바라보던 이야기는 류준열의 눈으로 바라보기 시작하면서 더욱 갈등을 키운다. 눈에 보이는 증거만 보려고 하지 않고 흐름 속에서 맥락을 찾는 류준열과 눈에 보이는 것만 믿는 조정석의 결투 액션, 카 체이싱은 무척 인상적인데, <뺑반>은 이 정도면 오락영화로 충분하다고 싶을 때 조정석, 류준열, 공효진이 다시 질주한다는 점이 주목된다.

‘뺑반’ 스틸사진. 사진=쇼박스 제공 <‘뺑반’ 스틸사진. 사진=쇼박스 제공>

◇ 공효진의 눈으로 바라본 이야기! 류준열의 눈으로 바라보기 시작하면서?
 
<뺑반>에서 류준열은 등장부터 극적이다. 공효진의 등장 장면이 서사적인 면을 알려준다면, 류준열의 등장 장면은 캐릭터와 정서적인 면에 더 초점을 두고 있다. 공효진의 눈으로 영화 전반부의 이야기가 진행되는데, 류준열의 눈으로 바라보기 시작하면서 이전부터 점차 쌓아왔던 갈등이 격돌하게 된다.
 
실제로 영화를 보면 중반 이후까지는 촘촘한 긴장감을 주기보다는 편하게 즐기며 볼 수 있는 팝콘 무비라고 생각할 수 있다. 류준열, 조정석, 공효진뿐만 아니라 염정아(윤지현 역), 전혜진(우선영 역), 손석구(기태호 역), 이성민이 탄탄한 연기력을 발휘하고 있고, 레커차 기사 한동수 역의 김기범(Key) 또한 주변과 잘 어울리는 연기를 펼쳐, 오락 영화라고 생각해도 편하고 재미있게 몰입할 수 있는 영화이다.

‘뺑반’ 스틸사진. 사진=쇼박스 제공 <‘뺑반’ 스틸사진. 사진=쇼박스 제공>

이 정도면 오락영화로 충분하다 싶을 때 이야기의 반전이 이뤄진다. 점차 류준열의 눈으로 바라보기 시작하면서 이야기는 다시 질주하기 시작한다. 조정석의 폭주에 대응할 수 있도록 류준열의 갈등이 점차 노출된다는 점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축구 경기에서 마지막 남은 힘을 다해 후반전을 뛸 때, 교체 선수가 등장해 전체적인 분위기를 띄우고 실제적인 파이팅을 하는 것처럼, <뺑반>에서 전혜진의 활약은 무척 인상적이다. 공감할 수는 있지만 결정적일 때 아쉬움이 느껴질 것 같은 우선영 캐릭터의 질주와 도약은 관객들의 마음을 뻥 뚫어줄 것이다.

‘뺑반’ 스틸사진. 사진=쇼박스 제공 <‘뺑반’ 스틸사진. 사진=쇼박스 제공>

◇ 눈에 보이는 증거만 보려고 하지 않고 흐름 속에서 맥락을 찾는 류준열! 눈에 보이는 것만 믿는 조정석!
 
<뺑반>에서 류준열의 상상력은 흥미롭다. 눈에 보이는 증거만 보려고 하지 않고 흐름 속에서 맥락을 찾는다. 영화 초반에는 류준열의 이런 능력이 캐릭터 형성을 위한 설정이라고 생각되기도 하는데, 분명한 이유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더욱 스토리텔링에 몰입하게 된다.
 
영화가 전체적인 스토리텔링을 구상한다면 류준열의 머릿속에서는 개별 사건에 대한 스토리텔링을 구상한다고 볼 수 있다. 류준열의 상상력을 시각화한다. 이 시각화가 관객의 입장에서는 이야기를 이해할 수 있도록 큰 도움을 주는데, 실제로 힘든 상황을 상상하고 시각화할 때 얼마나 힘들까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

‘뺑반’ 스틸사진. 사진=쇼박스 제공 <‘뺑반’ 스틸사진. 사진=쇼박스 제공>

영화 초반 상상력을 시각화하는 장면에서 류준열은 마치 기계처럼 움직인다. 능력 있고 업무지향적인 캐릭터이기 때문에 가능할 것이라고 예상하면서 지나갈 수도 있는데, 영화 후반에 왜 이런 시각화가 가능했는지 알게 되고 다시 되돌아와서 류준열을 바라보면 시각화하는 매 순간이 얼마나 힘들었을까 느껴져서 안쓰러워진다.
 
<뺑반>을 보면서 ‘악마가 악마를 잡는다’라는 말을 떠올릴 수도 있다. 그런데 여기에서 잡는 악마와 잡히는 악마 모두 완벽하게 악으로 똘똘 뭉친 악의 화신은 아니라는 점을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뺑반’ 스틸사진. 사진=쇼박스 제공 <‘뺑반’ 스틸사진. 사진=쇼박스 제공>

나쁜 놈임이 분명한데 짠하고, 좋은 사람이라고 보고 싶은데 마음이 편하지 않다. 선악의 이분법으로 나누지 않고, 현실 속에서 실제로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이중성, 양면성을 모두 보여준다.
 
‘뺑소니’를 소재로 삼고 있기 때문에 잘못하면 악인을 미화하거나 혹은 너무 계몽적으로 이야기가 흐를 수도 있는데, <뺑반>은 그 두 가지를 모두 피하기 위한 방법 중의 하나로 인물의 캐릭터를 모두 입체적으로 설정했을 수 있다. 관객의 성향과 관람 당시의 마음에 따라 등장인물에 대한 공감과 미움, 분노가 달라질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뺑반’ 스틸사진. 사진=쇼박스 제공 <‘뺑반’ 스틸사진. 사진=쇼박스 제공>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최신포토뉴스

위방향 화살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