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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드라마] ‘남자친구’(14-2) 매회 시작과 마지막 애니메이션의 이해(Feat. 부제)

발행일 : 2019-01-22 09:26:46

박신우 연출, 유영아 극본, tvN 수목드라마 <남자친구>는 드라마 매회 시작과 마지막에 짧은 애니메이션을 통해 스토리텔링 속의 정서적인 면을 상징적으로 시각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송혜교(차수연 역)와 박보검(김진혁 역)으로 대입되는 남자와 여자, 그리고 주변의 모습을 통해 제작진이 함축해 전달하고자 하는 정서를 공유할 수 있다.
 
◇ <남자친구>에서 애니메이션이 주는 의미
 
<남자친구> 첫방송인 제1회(부제 : 마법에 걸린 거로 해두죠. 마법)가 시작할 때 그동안 송혜교의 서사가 빠르게 편집된 영상으로 지나갔고 애니메이션이 이어졌다. 제14회까지 중에서 제1회의 애니메이션이 가장 길었는데, 첫방송이기 때문에 더욱 신경 썼을 수도 있고, 갑자기 애니메이션이 나오면 시청자들에게 충분히 정서를 전달할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이었을 수도 있다.

‘남자친구’ 제1회 애니메이션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남자친구’ 제1회 애니메이션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남자친구>는 전회에서 이어지는 사건을 영상으로 보여준 후 짧은 애니메이션이 나오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시작할 때의 영상이 서사를 연결하는 역할을 한다면, 이어지는 짧은 애니메이션은 정서를 연결하고 해당 방송의 정서를 이미지적으로 제시하는 역할을 한다.
 
애니메이션에 별로 신경 쓰지 않아도 드라마를 보는데 전혀 문제가 없지만, 애니메이션의 디테일을 볼 수 있다면 제작진의 마음에 더욱 가깝게 다가갈 수도 있다. 시작할 때는 애니메이션이 있고 끝난 때는 없었던 때도 있고, 끝날 때 애니메이션에서 변화를 줘 다음 방송에서 반전이 있을 것이라는 암시를 하기도 한다.

‘남자친구’ 제2회 애니메이션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남자친구’ 제2회 애니메이션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제2회(부제 : 여러분들을 진심으로,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애니메이션에서는 남자가 여자 신발을 들고 있다. 주변 상황과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 제2회의 한 장면을 이미지적으로 옮겨놓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제3회(부제 : 시간을 보내는 걸까요 아니면... 버티는 걸까요?) 애니메이션에서는 여자가 눈을 뜨고 있지 못한다. 여자 눈의 한 쪽에 나비가 앉아 있다가 날아간 후에도, 여자는 여전히 눈을 감고 있다, 나비와 같이 있는 모습을 전제적으로 보면 아름답지만, 여자 얼굴 표정만 보면 슬픔도 있다. 이미 시청한 사람들은 애니메이션이 주는 정서적 의미를 알 수 있을 것이다.

‘남자친구’ 제3회 애니메이션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남자친구’ 제3회 애니메이션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 남자와 여자가 바라보는 방향, 서로 손을 잡고 있을 때 텐션이 주는 의미
 
제4회(부제 :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돌아가는 건, 여전히 괴로운 일이네)에서 남녀는 아름답게 빛나는 태양을 등지고 있다. 서로 다른 방향을 바라보고 있지만, 손을 잡고 있다. 시선과 몸의 방향은 반대이지만, 잡고 있는 손의 텐션이 두 사람의 간격이 더 멀어지지 않게 만든다는 점이 주목된다.

‘남자친구’ 제4회 애니메이션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남자친구’ 제4회 애니메이션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제5회(부제 : 우리가 또..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게 될까요?)에서는 남자가 여자의 손을 잡고 리드한다. 제4회에서 남자가 바라보던 방향으로 두 사람이 같이 움직인다.
 
제4회에서는 태양이 하나 있었다면, 제5회에서는 거울이 여러 개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태양은 빛나고 빛나게 하지만 너무 가까이 가면 뜨거워서 견디기 힘들 수 있다. 거울은 자신의 모습을 볼 수 있게 만들고, 여러 개의 거울은 눈의 방향을 돌려도 거울을 통해 자신의 모습과 상대의 모습을 볼 수 있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남자친구’ 제5회 애니메이션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남자친구’ 제5회 애니메이션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서로 바라보는 게 아니라 같은 곳을 보더라도 그들에게 많은 거울이 있다면 다양한 각도에서의 모습을 볼 수 있다는 의미라고 해석할 수 있다. 그들을 반영하는 다양한 장치가 드라마에 등장할 것이라는 암시라고 볼 수도 있다.
 
제6회(부제 : 그래요. 썸 타는 사이로 다시 만난 거 해요 우리)에서는 남자와 여자가 한 배를 타고 있다. 제5회에서 남자가 여자의 손을 끌고 갈 때는 남자가 리드하지만 여자 또한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남자친구’ 제6회 애니메이션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남자친구’ 제6회 애니메이션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제6회에서는 같은 배를 타고 있기 때문에 남자가 노를 저으면 여자는 배 안에 같이 있는 것만으로도 같은 방향으로 간다. 남자가 노를 앞에서 젓는 게 아니라 뒤에서 젓는 것이다.
 
여자를 배 뒤에 숨기지 않고 배 앞에 세운다는 점을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는데, 남자는 여자에게 같은 행동을 강요하거나 요구하기보다 스스로 계속 노력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남자친구’ 제7회 애니메이션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남자친구’ 제7회 애니메이션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제6회 시작 때는 파도만 있었는데, 제6회 마지막 애니메이션에서는 위협적으로 보일 수도 있는 물고기가 반대 방향에서 많이 오고 있는데, 제7회(부제 : 한 사람이 큰마음을 내놓았는데, 해프닝은 아니죠) 방송에서 시련이 있을 수 있다는 암시라고 추축할 수 있다.
 
제7회 애니메이션을 보면 태양 앞에 여자 혼자만 있다. 옆모습이 클로즈업돼 있는데 시선이 여자의 옆모습에 집중되지도 않고 뒤에 있는 태양의 빛에 모두 빼앗기지도 않는다. 제7회 내용에 대입하면 참 절묘한 표현이라고 생각된다.

‘남자친구’ 제8회 애니메이션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남자친구’ 제8회 애니메이션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제8회(부제 : 뭐든 둘이 하면 용기가 나니까)에서는 남자와 여자가 만나는 것처럼 보였는데 서로를 스쳐 지나간다. 16부작 중 절반을 마무리하면서 두 사람이 가까워지지만 바로 만나지 못하고 스쳐 지날 수도 있다는, 드라마 후반부에 충분히 위기와 갈등이 올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려는 것처럼 느껴진다.
 
◇ 시작할 때의 애니메이션과 끝날 때의 애니메이션의 디테일이 달라지기도 한다
 
제9회(부제 : 이겨도 슬프고 져도 아픈 그런 내기... 해봐요 우리) 시작 애니메이션에서는 남자 혼자 책을 읽고 있고 책의 페이지가 책에서 나와 날아가는 모습이 보인다. 책 내용을 드라마에 인용해 스토리텔링과 감정에 적용하는 모습을 형상화한 것으로 추정된다.

‘남자친구’ 제9회 애니메이션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남자친구’ 제9회 애니메이션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남자친구’ 제9회 애니메이션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남자친구’ 제9회 애니메이션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제10회(부제 : 내가 먼저 대표님 좋아한 거 증명했으니까) 시작 애니메이션에서는 누워있는 남자가 공중에 떠 있는데, 마지막 애니메이션에서는 여자가 그 남자에게 다가온다.
 
제6회는 시작할 때의 애니메이션에 비해 끝날 때의 애니메이션이 부정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는데, 제9회와 제10회에서는 마지막 애니메이션에 더 긍정적인 메시지를 포함하고 있다. 내용과 감정을 고려하면 충분히 공감하게 되는데, 방송이 끝난 후 시청자들이 따뜻한 여운을 가지게 만들어 드라마 후반부의 피로감을 줄여주려는 제작진의 배려라고 생각된다.

‘남자친구’ 제10회 애니메이션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남자친구’ 제10회 애니메이션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남자친구’ 제10회 애니메이션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남자친구’ 제10회 애니메이션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제11회(부제 : 내 안에... 당신이 촘촘하고 가득해)에서 시작할 때의 애니메이션에서는 남자와 여자가 붙어있는데, 그 뒤로 무서운 짐승이 지나갔다. 마지막 애니메이션에서는 무서운 짐승을 여자가 얌전하게 다루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남자친구> 애니메이션에서 나오는 무서운 짐승은 남자와 여자를 적극적으로 방해하는 대상일 수도 있고, 아끼지만 걱정하는 주변 사람일 수도 있고, 두 사람 안에 있는 갈등하는 마음, 흔들리는 마음일 수도 있다. 무서운 짐승이 혐오스럽게 표현되지만은 않았다는 점이 그런 추정을 가능하게 만든다.

‘남자친구’ 제11회 애니메이션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남자친구’ 제11회 애니메이션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남자친구’ 제11회 애니메이션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남자친구’ 제11회 애니메이션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제12회(부제 : 나도 진혁 씨 덕분에 두려움이 뭔지 희미해졌어) 시작 애니메이션에서 여자는 집의 문으로 다가가다가 짐승을 보고 멈춰 선다. 마지막 애니메이션에서는 짐승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나가 문을 두드리고 문이 열린다. 문이 열리자 환하게 밝은 빛이 나면서 남자가 나와서 맞이한다.
 
짐승이 여자를 매우 근접하게 다가가 위협하도록 만들지 않은 점은 어른들이 가진 동심을 지켜준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애니메이션에서는 짐승을 보고 여자가 멈춰 섰지, 여자에게 짐승이 적극적으로 위해를 가하지 않았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남자친구’ 제12회 애니메이션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남자친구’ 제12회 애니메이션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남자친구’ 제12회 애니메이션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남자친구’ 제12회 애니메이션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 나비의 이미지
 
제13회(부제 : 자꾸 발목을 잡아. 내 기억들, 내 지난 일들) 시작 애니메이션에서는 여자가 가는 길을 남자가 뒤에서 따라간다. 그런데 마지막 애니메이션에서는 뒤에서 따라가던 남자의 몸이 흩어지면서 여러 마리의 나비로 바뀐다.
 
남자의 모습이 나비로 바뀌는 모습을 보면서 제3회 애니메이션에서의 나비 이미지와 어떤 관계가 있는지 궁금해진다. 나비는 남자일 수도 있고 남자의 마음일 수도 있다. 나비가 하나의 이미지를 가진 게 아니라 여러 가지 이미지를 복합적으로 가졌을 수도 있다. 하나의 이미지로 일관성 있게 해석할 수도 있지만, 다른 의미를 적용해도 이야기와 정서가 성립되기 때문이다.

‘남자친구’ 제13회 애니메이션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남자친구’ 제13회 애니메이션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남자친구’ 제13회 애니메이션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남자친구’ 제13회 애니메이션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제14회(부제 : 무슨 일이 벌어져도 내가 대표님 지킬 거니까) 시작 애니메이션에서는 달은 타고 있는 여자가 태양을 손에 들고 있다. 그런데 마지막 애니메이션에서는 태양을 놓아준다.
 
태양은 태경그룹일 수도 동화호텔일 수도 있다고 추정된다. 여자는 제11회에서 무서운 짐승을 다뤘던 것처럼, 제14회에서는 태양을 다루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외부환경에 이끌리기보다 스스로 선택하고 행동하는 모습을 여자는 점차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남자의 모습이 보이지는 않지만 태양과 달, 여자 주변에 나비들이 있다는 점을 보면, 남자가 자신을 직접적으로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여자 곁에 있다고 느낄 수도 있다.

‘남자친구’ 제14회 애니메이션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남자친구’ 제14회 애니메이션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남자친구’ 제14회 애니메이션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남자친구’ 제14회 애니메이션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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