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RPM9

문화예술
HOME > 문화예술 > ET-ENT국악

[ET-ENT 국악] 국립창극단 신창극시리즈3 ‘(詩)’ 파블로 네루다의 시를 창극으로

발행일 : 2019-01-21 12:08:42

국립극장 주최, 국립창극단 신창극시리즈3 <시(詩)>가 1월 18일부터 26일까지 국립극장 하늘극장에서 공연 중이다.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파블로 네루다의 시를 음악으로 만든 작품으로 연극과 판소리를 연출했던 박지혜가 극본과 연출을 맡고, 출연한 소리꾼 배우인 유태평양, 장서윤과 함께 작창감독 이자람이 공동작창했다. 배우 양종욱과 양서윤도 공연에 참여한다.
 
<시(詩)>의 공간창출법은 인상적인데, 파티가 끝난 장소를 현실인지 꿈인지 모를 공간으로 만들었다. 같은 공간에 있는 네 사람은 분리되거나 교차되기도 하면서, 서로 같거나 상반된 정서를 전달한다. 서사가 중심이 아닌 정서가 중심인 창극으로, 시를 기반으로 했기 때문에 시적 표현을 감동적으로 향유할 수 있는 작품이다.

국립창극단 신창극시리즈3 ‘시(詩)’ 공연사진. 사진=국립극장 제공 <국립창극단 신창극시리즈3 ‘시(詩)’ 공연사진. 사진=국립극장 제공>

◇ 공간창출법! 파티가 끝난 장소를 현실인지 꿈인지 모를 공간으로 창출하다
 
공연이 시작하기 전에 <시(詩)>의 무대를 보면 깔끔하게 정리된 현대적인 공간이라고 생각된다. 시끄럽게 떠드는 소리가 새소리로 오버랩되며 공연이 시작되는데, 공연이 시작할 때의 스모그는 명료한 공간을 복합적으로 느끼게 만든다.
 
일반적으로 무대에서의 스모그는 몽환적인 분위기, 판타지적인 분위기를 연출하는데, 황사, 스모그, 미세먼지, 초미세먼지가 우리 삶을 구체적이면서도 깊숙이 저해하는 시대이기 때문에, 깔끔하던 무대가 스모그로 불분명하게 되는 모습은 공연의 본질과는 상관없이 긍정적이지 못한 이미지를 줄 수도 있다.

국립창극단 신창극시리즈3 ‘시(詩)’ 공연사진. 사진=국립극장 제공 <국립창극단 신창극시리즈3 ‘시(詩)’ 공연사진. 사진=국립극장 제공>

폭죽이 터지며 조명이 빨간색으로 변화할 때는 확연하게 공간 느낌의 변화를 주는데, 파티, 풍선, 폭죽, 와인의 이미지는 독특한 설정의 클럽 분위기처럼 느껴지게 만들 수도, 고립된 내면세계처럼 보이게 만들 수도 있다.
 
◇ 같은 공간에 있는 네 사람! 분리되기도 교차하기도 하면서, 서로 같거나 상반된 정서를 전달한다
 
<시(詩)>에서 네 명의 등장인물은 각자 독창적인 움직임으로 등장한다. 같은 공간에 있는 네 사람은 분리되기도 하고 교차되기도 하면서, 서로 같거나 상반된 정서를 전달한다.

국립창극단 신창극시리즈3 ‘시(詩)’ 공연사진. 사진=국립극장 제공 <국립창극단 신창극시리즈3 ‘시(詩)’ 공연사진. 사진=국립극장 제공>

무대에 혼자만 있을 때도 있고 서로 접촉하지 않은 상태에서 두 명이 있을 수도 있는데, 같은 공간에 두 명이 있을 수도 있고 다른 공간이나 차원에 두 명이 있는 것을 그렇게 표현한 것일 수도 있다.
 
소통하지 않는 역할을 주로 보여준 장서윤은 맑은 목소리의 창을 선보였고, 유태평양은 직접 고수 역할까지 수행하기도 했다. 두 사람은 스스로 작창을 하면서 본인을 더 많이 드러내는 기회를 가졌을 것이다. 정해진 역할에 충실하는지 자기식으로 표현하는지 구분한다면, 두 사람은 캐릭터를 스스로 만드는 작업부터 표현까지 모두 소화했다고 볼 수 있다.

국립창극단 신창극시리즈3 ‘시(詩)’ 공연사진. 사진=국립극장 제공 <국립창극단 신창극시리즈3 ‘시(詩)’ 공연사진. 사진=국립극장 제공>

토끼 인형과 성인 남자로 등장한 양종욱은 토끼탈을 쓸 때 다른 움직임을 보여줬다. 동물적이라고 볼 수도 있고 여성적이라고 볼 수도 있었다. 양조아는 시크함과 섹시함을 오가며 정확한 대사 전달력을 통해 관객들이 몰입하고 공감하게 만들었다.
 
◇ 서사가 중심이 아닌 정서가 중심인 창극! 곳곳에서 시적 영감을 떠오르게 만든다
 
<시(詩)>는 서사가 중심이 아닌 정서가 중심인 창극이다. 시를 기반으로 했기 때문에 시적 표현들이 많고, 이 또한 정서적인 면에 집중하게 만든다. 상실감, 사라지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도 스토리텔링보다는 감정에 더욱 초점을 맞춘다.

국립창극단 신창극시리즈3 ‘시(詩)’ 공연사진. 사진=국립극장 제공 <국립창극단 신창극시리즈3 ‘시(詩)’ 공연사진. 사진=국립극장 제공>

‘나를 둘러싼 죽음’, ‘내가 가고 또 간다는 것’,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의 순수한 지혜’ 등 관객은 각자의 성향과 취향, 관람할 때의 느낌에 따라 각자 다른 시와 다른 문구에 끌릴 수 있다.
 
개를 의인화했다고 느낄 수도 있는 시에서 ‘꼭 필요한 만큼의 친근함’이라는 개념은 인간관계를 떠올리게 만든다. 나의 죽은 개를 위한 작별 인사를 하지 않았다는 것에서 위로와 애도의 마음 또한 개를 향한 마음이기도 하지만 인간을 향한 마음이라고 해석해도 될 것이다.

국립창극단 신창극시리즈3 ‘시(詩)’ 공연사진. 사진=국립극장 제공 <국립창극단 신창극시리즈3 ‘시(詩)’ 공연사진. 사진=국립극장 제공>

<시(詩)>는 현실, 환상, 탄생, 사랑, 이별, 죽음 등 인간의 삶에 대한 모티브를 담고 있는 시 속 문장들을 열려있는 공연으로 표현했는데, 같은 공연이더라도 배우 또는 관객이 바뀌면 전혀 다른 뉘앙스로 전달될 수 있는 작품이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최신포토뉴스

위방향 화살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