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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인터뷰] 열정의 배우 정우영! 장난기, 정 많은 둘째 오빠 같은 포근함

발행일 : 2019-01-18 16:04:10

“음... 항상 모든 일에 열정적이고, 열심히는 하는데 어딘가 모자란 신입? 친구들에겐 개구지고 위트 있지만 철없는 주둥이만 살아있는 수다쟁이? 어른들에게는 말 잘 듣는 척 하는 예의바른 청년 같지만, 속은 알 수 없는 사람!! 장난기 많고 정 많은 둘째 오빠 같은 느낌?” 배우 정우영은 사람들이 자신을 보는 이미지에 대해 이렇게 표현했다. 스스로 그렇게 생각하는 건 아니라는 말과 함께.

정우영 프로필. 사진=정우영 제공 <정우영 프로필. 사진=정우영 제공>

이하 정우영 배우와의 일문일답
 
Q1.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배우 정우영입니다. 제가 잘하는 건 뮤지컬, 수영, 사진, 충청도사투리 등 많은데, 그중에 제가 제일 자부 할 수 있는 점은 어떠한 배우들보다 열정적이라는 것입니다.
 
하지만 열정적이기만 하면 안 되겠죠? 열심히 해야겠죠!! 근데 또 열심히만 하면 안 되겠죠? 잘해야겠죠!!! 근데 잘하려면 또 열심히 해야겠죠!!! 열심히 하려면 열정적 이여야 하겠지요!!!! 아무튼 열심히! 열정적으로! 잘하는! 배우가 되겠습니다.

KBS 청주 다큐 자료 화면. 사진=정우영 제공 <KBS 청주 다큐 자료 화면. 사진=정우영 제공>

KBS문화현장 ‘세상을 배우다 연극인 정우영’이라는 다큐멘터리 앞부분에 들어간 인사말이에요. 말이 문맥도 그렇고 조금 이상하죠? 그 당시에 공연시작 10분 전에 정신없이 준비를 하고 있는데 감독님께서 자신을 소개해보라고 하셔서 적지 않게 당황 했었어요. 전 감독님께서 안 쓰실 줄 알았는데 방송에 그대로 나가더라고요.
 
저는 처음 연기를 시작해서 지금에 오기까지 배우는 열정 있고 열심히 하면 된다고 생각했고 지금까지 그렇게 해왔고, 그런 배우가 되려고 노력을 했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열정도 좋고 열심히도 중요하지만, 잘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들더라고요.
 
연기 참 잘하는 배우! 축구선수는 축구를 잘하면 되고, 요리사는 음식을 잘 만들어야 되잖아요. 요리사가 아무리 열정을 다해 만들었다 하더라도 음식이 별로라면 아무도 그 요리사를 주목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그 이외에 인성이나 품성 그리고 작품을 대하는 태도도 실력만큼이나 중요하지만 제 생각은 연기를 잘했을 때 그런 점들이 더 빛이 날 것 같아요.
 
Q2. 어떤 계기로 인해 배우가 되기로 결심했나요?
 
사실 배우보다는 개그맨이 되는 게 꿈이었어요! 고등학교 축제 때 장기자랑에서 사회를 맡아서 한 적 이 있어요. 그 때 제가 하는 말들에 사람들이 엄청 웃고 좋아하더라고요. 나중에 담임선생님께서 이야기해주셨는데 교장 선생님께서 웃다가 뒤로 넘어질 뻔 하셨대요. (웃음) 지금 생각하면 오그라들지만 처음으로 무대 위에 올라가서 주목받고, 사람들이 내가 하는 말에 울고 웃고 하는 게 너무 재미있었던 것 같아요.

영화 ‘피끓는 청춘’ 현장사진. 사진=정우영 제공 <영화 ‘피끓는 청춘’ 현장사진. 사진=정우영 제공>

그 때 바로 연기를 해야겠다고 생각한 건 아니고요. 담임선생님께서 따로 불러주셔서 개그맨이 되려면 연기를 배워야한다고 알려주셨어요. 끼가 있었다니 보다는 제 안에 억눌려있던 것들이 한 번에 폭발한 느낌이랄까.
 
아버지가 목회를 하시거든요. 항상 어렸을 때 저를 따라다는 수식어는 정우영이라는 이름 앞에 목사님아들이 꼭 붙었어요. 지금은 아버지가 너무 존경스럽고 멋있는 아버지지만, 아버지 얼굴에 먹칠 안하려면 항상 행동할 때 조심해야했고, 어린 나이에 그게 많이 부담되고 싫어서 사춘기 때 선생님과 부모님께 반항하고 그랬어요. 근데 무대 위 에서는 제가 목사님 아들이 아니라 정우영이 새로 태어난 느낌이었어요. 그래서 더 신나서 했던 것 같아요.
 
Q3. 첫 출연작에 대해 알려주세요.
 
첫 작품은 연극이에요. 2008년도 아가사 크리스티 작, 이창구 연출 ‘열개의 인디언 인형’이란 작품이었는데, 저한테 연극은 제 배우인생에서,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 뿌리 같은 역할을 할 것 같아요.

연극 ‘열 개의 인디언 인형’ 공연사진(마스튼 역). 사진=정우영 제공 <연극 ‘열 개의 인디언 인형’ 공연사진(마스튼 역). 사진=정우영 제공>

20살에 연극영화과 입학하고 그 뒤로 극단에 들어가서 정말 대사 한마디 있는 역할부터 시작했어요. 선배님들 대사하시는 모습이 너무 멋있어서 극장 화장실에 가서 몰래 연습하고, 극단 동기들과 내가 연기할 무대를 직접 만들고, 포스터도 직접 붙이면서 배우의 꿈을 키웠던 것 같아요.
 
스크린 제일 첫 데뷔는 이연우 감독 영화 ‘피끓는 청춘’이었지만, 제 스스로 처음이라고 생각하는 작품은 전윤수 감독의 ‘미안해 사랑해 고마워’라는 영화에요. 제가 처음으로 영화에서 말(대사)을 했던 작품이거든요. (웃음)

영화 ‘미안해 사랑해 고마워’ 스틸사진. 사진=정우영 제공 <영화 ‘미안해 사랑해 고마워’ 스틸사진. 사진=정우영 제공>

드라마 조연출 역할이었는데 정웅인 선배님과 호흡을 해야 하는 엄청 큰 배역이었어요. 그러다 보니까 하나하나가 다 저한테는 큰 산이고 미션이었어요. 오디션, 감독님 미팅, 리딩, 고사, 촬영 모두 다요. 그 중에서도 처음과 끝이 가장 기억이 많이 나요.
 
영화촬영 경험이 많이 없었던 때라 오디션 때는 무식하게 준비해서 갔어요. 머리부터 발 끝 까지 의상은 물론 소품으로 공연한다는 생각으로 실제 무전기까지 들고 가서 연기했다니까요.
 
근데 최종 오디션에서 감독님이 연기를 자꾸 끊으시는 거예요. 반응도 거의 안 해 주시고요. 진짜 떨어졌구나. 완전 망했구나 하고 나와서 ‘진짜 다시 들어가 말어!!’ 건물 앞에서 한참을 망설이다 다시 들어가는 건 예의가 아닌 거 같아서 눈물을 머금고 집으로 갔어요.
 
근데 얼마 후 캐스팅연락을 받았어요. 너무 좋았지만 한편으로는 의아했어요. 나중에 여쭤보니까 들어오는 순간 이미 마음의 결정을 하셨대요. 더 이상 볼 필요가 없으셨대요. (웃음)

영화 ‘미안해 사랑해 고마워’ 현장사진(조연출 역). 사진=정우영 제공 <영화 ‘미안해 사랑해 고마워’ 현장사진(조연출 역). 사진=정우영 제공>

그리고 총 12회 촬영으로 제 분량 촬영이 끝났는데 마지막 컷을 외치자마자 감독님께서 수고했다며 꽃다발을 주셨어요. 전체 스텝 분들이 저를 보고 박수도 쳐주셨어요. 보통 배우는 연극할 때 커튼콜하면서 감동을 많이 받거든요. 근데 그 때 기분이랑은 또 다르더라고요.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서 박수를 받는 내내 그런 생각만 했어요. “배우하기 무척 잘했다!” 다시 한 번 이 자리를 빌려 첫 영화를 찍게 해주신 전윤수 감독님께 무척 감사드려요.
 
Q4. 다른 작품 이야기도 해주세요.
 
한재림 감독님에 영화 ‘더킹’에서는 조인성 선배님 어렸을 적 친구 역할을 연기했어요. 워낙 어렸을 때부터 조인성 선배님을 너무 좋아해서 옷도 따라 입고, 가방도 따라 매고 했었거든요. 제 나이 또래는 다 알거에요. 워낙 유행 이였어요. 그 당시 꽃무늬 난방은 집에 한 개 이상은 있었으니까요.
 
그런데 그런 선배님을 현장에서 보니까 긴장 돼서 한마디도 못했어요. 거기다가 거의 대부분이 액션 씬 이다 보니까 다치는 일이 종종 있었거든요. 그러니 항상 긴장을 늦출 수가 없었죠.
 
아직도 생각하면 식은땀이 나는 게, 제가 그 당시에 배가 아주 조금 나왔었거든요. 근데 선배님께서 촬영대기중에 갑자기 “너 복대 찼니?”라고 하시기에 저도 모르게 반사적으로 무미건조하게 “아니요”라고 대답했거든요. 제가 촬영할 때 제가 긴장을 많이 하니까 긴장 풀어 주시려고 농담 하신 거였어요. 어찌나 민망하던지... 지금 생각해도 그 당시에 너무 얼어있었던 것 같아요.

정우영 프로필. 사진=정우영 제공 <정우영 프로필. 사진=정우영 제공>

김성훈 감독 영화 ‘창궐’에서는 궁녀와 밀애를 나누다가 야귀(좀비)에게 물리는 제용감관군을 연기했는데요. 실제 영화에서는 엄청 짧게 나오지만 원래는 물려서 좀비까지 변하는 역할이었어요.
 
총 3번 오디션을 본 끝에 캐스팅이 되었는데, 저는 처음 캐스팅 전화를 받았을 때 좀비로 캐스팅이 된 줄 알았어요. 3번 오디션 준비를 하면서 몸을 쓰고, 그 안에서 디테일한 움직임을 연구하고 하면서 애정이 많이 갔었나 봐요. 배우에게서 화술도 중요하지만, 몸도 감정 전달을 하는데 큰 역할을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결국은 촬영 때 좀비 연기를 하지는 못했지만, 언젠간 몸으로 연기할 수 있는 연기도 한번 도전해 보고 싶어요.

정우영 프로필. 사진=정우영 제공 <정우영 프로필. 사진=정우영 제공>

이제 며칠 뒷면 개봉하는 이병헌 감독 영화 ‘극한직업’도 시흥분점 배달원으로 출연합니다. 캐스팅하는 조감독님께서 제가 평소에 치킨 배달 알바를 많이 한 것을 아시고 캐스팅 하셨대요. 배우는 정말 그래서 많은 것을 할 줄 알면 좋은 것 같아요. 이번년도는 그래서 승마도 한번 배워 보려고요!!
 
그 뒤로 개봉하는 이민재 감독 영화 ‘기묘한 가족’에서는 구급대원으로 연기했어요. 이 영화는 충청도 배경이다 보니까 나오는 캐릭터들이 거의 대부분이 다 충청도 사투리를 해요. 저도 마찬가지로 충청도 사투리로 연기했죠.
 
그런데 촬영이 끝나고 스텝 중 어떤 분이 오셔서 사투리가 너무 자연스럽다고 저한테 충청도 어디 사냐고 물어봤거든요. 그래서 ‘청주에유~’ 라고 아무렇지 않게 대답했는데... 저 사실 서울 사람이랍니다... (웃음)

영화 ‘미안해 사랑해 고마워’ 현장사진(태영 역 김성균, 조연출 역 정우영). 사진=정우영 제공 <영화 ‘미안해 사랑해 고마워’ 현장사진(태영 역 김성균, 조연출 역 정우영). 사진=정우영 제공>

영화 이수진 감독 영화 ‘우상’에서는 영안실 직원 역을 연기했어요. 정말 영광스럽게 설경구 선배님과 같이 연기하게 되었는데, 장면은 극중 설경구 선배님께서 아들이 죽은 것을 확인하러 들어오는 장면이었어요. 영안실 직원이니까 더 직업적으로 대하고 감정 없이 연기하려고 연습하고 갔는데 촬영이 들어가자마자 완전히 무너져 버렸어요. 선배님 연기에 저도 모르게 그만... 영안실직원이 아니라 저도 이 영화의 한명의 관객으로 보게 된 거죠. 아직도 그 장면이 머릿속에 생생해요.
 
위에 영화들은 개봉한 영화 또는 이제 곧 개봉할 영화이구요. 그 이외에 영화 ‘미스터주’에서는 교통경찰, ‘엑시트’에서는 중내천 형사, ‘기방도령’에서는 조선시대 사채꾼 , ‘집이야기’에서는 장례지도사로 출연했습니다.
 
Q5. 대표작이라고 꼽을 수 있는 작품은 무엇인가요?
 
가장 최근에 찍었던 OCN 드라마 ‘신의 퀴즈: 리부트’이에요. 영화 '미사고'에서는 처음 말(대사)을 해봤다면 이번 작품에서는 처음으로 배역 이름이 생겼어요. (하하)

드라마 ‘신의 퀴즈: 리부트’ 스틸사진(이영락 역). 사진=정우영 제공 <드라마 ‘신의 퀴즈: 리부트’ 스틸사진(이영락 역). 사진=정우영 제공>

‘이영락’ 처음에는 캐디(캐스팅 디렉터)님께서 탑 스타 매니저라고 말씀 해주셔서 당연히 배역 이름도 매니저인줄 알았죠. (웃음) 그런데 캐디님이 이영락으로 대본하고 스케줄을 확인하라고 하시기에 그 때 까지 만해도 아~ 톱스타 이름이 ‘이영락’인가 보다. 매니저니까 맨날 붙어 다니니까 그렇게 확인을 하라고 하신거구나 했는데...
 
아니 대본에 분명히 이영락이 매니저이고... 대본을 쭉 읽어 가는데 계속 이영락, 이영락, 이영락, 이영락....!!! 분량에 놀라고 캐릭터에 한 번 더 놀랬어요. 읽으면 읽을수록 너무 매력적인 캐릭터였어요.

드라마 ‘신의 퀴즈: 리부트’ 스틸사진(이영락 역). 사진=정우영 제공 <드라마 ‘신의 퀴즈: 리부트’ 스틸사진(이영락 역). 사진=정우영 제공>

선과 악을 동시에 보여줄 수 있는 배우로서 탐나는 역할이었어요. ‘자신감 있게 해야지!’ 하다가도 드라마가 처음이여서 그런지 덜컥 겁이 났어요. 캐스팅 되고 당장 이틀 뒤에 촬영이었거든요.
 
거기다가 촬영 하면서 작가님께서 분량까지 더 늘려 주셨어요!!! 혹시 감독님에게 기대에 못 미칠까봐 촬영 내내 하루하루 대본을 안 놓고 있었던 것 같아요. 촬영하는 8일 동안 입으로 쉬지 않고 중얼중얼 거렸어요. 주문 외우듯이!

드라마 ‘신의 퀴즈: 리부트’ 스틸사진(이영락 역). 사진=정우영 제공 <드라마 ‘신의 퀴즈: 리부트’ 스틸사진(이영락 역). 사진=정우영 제공>

Q6. 그동안 오디션은 어떻게 준비했어요?
 
가끔 주변에서 오디션 어떻게 준비하냐 많이 물어보는데, 진짜 죽어라 해요. 될 때까지. 사실 촬영도 마찬가지지만 이상하게 오디션이 잡히면 그 날이 사형집행날짜를 받은 사형수마냥 3일, 많게는 일주일을 보내요. 잠도 안와요. 계속 저를 되게 구석으로 많이 모는 편입니다. 그러다보니까 스트레스도 많이 받고 주변사람들에게 많이 피해를 줘요.

오디션을 준비할 때 주변 친구들이나 지인들에게 많이 도움을 요청하는 편인데 이제는 대사 맞춰 달라고 부탁하면 다들 도망가요. (웃음) 물론 연기가 많이 연습해서 좋은 연기를 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저는 오디션만큼은 연습한 만큼 결과가 나오는 것 같아요! 이 자리를 빌려 이야기하고 싶어요. 엄마, 그리고 형들, 친구들 고마워. 그리고 앞으로도 잘 부탁해!

정우영 프로필. 사진=정우영 제공 <정우영 프로필. 사진=정우영 제공>

Q7. 자신의 성격과 이미지는?
 
아버지께서 하시던 사업을 다 정리하시고 갑자기 목회를 하시기 시작하셔서 집안사정이 많이 좋지 않았어요. 그래서 중2때부터 알바를 시작했죠. 다른 또래 친구들보다 금방 성숙해진 것 같아요. 다시 생각해봐도 알바를 참 성실하게 한 것 같아요.

영화 ‘더킹’ 현장사진(태수 친구 역). 사진=정우영 제공 <영화 ‘더킹’ 현장사진(태수 친구 역). 사진=정우영 제공>

주유소를 시작으로, 동대문 식돌이, 군고구마 장사, 치킨피자 배달, 패스트푸드점, 홀 서빙, 마트야채오빠, 웨이터 그리고 현재는 물류 상하차, 터널 청소, 사장님 운전기사, 사회 MC, 행사 진행, 시장 알바까지... 딱 정해진 스케줄에 맞춰서 촬영이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배우생활을 본격적으로 하기 시작한 후로는 단기알바 위주로 일을 했어요.
 
“배우 하려면 이런 것도 해 봐야 돼~ 이런 역할도 맡을 수 있자나!!”
“이런 거 잘하면 연기도 잘하는 거야 ~ 그냥 연기라고 생각해!”
 
사장님들에게 면접을 보거나 일을 시작할 때 가장 많이 듣는 말이에요. 일 년에 많은 작품을 하지는 않지만 매번 알바를 하면서 가끔 대리만족할 때도 많아요.

영화 ‘미안해 사랑해 고마워’ 현장사진(조연출 역 정우영, 서정 역 성유리). 사진=정우영 제공 <영화 ‘미안해 사랑해 고마워’ 현장사진(조연출 역 정우영, 서정 역 성유리). 사진=정우영 제공>

Q8. 그게 어떤 영향이 있었죠?
 
어릴 때부터 사회생활을 배워서 그런지 제 감정을 표현을 하는 것 보다는 숨기는 걸 먼저 배웠어요. 예를 들면 내가 기분이 좋지 않아도 웃으면서 사람들을 대했고, 설사 저한테 심한 실수를 하거나 잘못을 해도 절대 화내지 않았어요.
 
가끔 심하면 내가 미안할 일이 아닌데도 미안하다고 했으니까요. 그게 저는 그 당시에 당연히 사회생활에서 필요한 덕목이라고 생각했거든요. 옆에 친구들이 그렇게 안하면 아직 어리네 하면서 제 나름대로 조언을 해준 적도 있어요.
 
‘착한사람 콤플렉스’ 몇 년 전에 독립영화를 찍으면서 알게 된 감독님께서 술자리에서 저한테 착한 척 좀 그만하라면서 이야기를 한 적이 있거든요. 그 때는 이게 이해가 잘 안되고 상처가 되었는데, 제 스스로 솔직하게 저를 돌이켜 보니까 맞더라고요. 결국에는 제가 이렇게 행동했던 이유가 누구에게나 다 좋은 사람처럼 보이길 바랐던 것 같아요.
 
Q9. 롤 모델은 누구에요?
 
진짜 매력을 느끼는 배우는 마동석 선배님 같이 남자다움 마초적인 성향이 강한 배우들의 연기를 봤을 때 짜릿함을 느끼고 매력을 많이 느끼지만, 제가 죽어라 한다고 해서 내 외모와 내 성격에서 나올 수 있는 것들은 절대 그런 것 들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정우영 프로필. 사진=정우영 제공 <정우영 프로필. 사진=정우영 제공>

저의 롤 모델이기도 하고 좋아하는 배우는 박해일 선배님입니다. 평소에 닮았단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요. 현장에서든 오디션 장에서든. 그래서 롤 모델 삼고 싶은 것은 아니고요. 선배님께서 하셨던 영화들을 보면 천의 얼굴, 어떤 역할을 해도 잘 어울리는 배우, 이미지가 하나로 굳혀져있지 않는 배우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니잖아요. 특히 봉준호 감독 영화 ‘살인의 추억’ 박해일 선배님 연기를 봤는데 정말 모르겠더라고요.
 
이런 사람이 살인을 한다고? 근데 한편으로는 진짜 저 순진한 얼굴 뒤에 뭔가 감추고 있는 부분들이 있을 것 같더라고요. 그리고 진짜 그렇게 생각하고 보니까 더 소름이 돋았어요.
 
이런 부분들이 저한테도 분명히 존재한다고 생각이 들어요. 지금은 많이 부족하지만 저도 오랫동안 열심히 하다보면 그런 수식어가 붙는 박해일 선배님처럼 멋진 배우가 될 수 있지 않을까요?
 
Q10. 독립영화를 꾸준히 하셨죠?
 
독립영화, 상업영화, 같은 장르인데도 저에게는 엄청 다르게 느껴져요. 상업영화는 저에게 새로운 경험과 도전을 하는 느낌이라면, 독립영화는 아무래도 영화의 주연으로 참여 할 수 있다는 점. 감독님과 더 편하게 소통할 수 있다는 점, 연기적으로 여러 시도를 해볼 수 있다는 점에서 저는 독립영화가 너무 매력 있어요. 그래서 더 추억도 많이 생기는 것 같아요!

영화 ‘포인트오브뷰’ 스틸사진(종찬 역). 사진=정우영 제공 <영화 ‘포인트오브뷰’ 스틸사진(종찬 역). 사진=정우영 제공>

김윤식 감독 영화 ‘설화’(제68회 칸영화제 비경쟁부분 초청작, 제37회 모스크바 국제영화제 경쟁부분 초청작)에서는 아무래도 겨울에 눈이 많은 산에서 주로 촬영을 하다보니까 발이 시리고 몸이 다른 작품들에서는 많이 힘들고 고된 편이었어요. 이렇게 힘든 것도 기억에 남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목에 줄을 매달고 자살하는 연기를 하는 장면 이였는데 처음에 좀 더 리얼한 연기를 하기 위해 실제로 일부러 내 목을 조이게 해서 촬영을 했어요.
 
그러나 문제는 풀 샷이었죠. 약 15초에서 20초 동안을 진짜 실제로 목을 매달아야 했습니다. 물론 와이어로 연결을 해서 안전하기는 했지만 문제는 바로 소품이었어요. 극중 형범이 매다는 목도리가 실제 나를 매단 와이어보다 짧아서 저는 실제 목을 조르는 것과 같은 현상이 발생했어요.
 
하지만 촬영은 계속 진행되어야 했고, 저는 팔로 버텼어요. 이렇게 치열하게 찍다보니 NG도 당연히 많이 났죠. 내가 진짜 연기를 하는 건지 진짜로 갑자기 사고가 나서 발버둥 치는 건지 아무도 쉽게 예측 할 수 없었기 때문에 모두 날카롭게 촬영을 했어야 했어요.
 
내가 진짜로 죽겠어서 살려달라고 할 때는 촬영을 계속하고... 난 연기를 한 건데... 감독님은 위험해서 컷을 하기도 하고... 정말 그 때는 울지도 웃지도 못하는 날이었습니다.
 
이승욱 감독 영화 ‘복어’(제22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초청작)는 제 이름 ‘정우영’으로 대한민국에서 처음 레드카펫 밟게 해준 영화에요. 아무래도 첫 레드카펫이여서 주변 형들이나 선배님께 자문도 많이 구했어요. 의상뿐만 아니라 레드카펫에서 걷는 걸음 속도까지! 절대 빠르게 걷지 마라고 형들이 신신당부를 했는데 저는 그날 부천에서 감독형과 100M 달리기 시합을 했어요. (웃음)

영화 ‘캐릭터’ 스틸사진(영기 역). 사진=정우영 제공 <영화 ‘캐릭터’ 스틸사진(영기 역). 사진=정우영 제공>

Q11. 본인의 장점이자 자산은 무엇인가요?
 
저는 욕심이 참 많아요. 식욕, 물욕은 말할 것도 없고요. 가지고 싶은 건 다 가져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에요. 그러다 보니까 뭐 하나에 꽂히면 되게 집착해요. 아주 집요하게. 그렇다고 이기적이고 배려심 없는 그런 사람은 절대 아니에요.
 
사랑도 마찬가지이고, 놀 때도, 일할 때도, 한번 하면 끝까지 하는 편입니다. 이게 일할 때 특히 많이 들어나는데 가까운 지인들은 저에게 그래요. 보통 욕심 많은 사람들에게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고 한다 하잖아요.
 
그런데 저는 앞에 보이는 토끼면 몇 마리든 상관없이 다 잡으려고 한다는 거예요. 이런 저의 집착이 저의 장점이자 자산인 것 같아요. 욕구만 있다면 물 불 안 가리고 달려드는 집착이요! 해야 할 일에 대해서 의심이나 생각을 많이 안하는 스타일!! 그래서 지금까지 작품을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Q12. 좋은 인간과 배우로의 변화를 위해 어떤 노력과 시도를 하나요?
 
연기는 말하는 것보다는 듣는 게 더 중요하다고 하잖아요. 저는 우선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이 드는 사람은 상대방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조금 뻔한 말이기는 하지만 잘 경청해주는 사람 있잖아요.
 
그래서 저는 주변사람들이 지나가는 말이라도 귀 기울이고, 그 사람이 처한 상황 또는 궁금한 것들을 내 일이라고 생각하려고 노력해요. 사소한 것부터 아주 인생에 중요한 일이라고 하는 일까지 모두 다요.
 
제가 잘 따르는 형은 제 말을 너무 잘 들어줘요. 진심으로요. 그게 제가 가볍게 던진 농담이든 아니든. 처음에는 너무 부담스러워서 어색했는데 그 형을 보고 제 자신을 보니까 저는 주변 사람들 말을 잘 안 듣더라고요. 보통 들어줄게! 해놓고 제 이야기만 한 적도 너무 많아요. 이게 참 사소 한 건데 이런 걸로 감동하고, 실망하고 하는 것 보면 잘 듣는 다는 것은 너무 중요한 것 같아요.

영화 ‘화장’ 현장사진(마케팅직원 역 정우영, 추은주 역 김규리). 사진=정우영 제공 <영화 ‘화장’ 현장사진(마케팅직원 역 정우영, 추은주 역 김규리). 사진=정우영 제공>
영화 ‘미안해 사랑해 고마워’ 현장사진(주인영 작가 역 김선경, 조연출 역 정우영. 사진=정우영 제공 <영화 ‘미안해 사랑해 고마워’ 현장사진(주인영 작가 역 김선경, 조연출 역 정우영. 사진=정우영 제공>

Q13. 정우영이 꿈꾸는 배우, 꿈꾸는 미래는?

저는 주변사람들이 다 잘됐으면 좋겠어요. 제 주변 사람들은 저의 가장 큰 재산이거든요. 물론 쉽지는 않겠지만 모두가 잘 돼서 십년 뒤에 이십 년 뒤에 다 같이 오늘을 기분 좋게 추억으로 이야기 하고 싶어요! 그리고 나중에 잘 되서 외롭지 않게요. (웃음)
 
Q14.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 부탁드립니다.
 
저는 사지가 멀쩡한 이상 절대로 배우를 포기하지 않을 것입니다. 물론 주위에서 금전적으로나 힘들지 않냐, 만약에 하다가 안 되면 어떻게 할 거냐, 그래도 행복 하냐 이런 질문을 많이 하시는데, 저는 행복은 멀리 있지 않다고 생각을 해요.
 
예를 들어서 소풍 갈 때, 사실 소풍 가서 보다 소풍가기 전날, 잠자기 직전, 가는 버스 안에서 훨씬 더 행복하잖아요. 근데 연기도 그런 거 같고, 배우도 그런 거 같아요. 사실 지금이 그런 시기이잖아요. 가기 직전, 가려고 준비하는 중, 그래서 되게 지금 행복하거든요. 근데 막상 소풍가면 너무 허무하잖아요. 별거 아니고. 그래서 두렵기도 해요. 그렇게 됐는데, 이뤘는데 행복하지 않을 수도 있을까봐. 근데 지금 제가 행복하니까 저는 계속할 생각이에요.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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