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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영화] ‘말모이’ 몸으로 하는 액션보다 머리로 하는 액션이 많은 독립운동영화

발행일 : 2019-01-01 01:52:48

엄유나 감독의 <말모이(MAL•MO•E: The Secret Mission)>는 1940년대 일제강점기에 나라를 빼앗고 정신마저 빼앗으려는 일본에 대항해 우리말사전 ‘말모이’를 편찬하려는 조선어학회와 그 속에 있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이다.
 
특별한 위인들의 항일투쟁영화라기보다는 평범한 사람들이 이룩해 낸 독립운동영화라고 볼 수 있다. 몸으로 하는 액션보다 머리로 하는 액션이 더 많은 작품으로, 평범한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일을 통해 우리의 언어를 지켜낸 의미와 가치를 조명하고 있다.

‘말모이’ 스틸사진. 사진=더 램프,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말모이’ 스틸사진. 사진=더 램프,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 목적지향적 인물 류정환에 평범했던 인물 김판수가 동화돼 가는 과정! 우리의 언어를 지켜낸 의미와 가치!
 
<말모이>는 공동체 정신, 그중에서도 우리말에 담긴 공동체 정신에 주목한다. 김판수(유해진 분)가 처음 글을 배울 때의 의지와 답답함, 한글을 알게 됐을 때의 즐거움을 관객이 공유하게 만들어 공동체 정신과 언어가 가진 기본적 가치의 근본부터 생각하게 만든다.
 
영화 속에서 목적지향적 인물로 표현되는 인물 류정환(윤계상 분)에 평범했던 인물 김판수가 동화돼 가는 과정을 통해, 우리에게 글이 없다면, 우리의 감정과 정서를 표현할 수 있는 글이 없다면 어떻게 되었을지 느끼면 아찔해진다. 유해진이 책을 읽고 감동하는 모습을 보며 우리말과 우리글이 있다는 것에 고마움을 느낀다.

‘말모이’ 스틸사진. 사진=더 램프,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말모이’ 스틸사진. 사진=더 램프,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만약 현재 우리말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면 우리 삶이 얼마나 더 힘들어졌을까? 우리나라 사람들의 디테일한 감정 표현은 디테일한 언어 표현력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데, 만약 언어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더라면 우린 지금 느끼는 것을 제대로 느끼지도 느낀 것을 제대로 표현하지도 못하며 살고 있었을 수도 있다.
 
◇ 몸으로 하는 액션보다 머리로 하는 액션이 많은 영화
 
독립운동을 생각하면 총칼을 들거나 육체적인 저항을 먼저 떠올릴 수 있다.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직접 거치지 않은 젊은 세대는, 나라가 위급할 때 나라를 구하는 방법으로 온몸을 던져 구하는 방법을 먼저 떠올릴 수 있다.

‘말모이’ 스틸사진. 사진=더 램프,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말모이’ 스틸사진. 사진=더 램프,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맞는 이야기이지만 육체적인 능력이 강하지 않다고 스스로 느끼는 사람은 나라를 위하는데 자신이 별로 도움이 안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말모이>를 보면 몸이 아닌 머리로도 나라를 구할 수 있다는 희망과 자신감을 가지게 된다.
 
<말모이>는 도시락 폭탄을 던질 용기가 없어도 나라에 꼭 필요한 인물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을 젊은 세대에게 전달하는 작품이다. 영화가 제공하는 이런 가능성의 제시는 애국심으로 이어질 수 있다. 나라를 위하는 것에 내 존재의 의미와 이미지를 부합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말모이’ 스틸사진. 사진=더 램프,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말모이’ 스틸사진. 사진=더 램프,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 평범한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일
 
<말모이>는 평범한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일의 가치를 소중하게 여긴다는 점이 돋보인다. 한 사람의 열 걸음보다 열네 사람의 한 걸음이 더 낫다는, 정말 평범한 진리 속에서 개개인의 가치, 함께 하는 가치, 공동체의 가치에 영화는 주목한다.
 
30년이 지난 후에도 한글을 지켜냈다는 것의 의미의 숭고함, 장엄한, 감동은 눈물을 흘리게 만든다. 당연하게 쓰고 있는 말을 누가 지켜냈는지 보며 공감하는 사이, 우리가 당연히 누리고 있는 것들에 대해서도 고마움을 생각하게 된다.

‘말모이’ 스틸사진. 사진=더 램프,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말모이’ 스틸사진. 사진=더 램프,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의 정서를 만드는 사람은 주로 유혜진과 윤계상이지만, 김홍파(조선생 역), 우현(임동익 역), 김태훈(박훈 역), 김선영(구자영 역), 민진웅(민우철 역) 역시 영화 속 이야기가 우리의 이야기라고 느껴지게 만든다.
 
친일파로 나오는 송영창(류완택 역)과 일본인으로 나오는 허성태(우에다 역)는 유해진과 윤계상의 호흡을 입체적으로 느끼게 만들면서, 감정이입한 관객들이 유해진과 윤계상의 입장에서 더욱 응원하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다만, 송영창과 허성태의 뛰어난 연기력이 악인에 대한 정서적 공감을 하게 만들 수도 있다는 점은 조심스럽다.

‘말모이’ 스틸사진. 사진=더 램프,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말모이’ 스틸사진. 사진=더 램프,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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