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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갤러리] 서예박물관 ‘같고도 다른 : 치바이스와 대화’(2) 팔대산인 주탑, 간결하면서도 살아있는 생명력

발행일 : 2018-12-08 12:16:37

12월 5일부터 2019년 2월 17일까지 예술의전당 서예박물관에서 전시 중인 <같고도 다른 : 치바이스와 대화(似与不似:对话齐白石)>는 예술의전당 개관 30주년 기념 특별전•중국국가미술관 소장 걸작으로 열리고 있다.
 
팔대산인 주탑(八大山人 朱耷, 1626~1705)의 작품을 보면 간결하면서도 살아있는 생명력을 느낄 수 있다. 사슴, 학, 기러기를 각각 독립적으로 보고 배경과 함께도 보면서 두 상황에서의 느낌을 비교하면, 팔대산인은 그림 속에서 초점을 둔 동물뿐만 아니라 주변 또한 살아있게 만든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그림 속 동물은 팔대산인이 감정이입한 대상이고, 주변 배경은 그를 둘러싼 주위 사람들을 비롯한 환경이라고 볼 수도 있다.
 
◇ 팔대산인 ‘사슴, 180.5×44.5cm, 중국국가미술관’
 
팔대산인의 ‘사슴, 180.5×44.5cm, 중국국가미술관’을 일반적인 시각으로 볼 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사슴의 눈이다. 그림의 정중앙에 위치하기 때문이기도 하고, 사슴의 눈이 관객의 눈과 아이 콘택트 (Eye contact)한다고 느껴지기 때문이기도 하다.

팔대산인 ‘사슴, 180.5×44.5cm, 중국국가미술관’. 사진=예술의전당 서예박물관 제공 <팔대산인 ‘사슴, 180.5×44.5cm, 중국국가미술관’. 사진=예술의전당 서예박물관 제공>

서로를 바라보는 시선의 커뮤니케이션은 사슴과 관객이 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팔대산인과 관객이 하는 것일 수도 있다. 다양한 시에서 사용되는 ‘사슴의 눈’이란 표현은 저런 표정이 가능하기 때문에 나오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사슴의 뿔을 비롯해 사슴의 윗부분의 공간은 굵고 진하게 그려져 있고 사슴의 다리를 비롯해 땅은 상대적으로 연하게 그려져 있는데, 자유롭고 가벼운 몸에 비해 무겁게 억누르는 생각의 무게를 팔대산인이 그림에 투사했다고 볼 수도 있다. 아니면 그런 의지를 담고 있다고 볼 수도 있다.
 
◇ 팔대산인 ‘학, 180.5×44.5cm, 중국국가미술관’
 
팔대산인의 ‘학, 180.5×44.5cm, 중국국가미술관’을 얼핏 보면 학이 어디 있는지 찾아야 할 수도 있다. 곡선으로 굵게 표현된 나무는 시각적으로 분명하게 보이는데, 학 몸통의 하얀 털은 여백으로 표현되고 있기 때문이다.

팔대산인 ‘학, 180.5×44.5cm, 중국국가미술관’. 사진=예술의전당 서예박물관 제공 <팔대산인 ‘학, 180.5×44.5cm, 중국국가미술관’. 사진=예술의전당 서예박물관 제공>

나무 위에 앉은 학은 나무와 조화를 이뤄 하나처럼 보이기도 하고, 보호색을 발휘하는 동물처럼 보이기도 한다. 만약 채색으로 표현됐다면 이런 느낌이 현저하게 약해질 수도 있었을 것이다. 팔대산인은 나무가 학을 포용하는 방법으로, 학이 나무 위에서 자유롭고 편안해질 수 있는 방법으로 흑백의 묘미를 사용했을 수도 있다.
 
학은 자신의 모습을 노골적으로 부각하기보다는 배경 속에 감추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학은 그림의 정중앙에 위치하고 있고 그림의 좌우 경계까지 모두 꽉 채우고 있기 때문에 숨겨진 존재감, 숨겨진 카리스마, 숨겨진 아름다움을 느끼게 만들기도 한다.
 
◇ 팔대산인 ‘기러기, 180.5×44.5cm, 중국국가미술관’
 
팔대산인의 ‘기러기, 180.5×44.5cm, 중국국가미술관’는 위의 두 작품과는 다른 정서를 가지고 있다. 전체적으로는 비슷한 느낌을 주지만, 동물의 수와 크기, 배치는 다르기 때문이다.

팔대산인 ‘기러기, 180.5×44.5cm, 중국국가미술관’. 사진=예술의전당 서예박물관 제공 <팔대산인 ‘기러기, 180.5×44.5cm, 중국국가미술관’. 사진=예술의전당 서예박물관 제공>

네 마리의 기러기는 서로 다른 위치에서 서로 다른 방향으로 앉거나 날면서 시선 또한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다. 앞의 두 작품이 각각 사슴, 학과 배경의 조화를 표현하고 있다면, 이 작품은 기러기들의 조화, 기러기들과 배경의 조화를 표현하고 있다.
 
각각의 동물에 감정이입해 생각하면, 나 혼자 있을 때 내 크기는 상대적으로 크지만 다른 대상들과 함께 있을 때 내 크기는 그들과 비슷해진다는 점을 발견할 수 있다. 팔대산인의 그림에는 절대성과 상대성, 그 두 상황에서의 자연과의 조화가 모두 담겨 있기 때문에, 동양화에서 화가의 생각이나 의중을 표현한 사의(寫意)그림의 진수가 느껴지는 것이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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