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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영화] 서울독립영화제2018(19) ‘어멍’(감독 고훈) 제주도에 대한 감독의 애정이 묻어나는 작품

발행일 : 2018-11-20 09:43:51

고훈 감독의 <어멍>은 제44회 서울독립영화제(SIFF2018, 서독제2018) 특별초청 부문에서 상영되는 장편 영화이다. 제주에서 살아가는 해녀 엄마 김숙자(문희경 분)와 이루기 힘든 꿈을 가진 아들 고율(어성욱 분)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제주도에 대한 감독의 애정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죽음을 너무 슬프게도, 삶을 너무 희망적으로도 바라보지 않는 감독의 가치관과 세계관은, 제주도에 애정이 있으면서도 지나치게 미화하지 않는 모습과 닮아있다.

‘어멍’ 스틸사진. 사진=서울독립영화제(SIFF) 제공 <‘어멍’ 스틸사진. 사진=서울독립영화제(SIFF) 제공>

◇ 보편적인 소재에 제주라는 독특한 자연과 문화를 담은 영화! 제주도에 대한 감독의 애정이 묻어나는 작품!
 
<어멍>은 취직해서 안정적인 삶을 살기를 바라면서도 아들이 꿈을 접는 것이 못내 안쓰러운 엄마와, 꿈을 꾸면서도 꿈을 포기하고 일반적인 직장에 취직해야 하는지 갈등하는 아들의 이야기를 보여준다.
 
어른으로 대변되는 숙자와 아들로 대변되는 율이라는 보편적인 소재로 이야기는 펼쳐지는데, 만약 제주도가 아니었으면 처음부터 너무 평범하게 생각됐을 수도 있다. 제주도라는 장소가 가지는 판타지는 <어멍>이 어떻게 전개될지 궁금함을 자극하게 만든다.

‘어멍’ 스틸사진. 사진=서울독립영화제(SIFF) 제공 <‘어멍’ 스틸사진. 사진=서울독립영화제(SIFF) 제공>

제주도는 우리나라이면서도 이국적인 느낌을 가진 장소이다. 감정이입하면서도 신선함을 주는 곳이다. 만약, 제주도가 육지였으면 거제도와 강화도가 영화를 비롯한 문화예술 작품의 배경이 됐을 가능성이 있다.
 
<어멍>은 제주도에 대한 감독의 애정을 곳곳에서 볼 수 있는 작품이다. 제주도를 미화하거나 축소하려고 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많이 보여주려는 노력한다. 제주 해녀 노래와 장례식 문화를 보여주는 것은 그 자체로도 관객의 시선을 집중하게 만들 수 있다.
 
오랜만에 만난 양예란(김은주 분)은 율의 가치를 인정해주는 존재이자, 제주도에서의 일상적인 삶을 보여주는 인물이다. 엄마에게 구박받는 율을 보며 관객 또한 그렇게 생각할 수 있는데, 율이 어떤 사람이 될 수 있는지를 말하는 예란의 대사를 들으며 관객은 율을 다시 볼 수 있다.

‘어멍’ 스틸사진. 사진=서울독립영화제(SIFF) 제공 <‘어멍’ 스틸사진. 사진=서울독립영화제(SIFF) 제공>

◇ 삶과 죽음에 대한 성찰
 
율은 영화감독이 되기 위해 시나리오를 쓴다. <어멍>에서 율은 고훈 감독의 내면이 투영된 캐릭터로 보인다. ‘훈’과 ‘율’, 이름이 외자인 것도 그렇고, 율의 입장에서 바라보다가도 율은 꾸짖고, 율이 너무 상처받지 않게 보듬는 전개 또한 현실에서 스스로를 대하는 감독의 모습처럼 보인다.
 
<어멍>에는 삶과 죽음에 대한 성찰이 있는데 감독의 가치관과 세계관을 짐작할 수 있다. 죽음을 너무 슬프게도, 삶을 너무 희망적으로도 바라보지 않는다. 영화를 직접 보면 슬프다고 느껴지기도 하면서도, 그렇다고 너무 신파적으로 흐르지도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어멍’ 스틸사진. 사진=서울독립영화제(SIFF) 제공 <‘어멍’ 스틸사진. 사진=서울독립영화제(SIFF) 제공>

삶과 죽음을 바라보는 태도는 <어멍>의 영상과도 맥락을 같이 한다. 제주도의 아름다운 풍광을 무척 환상적으로 영상에 담지도 않고, 그렇다고 숙자와 율이 사는 집을 너무 초라하게 보이게 하지도 않는다.
 
삶과 죽음에 대한 태도, 영상 속에 표현된 제주도의 모습에 대한 표현의 폭을 넓혔으면 영화는 입체적으로 보였을 수도 있지만, 담담한 태도와 그에 따른 성찰은 덜 느껴졌을 수도 있다. 감독이 선택한 정서를 따라가며 관람하면, 감독은 있는 그대로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려고 노력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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