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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영화] 서울독립영화제2018(10) ‘그가 사는 곳’(감독 이상일) 기록과 기억, 감정! 의식과 무의식!

발행일 : 2018-11-15 11:16:10

이상일 감독의 <그가 사는 곳>은 제44회 서울독립영화제(SIFF2018, 서독제2018) 새로운선택 부문에서 상영되는 단편 영화이다. 단편적인 기록들이 하나의 기억이 되어 명신(박주희 분)을 괴롭히고, 즉발적으로 나타난 기억의 단편들은 무질서의 균형을 이루며 하나의 감정으로 수렴된다.
 
기록과 기억, 감정, 의식과 무의식의 세계에 영화는 관심을 가진다. 어떤 단서들로 촉발되기 시작하는 기억처럼, 영화는 생각과 감정, 장면의 점핑을 수반한다. <그가 사는 곳>은 감독이 쌓아놓은 단서들을 내가 얼마나 잘 받아들였는지 궁금해져, 영화가 끝난 후에 다시 또 봐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는 작품이다.

‘그가 사는 곳’ 스틸사진. 사진=서울독립영화제(SIFF) 제공 <‘그가 사는 곳’ 스틸사진. 사진=서울독립영화제(SIFF) 제공>

◇ 설명을 하기보다는 질문을 하는 내레이션
 
영화는 명신의 내레이션을 통해 스토리텔링이 진행된다. 사건을 설명하는 내레이션보다는 감정을 나타내는 내레이션이 주를 이루기 때문에 우리나라 관객들이 좋아하는 내레이션 방법을 선택한 것은 맞다.
 
그런데 영화 속 내레이션 감정을 알려주며 설명하기보다는 질문을 더 많이 한다. 녹음기에 녹음된 내용 또한 질문의 형태를 띤 것이 많아, 들으면 바로 이해가 되기보다는 들으면 더 궁금증이 커진다.
 
명신의 내레이션과 녹음기를 통해 나오는 정욱(이종무 분)의 목소리는 대화라기보다는 시를 읊는다는 느낌을 준다. 어쩌면 감독은 관객이 영화의 내용 자체에 몰입하기보다는 정서적인 공감, 감정적인 교감을 원했을 수도 있다고 생각된다.

‘그가 사는 곳’ 스틸사진. 사진=서울독립영화제(SIFF) 제공 <‘그가 사는 곳’ 스틸사진. 사진=서울독립영화제(SIFF) 제공>

◇ 기록과 기억, 감정! 의식과 무의식!
 
<그가 사는 곳>에서 감독은 기록과 기억, 감정 사이의 관계에 대한 통찰력을 가지고 집요하게 파고든다. 기록을 비롯해 어떤 단서들로 기억이 촉발되고, 그 촉발된 기억은 무질서의 균형을 이뤄 하나의 감정으로 수렴되고, 그 감정에 명신이 괴로워하는 것을 여려 차례 보여준다.
 
기억과 감정에는 사건과 사람, 시간과 공간이 모두 있을 것인데, 시각화해 명확하게 보여주지 않고 녹음기 속 대화를 통해 알려주기 때문에 사람과 공간에 대해서는 관객이 추측할 수 있는 공간을 많이 제공한다.
 
감독이 영화를 통해 집요하게 파고드는 기록과 기억, 감정은 의식과 무의식의 세계에서 해석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의식의 기억이었으면 기억 자체로 존재했을 것인데, 무의식의 기억이라면 바로 드러나지 않게 눌려졌거나 무의식의 방 안에 잠긴 채 봉쇄됐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가 사는 곳’ 스틸사진. 사진=서울독립영화제(SIFF) 제공 <‘그가 사는 곳’ 스틸사진. 사진=서울독립영화제(SIFF) 제공>

의식과 무의식으로 해석한다면 표면적으로는 그럴 수 있겠구나 싶으면서 쉽게 이해할 수 있는데, 구체적으로 차분히 살펴보면 제대로 알기는 더 어려울 수도 있다. <그가 사는 곳>는 사건의 영화라기보다는 감정의 영화라고 볼 수 있는데, 사건 속에서의 감정이라기보다는 사건이 잘 드러나지 않는 상황에서의 감정이기 때문에 더욱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다.
 
감독과 똑같은 경험과 기억, 상황, 감정, 감성을 가지고 있지 않으면 감독이 100% 의도한 대로 <그가 사는 곳>을 이해하기는 힘들다고 여겨진다. 그렇지만 감정이입할 경우 영화를 보면서 충분히 감동받을 만큼 느끼고 깨달을 수도 있다.
 
<그가 사는 곳>에서 피아노 소리가 나면 명신은 흔들린다. 재능이 없음에도 포기하지 못한 피아노와 피아노 선생님이었던 정욱. 피아노와 정욱은 모두 명신의 의식과 무의식에 존재하는 기억이자 감정이라고 생각된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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