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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영화] 서울독립영화제2018(8) ‘기억 아래로의 기억’(감독 조희영) 기억에 대한 불완전함

발행일 : 2018-11-14 06:00:43

조희영 감독의 <기억 아래로의 기억>은 제44회 서울독립영화제(SIFF2018, 서독제2018) 본선경쟁 부문에서 상영되는 단편 영화이다. 감독은 ‘기억에 대해 불완전함의 태도를 부여하고 싶었습니다.’라고 연출의도를 밝힌 바 있다.
 
기억이 나지 않는 물건에 대해 등장인물들이 가지는 태도는 일반적인 현실에서와 다르게 보인다. 현실에서는 출처와 소유가 확실하지 않을 때 일단 내 것으로 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데, 영화 속에서는 반대이다. 이런 설정은 감독의 의지이자 선택일 수 있다.

‘기억 아래로의 기억’ 스틸사진. 사진=서울독립영화제(SIFF) 제공 <‘기억 아래로의 기억’ 스틸사진. 사진=서울독립영화제(SIFF) 제공>

◇ 기억에 대한 불완전함! 같은 사건에 대한 서로 다른 기억과 그 기억에 대한 확신!
 
우리는 살면서 같은 사건에 대해 서로 다른 기억을 하고 있는데, 나와 다른 사람은 그 기억에 대해 각각 확신을 가지고 있는 경우도 있다는 것을 종종 경험하게 된다. <기억 아래로의 기억>은 기억에 대한 불완전함을 다루고 있는 영화이다.
 
처음부터 잘못 인지된 기억일 수도 있고, 시간이 지나면서 기억의 왜곡이 일어났을 수도 있다. 기억의 재해석과 재조합이 이뤄진 후 왜곡된 기억에 대한 확신을 가지게 됐을 수도 있다.

‘기억 아래로의 기억’ 스틸사진. 사진=서울독립영화제(SIFF) 제공 <‘기억 아래로의 기억’ 스틸사진. 사진=서울독립영화제(SIFF) 제공>

영화 속에서는 출처와 소유에 대해 기억이 확실하지 않은 물건들이 다수 등장한다. 현실에서는 그럴 경우 그런 물건을 일단 본인의 소유로 하려는 경향이 있는데, 영화에서는 반대로 내 기억에 확신이 없으면 내 것으로 하려고 하지 않는다. 박석영(고유준 분)의 태도와 같은 이런 설정은 감독의 의지이자 선택일 수 있다고 추측된다.
 
◇ 본인은 큰 악의 없이 말하면서도 다른 사람들에게 상처 주는 은주
 
오랜만에 우연히 이유경(김예은 분)과 윤성현(하성국 분)을 만난 오은주(문혜인 분)는 큰 악의가 없으면서도 다른 사람들에게 상처 주는 말을 한다. 의식적 혹은 무의식적 공격일 수도 있고, 다른 사람의 입장을 이해하지 못하고 배려심이 없기 때문일 수도 있다.

‘기억 아래로의 기억’ 스틸사진. 사진=서울독립영화제(SIFF) 제공 <‘기억 아래로의 기억’ 스틸사진. 사진=서울독립영화제(SIFF) 제공>

은주는 성현을 걱정하는 것처럼 말하면서 개인전을 하지 않은 석영을 비난하고, 그냥 팩트를 이야기하는 것처럼 말하면서 유경의 과거를 건드린다. 영화를 보면서 내 주변에도 이런 사람 꼭 있다고 생각하는 관객도 있을 것이다.
 
은주의 대화를 듣고 은주가 뭐 잘못한 게 있냐고 말하는 관객은, 어쩌면 본인도 은주처럼 행동할 수도 있을 것이다. 가진 게 많은 사람에게는 별거 아닌 말과 행동이, 결핍이 있는 사람에게는 큰 상처가 될 수 있다는 점을 한 번쯤 깊게 생각할 필요가 있다.

‘기억 아래로의 기억’ 스틸사진. 사진=서울독립영화제(SIFF) 제공 <‘기억 아래로의 기억’ 스틸사진. 사진=서울독립영화제(SIFF) 제공>

◇ 내면을 이야기한 유경, 팩트로 방어하고 거부한 석영
 
언니 집에 두고 간 자기 짐을 정리하다가 유경이 발견한 담뱃갑 종이 뭉치가 유경에게는 그 자체로 중요하다기보다는 지난날과 현재를 다시 연결할 수 있는 매개체로서 더욱 의미를 가진다고 볼 수 있다.
 
그렇지만 석영은 팩트에 대한 명확한 확인을 통해 방어하고 거부하는 의사를 분명하게 밝힌다. 기억의 불완전함 자체에 초점을 맞추고 있던 이야기는, 기억의 불완전함 속에 분명한 태도를 부여하는 사람과 그 사람의 마음을 더욱 조명한다.

‘기억 아래로의 기억’ 스틸사진. 사진=서울독립영화제(SIFF) 제공 <‘기억 아래로의 기억’ 스틸사진. 사진=서울독립영화제(SIFF) 제공>

영화의 제목에 대입해보면 담뱃갑 종이 뭉치가 ‘기억’이었다면, 그 시절 그 안에 있었던 사람의 마음은 ‘기억 아래로의 기억’이라고 볼 수 있다. 단순히 기억이 불완전한 게 아니라, 기억 아래로의 기억, 즉 그 안에 있는 마음이 불완전하고 불안정하다고 볼 수도 있는 것이다.
 
<기억 아래로의 기억>은 보이는 외적 형태에만 집중하면 쉽게 메시지를 얻을 수 있는 작품인데, 그 안에 들어가 있는 것에 집중하면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관객의 각자 성향과 기억에 대한 경험에 따라 다르게 해석하고 받아들일 수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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