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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영화] 서울독립영화제2018(3) ‘아워바디’(감독 한가람) 노력을 배신하지 않는 건 육체뿐?

발행일 : 2018-11-12 08:56:28

한가람 감독의 <아워바디>는 제44회 서울독립영화제(SIFF2018, 서독제2018) 본선경쟁 부문에서 상영되는 장편 영화이다. 긴 고시 생활에 지쳐 공부도 삶도 놓아버린 8년 차 행정고시생 자영(최희서 분)은 건강한 생명력으로 가득 찬 현주(안지혜 분)를 만나 현주처럼 되고 싶다는 생각에 생애 처음 달리기를 시작한다.
 
노력에 대한 보상을 기대하기 힘든 시대에, 육체만은 노력한 대로 그 성과를 보여준다는 생각하는 감독의 생각에 영화를 보면서 점점 더 공감하게 된다. 강하게 내면을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내면 심리를 차분하게 표현한 최희서와 안지혜의 연기와 케미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아워바디’ 스틸사진. 사진=서울독립영화제(SIFF) 제공 <‘아워바디’ 스틸사진. 사진=서울독립영화제(SIFF) 제공>

◇ 노력에 대한 보상을 기대하기 힘든 시대! 육체만은 노력한 대로 그 성과를 보여준다는 생각하는 감독의 생각!
 
‘건강하고 아름다운 몸이 가치를 갖는 현대사회에서 몸은 타인에게 원하는 대로 보여줄 수 있는 또 하나의 자아가 아닐까’라고 감독은 연출 의도를 통해 밝혔다. 노력에 대한 보상을 기대하기 힘든 시대에, 육체만은 노력한 대로 그 성과를 보여준다고 감독은 생각한다.
 
대학을 졸업하고 몇 개의 원서를 내면 그중 몇 군데에서 합격해 골라서 취직할 수 있었던 시절을 살았던 기성세대는, 백 곳에 원서를 내도 한 곳으로부터도 합격 통지를 받지 못하는 게 일반적인 청춘들의 마음과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할 수가 많다. 위로한다고 하면서 상처 주는 엄마의 모습이 대표적인 예인데, 현실감각 없이 살아서 부럽다고 비꼬는 친구의 모습 또한 같은 맥락의 뉘앙스를 가지고 있다.
 
좌절감에 도전하는 것조차 쉽지 않은 시대에 살고 있는 청춘들은 감독의 시야에 무척 공감할 것이고, 기성세대는 도전에 대한 의지가 없는 것이 아니냐고 비난의 목소리를 낼 수도 있다. 준비하고도 시험을 안 본 자영에 대한 반응 또한 마찬가지일 것이다.

‘아워바디’ 스틸사진. 사진=서울독립영화제(SIFF) 제공 <‘아워바디’ 스틸사진. 사진=서울독립영화제(SIFF) 제공>

◇ 모 아니면 도, 전부가 아니면 전무인 시대, 커지는 사회 격차
 
행정고시생이었던 자영의 31살 첫 사회생활은 친구 민지가 근무하는 회사의 아르바이트이다. 고시에 합격하지 않아도 은행, 대기업, 준국가기관에 취업할 수 있었던 시대와는 달리, 자영이 사는 현실은 고시에 합격하지 못하고 나이를 먹으면 아무것도 하기 힘들다.
 
모 아니면 도, 전부 가지지 못하면 하나도 가지지 못하게 될 수 있는 시대, 더욱 벌어지는 사회 격차를 실제로 겪는 청춘들은 <아워바디>를 보면서 속으로 계속 울 수도 있다.

‘아워바디’ 스틸사진. 사진=서울독립영화제(SIFF) 제공 <‘아워바디’ 스틸사진. 사진=서울독립영화제(SIFF) 제공>

◇ 함께 달리기는 함께 살 수 있는 세상을 꿈꾸게 만든다
 
<아워바디>는 관객을 절대적인 절망으로 끌고 가지도 않고, 그렇다고 희망고문을 하지도 않는다. 더 열심히 산다면 끝끝내 무언가 이뤄진다는 막연한 격려도 하지 않는다.
 
운동은 나 혼자만 열심히 하면 결과를 낼 수 있는데, <아워바디>는 운동에도 함께 하는 가치를 부여한다. 현주를 비롯한 다른 사람들과 함께 달리는 것은, 함께 살 수 있는 세상을 꿈꿀 수 있다는 것을 기대하게 만든다.
 
<아워바디>에서 최희서와 안지혜의 케미는 무척 돋보이는데, 강하게 내면을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내면 심리를 표현해 어떤 마음을 가지고 있는지 계속 생각하게 만든다. 안지혜와 같이 만들어가던 정서를 최희서 혼자 이어갈 때, 관객 또한 상실감에 마음이 매우 아플 수도 있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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