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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영화] 서울독립영화제2018(2) ‘보희와 녹양’(감독 안주영) 옆에 있어주는 사람들의 소중함

발행일 : 2018-11-11 08:52:55

안주영 감독의 <보희와 녹양>은 제44회 서울독립영화제(SIFF2018, 서독제2018) 본선경쟁 부문에서 상영되는 장편 영화이다. 엄마와 둘이 사는 중학생 보희(안지호 분)는 어느 날 자신의 아빠가 살아있다는 사실을 알게 돼 엄마에 대한 배신감으로 집을 나오고, 단짝 친구인 녹양(김주아 분)과 함께 아빠에 대한 단서들을 찾아다니기 시작한다.
 
<보희와 녹양>은 익숙한 소재, 익숙한 장면을 뻔하지 않게 바꾸는 디테일과 그 안에 스며든 따뜻함이 돋보이는 영화이다. 본인의 모습을 그냥 보여주듯 뛰어난 연기력을 보여준 배우 안지호, 김주아의 연기력과 안주영 감독의 연출력 또한 주목된다.

‘보희와 녹양’ 스틸사진. 사진=서울독립영화제(SIFF) 제공 <‘보희와 녹양’ 스틸사진. 사진=서울독립영화제(SIFF) 제공>

◇ 녹양은 안주영 감독의 분신? 감독의 어릴 적 모습?
 
<보희와 녹양>에서 녹양은 감독의 분신이자 어릴 적 모습일 수도 있다고 추측된다. 녹양은 폰으로 영상을 찍으며 즉석에서 시나리오를 만들어가고, 일단 많이 찍어 놓으면 영화를 만들 수도 있다고 말한다. 녹양의 모습이지만 감독이 말하는 것처럼 상상되기도 한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녹양은 영화를 보는 것 또한 광적으로 좋아할 것이라 예상할 수 있지만, 의외의 반전은 흥미롭다. 영화관에서 영화 보다가 잠을 자는 것을 당당하게 말하기도 하는데, 영화 속 영화인이 아닌 생활 속 영화인의 어릴 적 모습을 보는 것 같다.
 
녹양이 감독과 동일 인물이라고 가정하면, 보희는 감독의 뮤즈일 수도 있다고 생각된다. 감독은 멀리 있는 판타지적 인물이 아닌, 현실에서 옆에 있어주는 소중한 사람을 뮤즈로 선택했을 수도 있다.

‘보희와 녹양’ 스틸사진. 사진=서울독립영화제(SIFF) 제공 <‘보희와 녹양’ 스틸사진. 사진=서울독립영화제(SIFF) 제공>

◇ 익숙한 소재, 익숙한 장면을 뻔하지 않게 바꾸는 디테일과 그 안에 스며든 따뜻함
 
<보희와 녹양>은 익숙한 소재, 익숙한 장면을 뻔하지 않게 바꾸는 디테일과 그 안에 스며든 따뜻함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배다른 누나 남희와 어릴 적에 만났던 장면은 시트콤이나 드라마처럼 표현되면서, 불편하기보다는 재미있게 다가온다.
 
남희와 동거하는 남자의 다리에 새겨진 문신은 문신이라기보다는 낙서처럼 보이기도 하고, 갑자기 주저앉은 보희에게 인공호흡을 해야 한다고 하는 모습은 관객들을 긴장에서 이완하게 만들 수도 있다.
 
갑자기 찾아온 보희에게 포근한 미소를 보내는 남희는 관객의 예상을 깨는 따뜻함을 전달한다. 복잡하게 얽힌 가족관계를 관객들에게 알려주는 법 또한 흥미로운데, 너무 머리 아프지 않게 받아들이게 만든다. 보희를 둘러싼 가족관계를 숙제하듯 익혀야 하기보다는 있는 그대로 그냥 봐도 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다.

‘보희와 녹양’ 스틸사진. 사진=서울독립영화제(SIFF) 제공 <‘보희와 녹양’ 스틸사진. 사진=서울독립영화제(SIFF) 제공>

◇ 본인의 모습을 그냥 보여주듯 뛰어난 연기력을 보여준 배우 안지호, 김주아!
 
<보희와 녹양>에서 영화 전체를 이끄는 배우는 안지호와 김주아이다. 두 젊은 배우는 본인의 모습을 그냥 보여주듯 뛰어난 연기력을 보여준다. 성인 배우에 맞춰 원활한 연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두 사람이 주도적으로 실감 나게 연기를 한다는 점이 주목된다.
 
아이다운 풋풋함과 어른스러운 내면을 두 배우는 모두 잘 표현한다. 배우 자체의 연기력일 수도 있고, 감독이 그런 연기력을 잘 끌어냈을 수도 있다. 두 배우와 감독 모두에게 기대를 가지게 만드는 연기력과 연출력이다.
 
<보희와 녹양>을 보면 성인 배우들의 연기에도 풋풋함이 느껴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감독은 영화의 전체적인 정서를 보희와 녹양에게 맞추는 일관성을 발휘한다. 결핍을 상처로 느끼게 만들 수도 있지만, 있는 그대로 바라볼 수 있게 만드는 감독의 따뜻함 또한 이 작품을 보며 느껴지는 감정의 일관성이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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