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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영화] EBS국제다큐영화제(2) ‘한계상황’ 개별 경쟁에서의 한계상황, 인간의 한계에 대한 도전

발행일 : 2018-08-17 06:09:21

마르타 프루스 감독의 <한계상황(Over the Limit)>은 제15회 EBS국제다큐영화제(EIDF2018) 월드 쇼케이스 섹션의 한국 프리미어(Korean Premiere) 상영작이다. 엘리트 리듬체조선수 리타 마문을 중심으로, 러시아의 선수 훈련 시스템의 아슬아슬한 경계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한국어 제목이 주는 섬뜩한 이미지는 강렬한 인상을 전하는데, 영어 제목이 주는 의지의 표현과 같이 생각할 필요가 있다. 리듬체조 장면을 스포츠로만 바라보는 게 아니라 드라마로 바라보는 다큐멘터리라는 점이 주목된다.

‘한계상황’ 스틸사진, 사진=EBS국제다큐영화제 제공 <‘한계상황’ 스틸사진, 사진=EBS국제다큐영화제 제공>

◇ 한국어 영화 제목이 주는 섬뜩한 이미지, 영어 영화 제목이 주는 의지의 표현
 
영화의 한국어 제목은 ‘한계상황’으로 제목부터 감정이입할 경우 섬뜩한 이미지가 훅 들어와 마음을 답답하게 만들 수 있다. 영어 제목인 ‘Over the Limit’는 의지와 방향성을 가지고 있는데, 그렇다고 해서 한국어 제목을 ‘한계를 넘어서’라고 했을 경우 임팩트는 상당히 줄어들었을 것이다
 
한계상황은 세계적 수준에서의 가장 치열한 경쟁을 뜻하기도 하고, 지금까지의 인간의 한계에 대한 도전을 뜻하기도 한다. 본인이 이루는 것이 바로 역사가 되기도 하지만, 어느 한순간이라도 방심하면 살아있는 전설이 아닌 역사의 뒤안길에서 기억되는, 면도날 위에 서서 균형을 잡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영화 속에서 리타 마문이 매진하는 리듬체조는 아름다운 미학으로 승부하는 종목이다. 환호와 찬사가 더욱 뛰게 만드는 힘인 동시에 본인을 옥죄는 부담을 준다. 아름다운 모습을 보면서 이면에 치열한 신체적, 정신적 노동을 떠올리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예술로 표현해야 하는데 그 내부에는 고도의 기술적인 면이 뒷받침돼야 하고, 기술을 예술로 승화하기 위해 어떤 누구보다도 신체적으로 정신적으로 힘든 노동이 뒤따른다는 것을 알아주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그런 본인의 노력을 알아달라고 어필할 수도 없다는 점은 리타 마문을 비롯한 선수들을 한계상황으로 더욱 몰고 간다고 생각된다. 선수로서 리듬체조를 할 수 있는 시기가 한정되기 때문에, 오랜 기간 버티고 노력한다고 될 수 있는 것도 아니라는 점 또한 ‘한계상황’이라는 표현을 더욱 와닿게 만든다.

‘한계상황’ 스틸사진, 사진=EBS국제다큐영화제 제공 <‘한계상황’ 스틸사진, 사진=EBS국제다큐영화제 제공>

◇ 리듬체조 장면을 스포츠로만 바라보는 게 아니라 드라마로 바라보는 다큐멘터리
 
<한계상황>에는 리듬체조 장면도 나온다. 아름다운 장면을 감상할 수 있는 즐거움이 있는데, 스포츠 중계처럼 리타 마문의 모습에만 초점을 맞추는 게 아니라, 코치 뒤에서 경기장 속 마문을 바라보는 카메라 설정이 주목된다.
 
<한계상황>이 다큐멘터리로서의 가치를 가지는 것은, 스포츠 중계와는 다른 시야와 드라마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감정을 몸으로 얼굴로 표현하는 일을 하면서도, 실제 본인의 감정을 드러낼 수는 없는 리타 마문을 보면서 리듬체조 선수들뿐만 아니라 많은 아티스트들 또한 비슷한 아픔을 겪고 있다는 것이 떠오른다.
 
감정이입해 관람하는 관객, 약간 떨어져서 관람하는 관객 모두 영화 마지막의 자막에 모두 숙연해질 수 있다. 그래도 어쨌든 세계 최고의 이야기가 아니냐는 불편한 마음이 있었더라도, 이제는 나와 같은 사람의 이야기라고 받아들이는 여운을 남기게 된다. 진정성을 가진 다큐멘터리 자막의 힘이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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