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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갤러리] 김세종민화컬렉션 ‘판타지아 조선 Fantasia Joseon’ 회화적 관점에서 민화를 받아들일 수 있는가?

발행일 : 2018-07-19 05:59:05

예술의전당,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주최, 김세종민화컬렉션 <판타지아 조선 Fantasia Joseon>이 7월 18일부터 8월 26일까지 예술의전당 서예박물관, 12월 14일부터 2019년 2월 10일까지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문화창조원에서 예술의전당 개관 30주년, 광주은행 창립 50주년 기념으로 전시된다.
 
<판타지아 조선> 전시를 통해 김세종 컬렉터는 ‘민화를 회화적 관점에서 받아들일 수 있는가?’라는 화두를 제시했는데, 궁중화가 아닌 문자도, 책거리, 화조, 산수, 삼국지, 구운몽, 까치호랑이, 무속화 등을 차분히 경험할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이다.
 
◇ ‘화조인물도(花鳥人物圖), 19세기 중반, 종이에 채색, 97×41cm’
 
‘화조인물도(花鳥人物圖), 19세기 중반, 종이에 채색, 97×41cm’는 꽃과 새, 사람을 한 그림 안에서 볼 수 있는 작품이다. 전형적인 민화 소재가 사용된 것인데, 이들의 조합은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을지 찾아볼 수도 있지만, 이들의 조합으로 어떤 이야기를 만들 수 있을지 상상하면서 관람하는 것도 관람객에게 신선한 즐거움을 줄 수 있다.

‘화조인물도(花鳥人物圖), 19세기 중반, 종이에 채색, 97×41cm’. 사진=예술의전당 제공 <‘화조인물도(花鳥人物圖), 19세기 중반, 종이에 채색, 97×41cm’. 사진=예술의전당 제공>

작가가 의도한 것이 무엇인지 전하려는 메시지가 무엇인지 살펴보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관람객 눈앞에 있는 민화의 이야기를 그림을 보면서 관람객이 직접 만들어보는 것도 민화 정신의 실천일 것이다.
 
민화 정신에는 모든 사물에 영혼이 있고 각각이 모두 중요하다는 사상이 담겨 있는데, 배경으로 생각됐던 모든 사물이 공동 주인공이라는 시야로 그림을 보면, 만화를 민화답게 보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화조인물도’가 그려진 19세기 중반은 사회적이나 정치적인 면으로 볼 때는 지금과 판이하게 다른 상황이지만, 인간 심리를 기준으로 보면 100년에서 200년 정도의 차이 밖에 안 나는 시기라고 볼 수도 있다. 민화를 과거의 그림으로 볼 수도 있지만, 현재의 시각으로 볼 수도 있는 이유인데, ‘화조인물도’ 또한 그런 시야로 자유롭게 볼 수 있다.
 
◇ ‘까치호랑이(虎鵲圖), 19세기 후반, 종이에 채색, 80×48cm’
 
‘까치호랑이(虎鵲圖), 19세기 후반, 종이에 채색, 80×48cm’에서 볼 수 있는 것과 같이 민화에서의 호랑이는 단순히 무섭게 그려지기보다는 해학적일 수도 귀여울 수도 있게 그려진다는 점이 눈에 띈다.

‘까치호랑이(虎鵲圖), 19세기 후반, 종이에 채색, 80×48cm’. 사진=예술의전당 제공 <‘까치호랑이(虎鵲圖), 19세기 후반, 종이에 채색, 80×48cm’. 사진=예술의전당 제공>

민간에 전해져 내려오는 까치와 호랑이 설화를 담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호랑이의 모습을 과장되면서도 풍자적으로 그린 이유를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지배층에 시달리는 백성의 억울함, 백성을 괴롭히는 지배층의 거드름이라는 시야로 ‘까치호랑이’를 보면 민화를 통한 ‘소심한 복수’가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찾을 수 있다.
 
가진 자에게 조직적으로 적극적인 대항을 하지는 못하였지만, 내면의 억울함을 그냥 참지만은 않았던 것이다. 민화에는 스토리텔링이 담겨 있고 그렇게 이야기를 담고 있을 정도로 함축적이라는 점을 민화를 보는 하나의 기준으로 삼을 수 있다.
 
◇ ‘제주문자도(濟州文字圖), 20세기 전반, 종이에 채색, 70×22cm’
 
‘제주문자도(濟州文字圖), 20세기 전반, 종이에 채색, 70×22cm’는 글자를 그림으로 만든 재치가 보이는 작품이다. 제주 특유의 3단 화면 구성법을 이 작품에서도 볼 수 있는데, 글자와 그림은 동일한 색감으로 표현되고 있다.

‘제주문자도(濟州文字圖), 20세기 전반, 종이에 채색, 70×22cm’. 사진=예술의전당 제공 <‘제주문자도(濟州文字圖), 20세기 전반, 종이에 채색, 70×22cm’. 사진=예술의전당 제공>

‘제주문자도’는 구상화와 추상화의 조합이라고 볼 수도 있다. 유교 이념인 ‘효제충신 예의염치(孝悌忠信 禮義廉恥)’를 전달하면서 사물과 동물을 연결하고 있는데, 만물에 영혼이 담겨 있다는 민화 정신이 이런 조합을 가능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유교 이념을 구상적인 그림으로 표현하려면 사람과 행동이 표현돼야 할 것으로 추측될 수도 있는데, 민화이기 때문에 ‘제주문자도’와 같은 표현이 가능하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림 속에서 엄청난 것을 끌어내려고 하지 않아도 민화 정신의 기본을 아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민화를 즐길 수 있다는 것은, 직접 관람하고 경험하면 더욱 와닿을 것이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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