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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뮤지컬] ‘이블데드’ 극강의 공포와 코미디 속에서, 소외된 엑스트라 좀비 역을 챙기는 디테일과 휴머니즘

발행일 : 2018-06-20 00:30:50

쇼보트 주최, 손지은 연출, 2018 뮤지컬 <이블데드>가 6월 12일부터 8월 26일까지 대학로 유니플렉스 1관에서 공연 중이다. 티켓에는 “누구나 하나쯤 애정하는 좀비가 있다!”라는 문구가 있는데, 두 편의 영화를 한 편의 뮤지컬로 재탄생시키면서 작품의 정서를 어떻게 이끌고 가는지 알려주는 중요한 표현이다.
 
극강의 공포와 코미디를 펼치면서도, 소외된 엑스트라 좀비 역을 챙기는 휴머니즘을 뮤지컬 <이블데드>는 보여주고 있다. 뮤지컬적 재미를 위한 설정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열심히 하는데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나의 노력을 바라봐 주는 디테일에 감동의 공감을 느끼는 관객도 있을 것이다.

‘이블데드’ 공연사진, 사진=쇼보트 제공 <‘이블데드’ 공연사진, 사진=쇼보트 제공>

◇ 파격적인 무대와 B급 코미디의 유쾌함! 무대 공포증이 있던 배우에게도 영혼의 해방을 선사하는 작품
 
<이블데드>는 극한 작품이라고 볼 수 있다. 파격적인 무대와 B급 코미디가 관객들에게 유쾌함을 선사하는데, 실제로 무대에 서는 배우들은 쉽지 않은 연기를 감당해야 한다. 진지하면서도 슬랩스틱 코미디 이상의 역동적인 움직임과 안무를 소화해야 하는데, 무대 공포증이 있던 배우가 만약 <이블데드>로 한 시즌을 보낸다면, 더 이상 무대에 서는 것이 두려워지지 않을 것이다.
 
실제로 “<이블데드>만큼은 아니지만 강렬한 움직임을 소화해야 하는 작품”, “<이블데드> 이후 이런 작품을 다시 만나니 반갑기도 하고 흥분되기도 한다”라고 다른 작품의 프레스콜에서 <이블데드> 출신 배우들이 소감을 밝히고 있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관객석에서 일본인 관객을 꽤 만날 수 있는 것은 스캇 역의 블락비 유권의 영향일 수 있는데, 일본어 자막이 제공되지 않아도 전체적인 내용을 공감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는 점이 눈에 띈다. 물론 대화의 디테일이 주는 재미를 다 향유하지는 못할 것이다.

‘이블데드’ 공연사진, 사진=쇼보트 제공 <‘이블데드’ 공연사진, 사진=쇼보트 제공>

◇ 관람이냐? 체험이냐? 스플레터석의 체험형 관람
 
영화관에서 IMAX 관람, 3D 관람, 4D 관람을 홍보하는 문구로 ‘관람이냐? 체험이냐?’라는 개념을 전달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블데드>도 무대와 가까운 스플레터석의 경우에는 ‘관람이냐? 체험이냐?’를 생각하게 만드는 체험형 관람이 가능하다는 점이 관객들의 인기를 끌고 있다.
 
제2막에서 스플레터석 관객들은 우비 등을 입고 참여하는데, 배우들이 뿌리는 피와 물을 맞게 된다. 스플레터석 관객들은 그 시간에 배우를 무척 가까이에서 볼 수 있다는 특권을 누리게 되는데. 마치 분수대에서 물을 맞으며 뛰어노는 아이들과 같은 재미를 느낄 수도 있다.

‘이블데드’ 공연사진, 사진=쇼보트 제공 <‘이블데드’ 공연사진, 사진=쇼보트 제공>

공연에 참여한다는 즐거움은 관객의 입장에서는 무척 소중한 경험이다. 박수와 환호 이외에는 특별히 참여할 수 있는 게 드문 뮤지컬에서, 우비라는 의상을 입고 공연의 하이라이트에 참여하는 기회는 뜻깊은 경험의 시간이 될 것이다.
 
<이블데드>의 커튼콜 시간에는 본공연부터 이어온 무대 2층에서의 라이브 연주와 함께 콘서트처럼 신나게 노래 부르는데, 나에게 피와 물을 뿌린 배우가 열창하는 모습에 환호하는 즐거움은 겪지 못한 사람들은 모르는 나만의 기쁨일 수 있다.
 
◇ 극강의 공포와 코미디 속에서 소외된 엑스트라 좀비 역을 챙기는 휴머니즘
 
<이블데드>는 대형마트의 성실한 종업원 애쉬(강정우, 김대현, 서경수 분)와 그의 절친 스캇(우찬, 유권 분), 스캇이 3일 전에 꼬신 셀리(김려원, 최미소 분), 애쉬의 여자친구 린다(김히어라, 서예림 분), 애쉬의 괴짜 여동생 셰럴(김리, 송나영 분)이 오두막으로 여행을 떠나면서 펼쳐지는 이야기이다. 제이크(원종환, 육현욱 분), 에드(문장원 분), 루돌프/멀티(손지환, 강형석 분), 앙상블(이태준, 유다해 분)도 등장한다.

‘이블데드’ 공연사진, 사진=쇼보트 제공 <‘이블데드’ 공연사진, 사진=쇼보트 제공>

흥미로운 점은 엑스트라 좀비에 초점을 맞추는 시간이 있다는 것이다. 좀비이지만 주인공에게 절대 위협적이지 않고, 주인공 주변에서 맴돌다가 주인공에 의해 제거되는 존재감 없는 역할에도 <이블데드>는 관심을 가진다.
 
주인공도 아닌 주연 좀비도 아닌 엑스트라 좀비에 관한 이야기를 듣다 보면 무척 공감하게 되는데, 극강의 공포와 코미디 속에서 눈에 띄지 않는 역할까지 챙기는 모습은 <이블데드>가 가진 휴머니즘이라고 볼 수 있다.

‘이블데드’ 공연사진, 사진=쇼보트 제공 <‘이블데드’ 공연사진, 사진=쇼보트 제공>

<이블데드>가 만약 휴머니즘을 전면에 내세워 강하게 표현했으면 공포와 스릴러의 정서와 상충됐을 수도 있는데, 코미디처럼 표현하면서 재미와 함께 위로와 감동을 주도록 했다는 점은 똑똑한 선택이라고 여겨진다.
 
엑스트라 좀비에도 관심을 가지는 모습은 주인공 이외의 배역에도 관심을 표현하는 동시에, 스플레터석에 집중하면서도 다른 좌석의 관객들의 마음도 위로하는 역할을 한다는 점이 주목된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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