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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영화] ‘아일라’ 울지도 못하고 동결 반응을 일으킨 아일라가 얼마나 힘들었을까 느껴져 내가 펑펑 운 시간

발행일 : 2018-06-17 04:24:13

잔 울카이 감독의 <아일라(Ayla: The Daughter of War)>는 한국전쟁에 파병된 슐레이만(이스마일 하지오글루 분)과 칠흑 같은 어둠 속에 홀로 남겨진 5살 소녀 아일라(김설 분)의 운명 같은 만남과 60년간의 그리움을 담고 있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다.
 
전쟁의 충격, 부모를 잃은 충격에 말을 잃은 아일라는 너무 무서워 울지도 못하고 동결 반응을 일으킨다. 어린아이가 전쟁의 상황에서 어떻게 저렇게 침착할 수 있냐고 대견하게 보는 관객도 있겠지만, 감당할 수 없는 공포에 자신도 모르게 동결 반응을 보이는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은 아픔에 눈물을 펑펑 흘릴 수도 있다.

‘아일라’ 스틸사진, 사진=영화사 빅 제공 <‘아일라’ 스틸사진, 사진=영화사 빅 제공>

◇ 실화를 바탕으로 한 감동적인 이야기
 
<아일라>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이다. 관객이 마음의 준비를 할 틈도 없이 영화 시작부터 훅 들어간다. 실제 전쟁의 참상도 그렇다는 것을 고려하면 영화 시작부터 무척 마음이 아프다.
 
이어서 등장하는 터키에 살고 있는 슐레이만의 등장은 확 다른 분위기를 보여준다. 완급 조절, 강약 조절의 역할을 하기도 하지만, 저런 평범한 삶을 살던 슐레이만이 한국전쟁에 참전하면서, 목숨보다 소중한 사람과 떨어져 있게 되는 것이 전쟁이라는 것을 효과적으로 보여주는 역할도 한다.

‘아일라’ 스틸사진, 사진=영화사 빅 제공 <‘아일라’ 스틸사진, 사진=영화사 빅 제공>

슐레이만은 자신에게 여자친구가 얼마나 소중한지에 대해 ‘조국과도 같은 사람’이라고 표현한다. 목숨보다 조국을 소중하게 여기는 것을 간접적으로 표현한 것인데 슐레이만의 애국심은 고립된 사람에 대한 사랑과 배려까지 연결된다는 점이 주목된다.
 
남을 돕는다는 사명감과 여자친구가 미치도록 보고 싶은 슐레이만의 마음이 영화 속에서 표현되는데, 애국심과 사랑, 정의감이 넘치는 인물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개미와 공존하는 방법에 대한 일화는 개미 한 마리도 죽이지 못하는 사람이 전쟁에서 겪을 마음의 갈등을 극명하게 대비되도록 만든다.

‘아일라’ 스틸사진, 사진=영화사 빅 제공 <‘아일라’ 스틸사진, 사진=영화사 빅 제공>

◇ 울지도 못하고 동결 반응을 일으킨 아일라가 얼마나 힘들었을까 느껴져 내가 펑펑 운 시간
 
<아일라>의 언론/배급시사회는 ‘울지도 못하고 동결 반응을 일으킨 아일라가 얼마나 힘들었을까 느껴져 내가 펑펑 운 시간’이었다. 아일라는 정말 무서워서 소리도 지르지 못한 동결 반응을 보인다. 죽고 죽이는 과정을 눈앞에서 본 아이는 자신을 보호해줄 부모도 없이 혼자 남겨져 극한의 공포를 느낀 것이다.
 
내가 아일라였다면 얼마나 무서웠을까? 아일라는 충격을 받아서 말을 못 하기도 한다. 동결 반응에 대한 책을 쓴 이후, 영화 속 동결 반응 장면을 보면 얼마나 힘들었을까 느껴져 마음이 아프고 눈물이 난다. 아는 만큼 더 크게 느끼게 되는 것이다.

‘아일라’ 스틸사진, 사진=영화사 빅 제공 <‘아일라’ 스틸사진, 사진=영화사 빅 제공>

자기의 한국 이름을 기억하기 싫은 아일라의 모습은 마음을 짠하게 만든다. 한국 아이로 버려져 있을 때는 죽음 앞에서 극한의 공포를 느꼈을 때이고, 슐레이만이 아일라로 불러줄 때는 충분히 사랑받으며 보호받기 때문이다. 보호받고 사랑받아야 안전감을 느낄 수 있다.
 
<아일라>에서 슐레이만과 다른 터키 사람들의 모습과 마음을 보면서, 실제로 터키 사람들을 만나면 잘해줘야겠다고 결심하게 됐다. 2002 한일 월드컵의 모습이 <아일라>에 나오는데, 현재가 2018 러시아 월드컵 기간이기 때문에 더욱 실감 나게 여겨진다.

‘아일라’ 스틸사진, 사진=영화사 빅 제공 <‘아일라’ 스틸사진, 사진=영화사 빅 제공>

◇ 아일라에게 슐레이만은 충분히 좋은 아빠이자 충분히 좋은 엄마
 
아일라에게 슐레이만은 생물학적 엄마가 아닌 외국인 남자이지만 아빠의 역할과 엄마의 역할을 하는 사람이다. 아일라에게 슐레이만은 충분히 좋은 아빠이자 충분히 좋은 엄마인 것이다.
 
아일라는 상처받은 자기를 데려와 치유해주고 홀로 사는 법도 알려준 슐레이만에게 ‘아빠’라고 부른다. 슐레이만은 “아빠는 아이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산다.”라고 말하는데, 부모로서의 보호의 마음과 함께 의리 코드가 담겨 있는 감동적인 표현이다.

‘아일라’ 스틸사진, 사진=영화사 빅 제공 <‘아일라’ 스틸사진, 사진=영화사 빅 제공>

<아일라>는 누구든 관람하기를 바라는 감동적인 영화이다. 그렇지만 전쟁영화이기 때문에 잔인하고 처참한 장면이 있다는 것을 각오해야 한다. 급변하는 한반도의 상황 속에서 개봉할 <아일라>에 대한 일반관객들의 반응이 궁금하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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