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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연극] ‘컨설턴트’ 이중적인 매력을 발산한 김나미, 질주하던 강승호의 눈물

발행일 : 2018-05-16 17:30:42

아크컴퍼니 기획/제작, 문삼화 연출, 정범철 극작, 임성순 원작의 <컨설턴트>가 4월 20일부터 7월 1일까지 대학로 TOM(티오엠) 2관에서 공연 중이다. 제6회 세계문학상 대상 수상작인 동명의 원작 소설을 최초 무대화한 작품으로, 영화 편집을 연상시키는 독특한 구성이 눈에 띈다.
 
김나미 자체가 가진 이중적인 매력은 <컨설턴트>에서 맞춤형 연기인 듯 실감 나게 펼쳐진다. 질주하던 강승호가 처절하게 눈물을 흘리는 장면은 그에게 감정이입했다가 빠져나온 관객을 다시 붙잡게 되는 시간인데, 강승호와 김나미의 연기 호흡 또한 돋보인다.

‘컨설턴트’ 공연사진. 사진=나인스토리 제공 <‘컨설턴트’ 공연사진. 사진=나인스토리 제공>

◇ 잘못된 명목과 명분,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한 조정
 
<컨설턴트>에서 의문의 남자 M(고영빈, 오민석, 양승리 분)으로부터 범죄소설을 의뢰받고 한 편의 시나리오를 쓰게 된 무명작가 J(주종혁, 주민진, 강승호 분)는 얼마 뒤 자신이 쓴 시나리오대로 누군가가 실제 죽게 되면서, 구조조정이라는 이름으로 죽음을 설계하는 회사의 존재를 알게 된다.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와 <킹스맨 : 시크릿 에이전트>에서와 같이 최근 영화에서도 인구를 줄인다는 명목과 명분으로 살인과 악의 실행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악당을 자주 볼 수 있는데, <컨설턴트> 또한 그런 맥락과 연결해 바라볼 수 있다.

‘컨설턴트’ 공연사진. 사진=나인스토리 제공 <‘컨설턴트’ 공연사진. 사진=나인스토리 제공>

담배는 수천만 명을 죽이지만 피는 사람이 원해서 핀 것이라는 논리처럼 <컨설턴트>를 보는 관객은 나름의 기준을 세우지 않고 극에서 말하는 것을 하나하나 따라가다 보면 그 논리에 흠뻑 젖어 설득당할 수 있다.
 
사이버 스페이스 같은 느낌을 주는 무대 장치는 익명성의 시대를 상징한다고 볼 수도 있는데, J와 M뿐만 아니라 매니저(김나미, 진소연 분)와 일인 다역의 디아더(윤광희, 김주일 분)의 이름 또한 사이버 세계에서의 닉네임과 같은 일종의 익명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컨설턴트’ 공연사진. 사진=나인스토리 제공 <‘컨설턴트’ 공연사진. 사진=나인스토리 제공>

◇ 선했던 인간이 얼마나 악해질 수 있는지 보여준 강승호의 질주
 
<컨설턴트>에서 J는 내면의 논리와 명분을 찾으려고 한다. 자연스러운 죽음이라는 이율배반적 개념을 도입하면서도 욕망과 두려움이라는 인간 내면을 꿰뚫어본다는 점이 주목된다. 원리를 알면 쉬운데 모르면 어렵다는 J의 말도 묘하게 설득력이 있다고 느껴진다.
 
J에게 감정이입한 관객은 무언가 계속 말리기 시작했다는 두려움에 쌓이다가, 이제 주도적으로 판을 이끌어가는 J의 과감함에 J로부터 감정을 벗어나기 위해 또다시 심장 박동수가 높아질 수 있다.

‘컨설턴트’ 공연사진. 사진=나인스토리 제공 <‘컨설턴트’ 공연사진. 사진=나인스토리 제공>

J 역의 강승호는 심판자가 된 듯 질주하다가 처절하게 눈물을 흘린다. 강승호에 감정이입했다가 다시 빠져나온 관객은 다시 강승호를 동정하고 공감하게 될 수 있다. 극 초반부터의 강승호의 연기 변화를 보면 그런 감정의 흐름을 잘 이끌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시키는 대로 하던 인물이 진화, 발전했을 때 얼마나 무서워질 수 있는지 강승호의 연기력은 보여준다. 그런 인물의 대표적인 예를 표현했다고 볼 수 있는데, 인공지능(AI) 로봇이 강승호처럼 될 수도 있다는 추정을 하게 되면 더욱 무서워진다. 합리화가 빠른 J를 보면서 인공지능 로봇이 빠르게 자신의 결정을 합리화한다면 정말 무서울 수 있겠다고 생각된다.

‘컨설턴트’ 공연사진. 사진=나인스토리 제공 <‘컨설턴트’ 공연사진. 사진=나인스토리 제공>

◇ 선과 악이 공존하는 캐릭터를 매력적으로 표현한 김나미
 
김나미는 자체적으로도 이중적인 매력을 가진 배우이다. 보이시한 느낌, 걸크러쉬를 나타내기도 하고, 치명적인 섹시함을 전달할 수도 있는 배우이다. <컨설턴트>에서 매니저는 선과 악이 공존하는 인물이기도 하고, 주도적이기도 하지만 순종적이기도 한 캐릭터인데 김나미는 그런 이중적인 매력을 유감없이 발휘한다.
 
합리적인 대화와 협박을 넘나들고, 위엄과 매력을 동시에 발산해 호기심을 유발한다. 명확한 발음으로 대사전달력이 뛰어난 김나미는 말과 동작의 표현을 모두 명확하게 하는 장점을 가지고 있는데, 김나미 특유의 동작은 매니저의 내면을 표현하는데 적확하게 활용되고 있다.
 
야할 수 있는 동작을 고혹적인 느낌을 살려서 표현하는 김나미는 내면의 축을 지키려고 노력하면서도 과감한 행동을 할 수 있는 여자를 실감 나게 표현했다. J는 극 초반에 매니저와 일을 하는 것 같기도 하고 연애를 하는 것 같기도 한데, 강승호와 김나미는 두 가지를 모두 다 표현하는데 뛰어남을 보여줬다.

‘컨설턴트’ 공연사진. 사진=나인스토리 제공 <‘컨설턴트’ 공연사진. 사진=나인스토리 제공>

<컨설턴트>에서 매니저는 평범한 삶을 그토록 원한다. 문화예술 작품 속에는 평범한 삶에 대한 판타지를 담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그 가치를 진정으로 느끼는 관객은 가슴을 송두리째 흔드는 듯한 울림을 느낄 수 있고, 지금의 평범한 삶이 아닌 좀 특별한 삶을 살기를 원하는 관객은 별로 와닿지 않을 수도 있다.
 
<컨설턴트>에서 유일한 여자 배역인 매니저는 헌신적으로 맡은 바 일을 하지만 어떤 누구에게도 완전한 보호를 받지 못하고 안전감을 누리지 못한다. 자신의 외모와 취향을 다 바꾸면서 희생하더라도 용도가 다하면 폐기될 수 있는 매니저 역할을 하는 김나미와 진소연은 몰입해 공연을 하면서 실제로 마음의 상처를 입을 수도 있다.
 
극 중에서 역할로 인해 준 상처이겠지만, 몰입한 배우는 공연이 끝나도 바로 빠져나오지 못할 수가 있다. 커튼콜이 끝난 후 백스테이지의 대화를 관객은 더 이상 듣지 못할지라도, J 역과 M 역의 배우가 매니저 역의 배우에게 “미안하다, 진심이 아니었다. 상처받지 말라.”라고 하는 대사를 반드시 할 수 있도록 대본이 ‘진화된 업그레이드’ 됐으면 좋겠다고 바란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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