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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갤러리] ‘김미경 개인전’ 긍정적이고 명쾌한 의지를 표현한 그림의 힘

발행일 : 2018-05-11 12:14:07

<김미경 개인전>이 5월 9일부터 15일까지 인사아트센터 3F 제1특별관에서 전시 중이다. 미국 생활의 풍경과 그것에 대한 작가의 감정을 담아낸 이번 전시에서, 오랜 공백의 시간을 이겨낼 수 있었던 작가의 예술혼을 만날 수 있다.
 
작가는 캔버스 앞에 앉아 그림을 그리고 싶었지만 캔버스를 비워놓고 항상 누워 지내야 할 정도로 아팠다고 밝힌 바 있는데, <김미경 개인전>에서 전시된 그림을 직접 보면 작가가 얼마나 긍정적이며 명쾌한 의지를 가지고 있는지를 느낄 수 있다.
 
◇ ‘Macys Ⅲ, 53.0×45.5cm, acrylic on canvas, 2018’
 
‘Macys Ⅲ, 53.0×45.5cm, acrylic on canvas, 2018’처럼 <김미경 개인전>은 Macys의 이미지가 들어가는 공통적인 작품이 많다. 작가에게 낯선 이국이 또 다른 고향처럼 익숙해졌다면, Macys가 주는 뉘앙스는 그리움일 수도 있고 외로움일 수도 있고 아팠던 시절, 꿈꿨던 시절에 대한 기억일 수도 있다.

‘Macys Ⅲ, 53.0×45.5cm, acrylic on canvas, 2018’. 사진=김미경 제공 <‘Macys Ⅲ, 53.0×45.5cm, acrylic on canvas, 2018’. 사진=김미경 제공>

‘Macys Ⅲ’는 그림 동화의 삽화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한다. 아무런 사전 지식 없이 관람할 경우 아름다운 동화의 세상을 상상할 수도 있다. 이는 작가가 긍정적이며 명쾌한 것을 좋아한다고 추정할 수 있게 만든다.
 
땅은 초록의 파릇파릇함을 느낄 수 있고, 파란 하늘은 낮 같기도 하고 밤 같기도 하다. 비행기 또한 정직한 궤도로 나르고 있다. 태양일 수도 있고 달일 수도 있는 행성은 흰색과 빨간색 원이 교대로 겹쳐져 있는데 작가는 복잡한 심경을 이 한 곳에 집중하게 만들고, 다른 모든 세상에 긍정성을 부여했다고 볼 수 있다.
 
◇ ‘Dreaming A Lot Lately Ⅰ(꿈꾸는 사람 Ⅰ), 72.7×60.6cm, acrylic on canvas, 2017’
 
‘Dreaming A Lot Lately Ⅰ(꿈꾸는 사람 Ⅰ), 72.7×60.6cm, acrylic on canvas, 2017’은 작가가 집착이라는 괴물에 마음이 매달려 있던 어느 날, 전남 ‘운주사’라는 사찰에서 만난 와불(누워있는 불상)을 마음에서 지울 수 없어서 만든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Dreaming A Lot Lately Ⅰ(꿈꾸는 사람 Ⅰ), 72.7×60.6cm, acrylic on canvas, 2017’. 사진=김미경 제공 <‘Dreaming A Lot Lately Ⅰ(꿈꾸는 사람 Ⅰ), 72.7×60.6cm, acrylic on canvas, 2017’. 사진=김미경 제공>

완성된 와불은 누워있는 모습을 하고 있는데, 사실 운주사의 와불들은 완성된 불상이 아니라 미처 일으켜 세우지 못한 부처들이었는데, 작가는 서 있어야 하는 데 누워있는 와불에 내면을 투사하고 있다고 여겨진다.
 
그림은 동심을 표현한 것처럼 각각의 물체가 분리돼 있다. 구체적인 물체도 있고, 내면을 상징하는 추상적인 도형도 있다. 꿈꾸는 사람은 누워있는데 팔은 표현돼 있지 않고 꿈꾸는 사람의 눈일 수도 있고 다른 사람의 눈일 수도 있는 눈이 누워있는 사람을 쳐다보고 있다.
 
하나하나 분석하면 내면의 갈라진 틈과 기억이 그림에 분리돼 표현되고 있다고 볼 수도 있는데, 그냥 편하게 얼핏 보면 동화의 내용을 표현한 삽화처럼 보일 수도 있다. 이런 단순화 속 밝은 느낌은 작가의 긍정성이라고 생각된다.
 
작가는 자신의 내면의 힘든 부분을 그림으로 쏟아내기보다는 내면에 남아 있는 꿈과 희망, 긍정성을 그림으로 쏟아내 다시 자신에게 에너지를 주려고 했다고 볼 수 있다. 병명도 알 수 없었던 작가가 일어날 수 있게 만든 가장 큰 의사는 본인 자신일 수도 있다고 생각하게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 ‘Macys At Rainy Day, 45.5×37.9cm, acrylic on canvas, 2018’
 
‘Macys At Rainy Day, 45.5×37.9cm, acrylic on canvas, 2018’는 단순하고 명쾌하게 표현됐지만 여러 가지 느낌으로 달리 받아들일 수 있는 작품이다. 원근법의 표현일 수도 있지만 빗방울은 무척 큰데, 빗방울을 제외하고 보면 노란색과 검은색이 조화를 이룬 가볍고 산뜻한 이미지를 전달한다.

‘Macys At Rainy Day, 45.5×37.9cm, acrylic on canvas, 2018’. 사진=김미경 제공 <‘Macys At Rainy Day, 45.5×37.9cm, acrylic on canvas, 2018’. 사진=김미경 제공>

빗방울에만 집중해 바라볼 경우 빗방울을 낭만적으로 볼 수도 있고, 정말 큰 슬픔으로 볼 수도 있다. 노란색 영역에서 빗방울은 검은색 테두리를 가지고 있고, 검은색 영역으로 내려오면서 빗방울은 붉은색 테두리를 가지고 있거나 전체적으로 붉게 바뀌기도 하는데, 빗방울이 내면의 감정이라면 작가의 감정은 어느 쪽으로든 갈 수도 상황이었다는 것을 추측할 수 있다.
 
빗방울이 Macys에 내리는 것이 아니라 창문에 맺혀 있는 것이라고 본다면, 창을 통해 보는 세상에는 비가 내리지만 창 멀리 보이는 Macys의 영역은 맑고 밝음이라고 예상할 수도 있다.
 
마음의 빗방울은 하나하나가 무척 클 수 있고, 어디를 지나느냐에 따라 그 색이 바뀔 수도 있고, 내 눈가에만 빗방울이 내린다고 생각할 수도 내가 바라보는 세상에 모두 빗방울이 내린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는 다양성을 그림에서 발췌할 수 있다.
 
작가가 아픔의 시간, 공백의 시간을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은 섞여 있는 많은 상황과 감정들 속에서 명확하게 긍정적인 요소를 뽑아냈기 때문이라고 추측하게 만드는 이유이기도 하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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