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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갤러리] ‘이기옥 개인전’ 시작점인 “바람과 넋” 아직도 끝나지 않은 유랑

발행일 : 2018-05-10 09:47:43

<이기옥 개인전>이 5월 9일부터 15일까지 서울시 종로구 인사동 경인미술관, 6월 1일부터 7일까지 청주시예술의전당에서 전시 중이다. 작가는 파랑새를 찾아 방황하던 유년의 감성을 되새기며 아직도 끝나지 않은 유랑을 화폭에 담고 있다.
 
전체적으로 다 표현하면서도 강조하고자 하는 것에 초점을 둬 부각하는 면이 뛰어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데, 아직도 끝나지 않은 유랑이라는 표현처럼 정적인 그림 안에 동적인 활력과 생명력이 살아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 ‘호기심 - 1, 91×72.3cm, Oil on canvas, 2010’
 
‘호기심 - 1, 91×72.3cm, Oil on canvas, 2010’은 엎드려있는 다섯 명의 뒷모습을 담고 있다. 옷의 종류와 색깔, 그리고 옷을 입은 모습을 통해 다섯 명을 상상할 수도 있지만, 그들의 캐릭터를 확실하게 보여주는 것은 아래다리와 발, 특히 발등과 발바닥이라는 점이 흥미롭다.

‘호기심 - 1, 91×72.3cm, Oil on canvas, 2010’. 사진=이기옥 제공 <‘호기심 - 1, 91×72.3cm, Oil on canvas, 2010’. 사진=이기옥 제공>

이 작품에서 발바닥과 발등은 각각의 내면이 표현된 얼굴이라고 볼 수 있다. 현재의 모습임과 동시에 살아온 시간이 축적된 얼굴인 것이다. 왼쪽에서 두 번째 사람의 경우 발바닥과 발등을 같이 보여주고 있는데, 이 중에서는 가장 복합적인 내면과 경험을 가진 사람일 수도 있다고 추정된다.
 
다섯 명은 딱 붙어있어 꽉 찬 느낌을 주는데, 하늘로 보이는 배경이 하늘이 아니라 벽지라고 가정하면 실외가 아닌 흙이 있는 실내일 수도 있다고 상상할 수도 있다. 작품의 제목은 사람들의 행동이 이유뿐만 아니라 현재 있는 장소에 대해서도 호기심을 가지도록 만든다.
 
◇ ‘신들의 산책 - 솔향, 161.5×112cm, Oil on canvas, 2017’
 
‘신들의 산책 - 솔향, 161.5×112cm, Oil on canvas, 2017’은 원경과 근경의 대비가 명확하게 보이는 작품이다. 근경에서는 디테일 강하게 세심한 표현이 돼 있는데, 원경은 햇살이 비치는 것 같기도 하고 그 부분에서만 바람이 부는 것 같이 느껴지기도 한다.

‘호기심 - 1, 91×72.3cm, Oil on canvas, 2010’. 사진=이기옥 제공 <‘호기심 - 1, 91×72.3cm, Oil on canvas, 2010’. 사진=이기옥 제공>

같은 그림 속에서 다른 분위기를 동시에 표현한 것인데, 만약 원경까지도 선명하고 디테일하게 표현됐다면, 잘 그린 그림이지만 내면의 역동은 크게 와닿지 않았을 수도 있다.
 
초록과 검정이 그림의 주된 색감을 만들고 있는데, 초록색만 보더라도 다양하게 표현해 어디에 집중해 관람하느냐에 따라 다른 느낌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동물이 없이 식물로만 이뤄진 정적인 구도의 그림을 입체적이고 생동감 있게 만드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 ‘찰나, 90.6×73cm, Oil on canvas, 2012’
 
‘찰나, 90.6×73cm, Oil on canvas, 2012’는 작품의 제목과 그림의 표현을 볼 때 작가가 순간 느낀 것을 구현했다고 볼 수 있다. 만약 사진이었다면 그럴 수 있겠구나 생각이 되는데, 작가는 그림으로 표현하는 과정의 시간 동안 찰나의 느낌을 유지하려고 노력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호기심 - 1, 91×72.3cm, Oil on canvas, 2010’. 사진=이기옥 제공 <‘호기심 - 1, 91×72.3cm, Oil on canvas, 2010’. 사진=이기옥 제공>

낙엽이 돼 떨어진 나뭇잎들은 마치 살아 숨 쉬는 아름다운 곤충의 모습을 떠올리게 만든다. 생명이 다해 마지막 시간을 보내면서 오히려 더욱 생동감 있는 아름다움을 표출한다고 느껴진다.
 
전체적으로 붉은색을 위주로 하면서도 노란색과 초록색의 포인트로 싹트는 생명감을 표현했는데, 붉은색 자체로 정말 다양하게 표현하는 디테일은 특히 돋보인다. 그림 전체가 아닌 일부분만 분리해도 충분히 하나의 작품이 될 수 있다고 여겨지는 점은, 얼마나 촘촘하게 작품이 만들어졌는지 깨닫게 한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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