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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클래식] ‘바이올리니스트 카라 남 리사이틀’ 테크닉과 감수성에 몰입된 절절한 감동과 여운

발행일 : 2018-04-11 14:27:29

<바이올리니스트 카라 남 리사이틀(Violinist KARA NAM Recital)>이 4월 7일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공연됐다. 지휘자이기도 한 피아니스트 조정현이 함께 했는데, 바이올린 연주에 반주를 하는 느낌의 시간도 있었지만 바이올린과 피아노의 이중창 같은 호흡을 보여주는 시간도 있었다.

전체적인 선곡은 몰입해서 연주하고 감상할 수 있도록 구성돼 곡마다 관객의 큰 호응을 얻었고, 안정된 자세로 테크닉과 감수성을 모두 표현해 감정 깊숙한 곳으로 들어가는 카라 남의 연주는 절절한 감동과 여운을 남겼다.

‘바이올리니스트 카라 남 리사이틀’ 공연사진. 사진=바이올리니스트 카라 남 리사이틀 제공 <‘바이올리니스트 카라 남 리사이틀’ 공연사진. 사진=바이올리니스트 카라 남 리사이틀 제공>

◇ 안정된 자세로 표정의 큰 변화 없이 바이올린 선율에 깊숙이 들어가는 카라 남

<바이올리니스트 카라 남 리사이틀>의 첫 곡은 F. Kreisler의 ‘Praeludium and Allegro’이었다. 카라 남과 조정현은 첫 곡 첫 음부터 심취해서 연주를 시작했다. 카라 남은 안정된 자세로 표정의 큰 변화 없이 바이올린 선율에 깊숙이 들어갔다.

상체의 움직임을 거의 주지 않은 카라 남은 현란한 바이올린 연주 기교를 펼칠 때, 활과 현이 만드는 마찰을 디테일까지 정확하게 구사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됐다. 중심이 있고 힘도 있으며 디테일한 테크닉의 질주 속에 정서를 점점 축적해 나간다는 점은 인상적이었다.

‘바이올리니스트 카라 남 리사이틀’ 공연사진. 사진=바이올리니스트 카라 남 리사이틀 제공 <‘바이올리니스트 카라 남 리사이틀’ 공연사진. 사진=바이올리니스트 카라 남 리사이틀 제공>

처음부터 강렬하고 흡입력 좋은 선곡을 한 것은 똑똑한 선택으로 생각되는데, 관객의 시선과 이목을 처음부터 집중하게 해 공연 끝까지 이어갔다는 점이 주목된다. 조정현은 건반을 누르는 순간에는 피아노에 집중하면서도 바로 바이올린에 시선을 주며 초점을 맞추었는데, 반주가 아닌 이중창 같은 느낌은 카라 남의 바이올린 연주를 더욱 생생하게 느끼게 만들었다.

◇ 바이올린과 피아노가 서로 다르게 시작해 손을 잡고 달려 나가는 느낌을 준, 나실인의 ‘Beyond Life for Violin and Piano(2018)’

‘Beyond Life for Violin and Piano(2018)’(이하 ‘Beyond Life’)은 처음 시작부터 대화를 하는 듯한 느낌을 주는 곡이었다. 바이올린과 피아노가 서로 다르게 시작해 손을 잡고 달려 나가는 듯한 이미지를 청각적으로 전달했는데, 첫 곡과는 다르게 카라 남은 리듬을 타며 연주를 했다. 곡 스타일에 맞게 콘셉트를 정해 연주하는 것처럼 생각됐다.

‘바이올리니스트 카라 남 리사이틀’ 공연사진. 사진=바이올리니스트 카라 남 리사이틀 제공 <‘바이올리니스트 카라 남 리사이틀’ 공연사진. 사진=바이올리니스트 카라 남 리사이틀 제공>

‘Beyond Life’는 드라마틱한 굴곡이 있는 곡이었다. 듣는 사람에 따라 긴장감, 불안감, 초조함을 느낄 수도 있고 진한 카타르시스를 줄 수도 있는 곡이다. 나실인은 작곡을 했을 때 내면에는 상반된 2개 이상의 감정이 갈등을 겪고 있었을 수도 있다고 추측된다.

‘Beyond Life’를 연주한 카라 남의 표정을 보면 슬프고 괴로운 마음이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아니면 반대로 찬란한 아름다움에 심취해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나실인이 전달하고 싶었던 감정과 정서는 무엇이었을까, 카라 남이 표현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이었을까 궁금해진다.

‘바이올리니스트 카라 남 리사이틀’ 공연사진. 사진=바이올리니스트 카라 남 리사이틀 제공 <‘바이올리니스트 카라 남 리사이틀’ 공연사진. 사진=바이올리니스트 카라 남 리사이틀 제공>

◇ 바이올린 독주로 펼쳐진, 남상봉의 ‘Invisible Movement for Solo Violin(2013)’

남상봉 작곡의 ‘Invisible Movement for Solo Violin(2013)’은 바이올린 독주로 연주됐다. 현대음악적인 요소가 많이 들어있는 곡이었는데, 카라 남은 마지막 음을 연주한 후에도 곡에서 바로 빠져나오지 않고 머물렀다.

감동받은 관객은 큰 환호와 박수를 바로 보냈는데, 몇 초 정도만 더 늦게 환호와 박수가 이어졌으면 카라 남과 함께 여운을 좀 더 길게 느낄 수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바이올리니스트 카라 남 리사이틀’ 공연사진. 사진=바이올리니스트 카라 남 리사이틀 제공 <‘바이올리니스트 카라 남 리사이틀’ 공연사진. 사진=바이올리니스트 카라 남 리사이틀 제공>

◇ P. Schoenfield의 ‘Four Souvenirs’에 이어진 P. Sarasate의 ‘Carmen Fantasy’

<바이올리니스트 카라 남 리사이틀> 인터미션 후 제2부는 P. Schoenfield의 ‘Four Souvenirs’에 이어 P. Sarasate의 ‘Carmen Fantasy’가 연주됐다. ‘Carmen Fantasy’는 먼저 연주를 시작한 피아노를 바이올린이 마치 메조소프라노처럼 묵직하게 따라갔고 이어 소프라노처럼 고음으로 경쾌하게 이어졌다.

오페라 <카르멘>의 각 장면을 연상하게 한 연주는, 카라 남의 현란한 기교와 오페라의 스토리텔링이 만나 관객들을 더욱 몰입하게 만들었다. 카르멘은 스스로의 중심을 지키면서도 치명적인 매력을 발산하는 인물인데, 카라 남의 연주는 그런 카르멘을 연상하게 했다.

‘바이올리니스트 카라 남 리사이틀’ 공연사진. 사진=바이올리니스트 카라 남 리사이틀 제공 <‘바이올리니스트 카라 남 리사이틀’ 공연사진. 사진=바이올리니스트 카라 남 리사이틀 제공>

앙코르곡의 첫 곡은 아스토르 피아졸라의 '탱고의 역사' 중 저곡 '보르델-1900'이었는데, 카라 남은 “피아졸라의 탱고입니다”라고 수줍게 말하고 카리스마 있게 연주를 펼쳤다.

손바닥으로 피아노를 타악기처럼 치기도 한 조정현은 마지막 음을 연주하고 자리에서 일어나는 퍼포먼스를 보여 관객들로부터 더 큰 호응을 받았다. 부부이기 때문에 가능한 퍼포먼스라고 볼 수 있는데, 두 사람은 서로의 손을 꼭 잡고 관객들에게 인사를 하기도 했다.

‘바이올리니스트 카라 남 리사이틀’ 카라 남. 사진=바이올리니스트 카라 남 리사이틀 제공 <‘바이올리니스트 카라 남 리사이틀’ 카라 남. 사진=바이올리니스트 카라 남 리사이틀 제공>

관객들의 열렬한 환호에 적극적으로 화답한 두 번째 앙코르곡으로, 제2부에서 연주된 P. Schoenfield의 ‘Four Souvenirs’ 중 세 번째 곡인 ‘Tin Pan Alley’가 다시 한 번 연주됐다. 부드럽고 경쾌하게 연주됐는데, 집으로 돌아가는 관객의 마음을 산뜻하게 정리하고 정화하는 시간이었다.

<바이올리니스트 카라 남 리사이틀>에서 피아노를 연주한 남편 조정현은 출산과 육아로 인한 공백으로 아내인 카라 남이 전성기의 화려한 테크닉과 기교에 비해 아직 30% 밖에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는데, 현재로도 무척 감동적인 전율을 느끼게 하는 카라 남이 전성기를 회복하거나 전성기를 능가하는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할 경우 어떤 절절한 감동을 선사할지 기대가 된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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