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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드라마] ‘숫자녀 계숙자’(1) 웹드라마의 특징을 잘 살린 인물설정과 인물관계도

발행일 : 2018-03-25 09:18:28

김형규 제작, 김형섭 각본/연출, MAKETH(메익스) 제작, oksusu(옥수수) 채널의 웹드라마 ‘숫자녀 계숙자’ 제1회의 부제는 ‘가속도의 법칙’이다. 가속도의 법칙은 뉴턴 운동 제2법칙으로 F=ma, 즉 물체의 가속도는 그 물체에 작용하는 힘의 크기에 비례하고 질량에 반비례한다는 법칙이다.

모든 것을 숫자로 표현하는 계숙자(전혜빈 분)는 인간미가 부족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공정하지 않고 기회균등이 이뤄지지 않는 사회에서는 판타지적인 인물로 느껴질 수도 있다.

‘숫자녀 계숙자’ 스틸사진. 사진=oksusu 채널 캡처 <‘숫자녀 계숙자’ 스틸사진. 사진=oksusu 채널 캡처>

실력을 발휘함에도 불구하고 학연, 혈연, 지연에 치여 억울함을 느끼는 사람들은 자신들의 상관이 계숙자라면 좋겠다는 생각을 절실하게 할 수도 있다. 과장되고 희화화됐다고 볼 수 있는 캐릭터이지만, 계숙자가 현실의 내 주변에 꼭 있었으면 하는 바람을 하는 시청자들도 많을 것이다.

◇ 게임의 캐릭터처럼 안내하는 등장인물, 웹드라마에 적합한 인물 구축 방법의 선택

‘숫자녀 계숙자’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방송통신발전기금을 지원받아 제작된 작품인데, 등장인물이 스토리텔링 중에 슬며시 나타나면서 보이는 게 아니라 주요인물의 경우 게임의 캐릭터를 소개하는 것처럼 등장한다는 점이 눈에 띈다.

‘숫자녀 계숙자’ 스틸사진. 사진=oksusu 채널 캡처 <‘숫자녀 계숙자’ 스틸사진. 사진=oksusu 채널 캡처>

‘CHARACTER PROFILE’로 ‘LEVEL, MATHS, ATTACK, AMOR’로 특징을 알려주는데, 만약 일반 드라마였으면 너무 주입식으로 생각될 수도 있었겠지만 짧은 시간에 캐릭터를 구축하고 스토리텔링을 펼쳐야 하는 웹드라마이기 때문에 효율적이고 똑똑한 선택이라고 생각된다.

장편영화보다 단순히 상영시간이 짧기 때문에 단편영화가 된다고 생각하는 선입견을 가진 사람도 있겠지만, 실제로 단편영화는 장편영화와 다른 구조를 가지고 있고 영화라는 대분류 속에서 다른 장르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숫자녀 계숙자’ 스틸사진. 사진=oksusu 채널 캡처 <‘숫자녀 계숙자’ 스틸사진. 사진=oksusu 채널 캡처>

웹드라마에 대해서도 그냥 짧은 드라마라고 생각하는 시청자도 있겠지만, 드라마라는 대분류 속에 소분류로는 다른 장르라고 보는 것이 적확하다. 일일드라마, 미니시리즈, 시트콤이 엄연히 다른 구조를 가지고 있는 것처럼, 웹드라마를 볼 때 장르적 특징을 이해하고 시청하면 더욱 몰입해 재미있게 볼 수 있다.

‘숫자녀 계숙자’에서 계숙자는 빼어난 미모에 능력자이지만 인간적인 면이 없어서 찌르면 피 대신 숫자가 나오는 사이보그, 프로젝트 기획자, 잘 나가는 게임회사 개발팀장으로 실적과 숫자로 말한다.

‘숫자녀 계숙자’ 스틸사진. 사진=oksusu 채널 캡처 <‘숫자녀 계숙자’ 스틸사진. 사진=oksusu 채널 캡처>

숙자의 동네 동생이며 숙자를 짝사랑하는 일편단심 해바라기형 인물 이해준(안우연 분), 숙자의 옛날 남친으로 6년간 사귀다 이별하고 헤어진 지 5년 만에 나타나 질척대는 김주철(박정복 분), 숙자를 짝사랑하지만 소심한 성격 탓에 숙자 주변을 맴돌기만 하는 퍼스널 트레이너 제이(한규원 분)는 모두 숙자 주변에서 숙자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다. 로맨스에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숙자에게 로맨스가 생길 수밖에 없는 환경인 것이다. 동네 단골 술집 사장 오빠인 김수환(김수환 분)도 숙자에게만 친절하다.

숙자의 절친 동생이자 단순발랄 배우 지망생 조안나(안은진 분), 숙자의 절친 언니이자 화끈한 의리파 커리어 우먼이며 해준의 누나이기도 한 이지해(이지해 분) 등 주요 등장인물은 모두 숙자에게 집중돼 있다.

‘숫자녀 계숙자’ 스틸사진. 사진=oksusu 채널 캡처 <‘숫자녀 계숙자’ 스틸사진. 사진=oksusu 채널 캡처>

일반적으로 다른 장르의 드라마들이 두세 가지 이상의 여러 중심축을 가진 복잡한 인물관계도를 가지고 있다면, ‘숫자녀 계숙자’의 인물관계도는 숙자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웹드라마에서의 선택과 집중이라고 볼 수 있다.

◇ 웹드라마 초반부터 구축하는 계숙자 캐릭터! 거침없는 질주를 위한 암시일까? 반전을 위한 역암시일까?

‘숫자녀’라는 것은 계숙자 캐릭터를 설명하기 위한 특징적인 표현인데, ‘~녀’ 시리즈가 여자를 비하하는 부정적인 뉘앙스로 많이 사용됐기 때문에 선입견으로 인한 거부감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 드라마 자체가 어떤 힘을 발휘하느냐에 따라, 이야기가 진행됨과 함께 거리감을 친숙함으로 바꿀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숫자녀 계숙자’ 스틸사진. 사진=oksusu 채널 캡처 <‘숫자녀 계숙자’ 스틸사진. 사진=oksusu 채널 캡처>

계숙자가 개발 1팀 팀장으로 발령받기 전에 기존 팀원들의 대화를 통해 계숙자에 대한 사내에서 내려오는 전설적인 이미지와 뉘앙스를 구축하고 알려주는데, 독보적인 캐릭터 형성을 위한 암시일 수도 있고, 반전을 염두에 둔 캐릭터 형성을 위한 역암시일 수도 있다.

캐릭터를 그대로 보여주고 더 세게 질주해 나갈지, 아니면 반전 매력에 초점에 맞출지에 따라 스토리텔링은 달라질 수 있는데 ‘빈.틈.제.로. 무결점 그녀의 숫자로맨스!’라는 홍보문구를 보면 반전을 위한 역암시일 것이라 예상할 수도 있다.

‘숫자녀 계숙자’ 스틸사진. 사진=oksusu 채널 캡처 <‘숫자녀 계숙자’ 스틸사진. 사진=oksusu 채널 캡처>

“노처녀, 노총각 같은 말을 아직도 쓰는 사람들이 있군요.”라는 드라마 속 계숙자의 일침도 눈에 띈다. 이런 말을 많이 한 사람들과 많이 듣고 상처받은 사람들에게 모두 긴장감을 주는 표현이다. 누군가에게 이런 계숙자의 일침은 너무 딱딱하다고 생각될 수도 있지만, 누군가의 묵은 체증을 한 번에 씻어줄 수도 있을 것이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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