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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무용] 국립무용단 ‘넥스트 스텝‘(1) ‘어;린 봄’(김병조 안무) 국립무용단을 이미지적으로 가장 잘 표현한 신작

발행일 : 2018-03-17 12:28:19

국립무용단 ‘넥스트 스텝(Next Step)’이 3월 15일에서 17일까지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공연 중이다. 국립무용단 젊은 창작 프로젝트, 2017-2018 국립극장 레퍼토리시즌으로 진행되는 이번 공연은 국립극장 주최, 국립무용단 주관으로 ‘어;린 봄(Every Spring)’(김병조 안무), ‘싱커페이션(Syncopation)’(정소연 안무), ‘가무악칠재(Seven Beat)’(이재화 안무)로 구성됐다. 본지는 3회에 걸쳐 각각의 리뷰를 게재할 예정이다.

‘어;린 봄’은 작품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와 안무의 구성으로 볼 때 국립무용단의 현재를 가장 이미지적으로 잘 표현한 작품이라고 볼 수 있다. 발레를 전공한 안무가 김병조는 무대를 넓고 크게 사용했으며, 팔과 다리를 길게 뻗는 큰 동작의 안무를 선보였는데 이 또한 국립무용단의 현재 행보와 코드를 같이 한다는 점이 주목된다.

‘넥스트 스텝’ 중 ‘어;린 봄’ 공연사진. 사진=국립극장 제공 <‘넥스트 스텝’ 중 ‘어;린 봄’ 공연사진. 사진=국립극장 제공>

◇ 국립무용단 젊은 창작 프로젝트의 의의

무용계에서 안무가 부족은 꾸준히 지적된 문제임에 분명한데, 다른 한 편으로 보면 꽤 많이 나오는 신작 안무 작품들 중 대부분이 재공연되지 못하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살아남지 못하는 작품이 너무 많은 양산되기 때문에 일반 관객들은 작품이 세상에 나왔는지도 모르는 채 사라지는 경우가 많이 있다. 소위 ‘지인 찬스’를 이용해 측근들끼리만 공유하는 신작이 많다는 것이다.

‘넥스트 스텝’은 2017-2018 국립극장 레퍼토리시즌의 공식 작품으로 국립무용단의 이름으로 세상에 나왔기 때문에 공연이 된다는 홍보 자체부터 접근성까지 일반 관객들의 관람이 용이하다.

국립극장 공식 사회 관계망 서비스(SNS)를 통해 운영되는 관객 참여형 프로그램 ‘내가 키워줄게’에 참여하는 70명의 관객이 2월 12일부터 3월 17일까지 약 5주간 해시태그 등의 미션을 통해 창작에 간접적으로 참여하면서 작품의 의미를 부여하는데 일조했다는 점은 무척 중요하다.

‘넥스트 스텝’ 중 ‘어;린 봄’ 공연사진. 사진=국립극장 제공 <‘넥스트 스텝’ 중 ‘어;린 봄’ 공연사진. 사진=국립극장 제공>

국립무용단 전 단원을 대상으로 한 사전 특강, 내부 심사를 통해 3인의 안무가가 선정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직 무용수를 안무가로 키운다는 것은 창작력을 발휘한다는 것 이외에도 무용수의 경험과 해석력을 더욱 극대화한다는 의미도 있고, 기존 국립무용단의 장점과 현재를 알고 있는 상태에서 실무진이 직접적으로 기획력을 발휘한다는 의미도 지닌다.

‘넥스트 스텝’의 세 작품 중 최소한 한 개 이상의 작품이 국립극장을 벗어나 지방 공연장, 해외 공연장에서 재공연되면서 ‘넥스트 스텝’ 자체가 국립무용단의 발전하는 하나의 레퍼토리로 자리 잡는다면 살아남는 안무가, 살아남는 작품의 원천이 될 수 있다.

◇ 영상을 통한 과거와 현재, 선배와 후배의 만남

‘넥스트 스텝’의 첫 작품인 ‘어;린 봄’의 공연 시작 전부터 여섯 명의 무용수가 무대에 올라 대기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영상이 아닌가 생각되기도 했지만, 실제 무용수들처럼 보였는데, 그들은 무대 위에서 기다리면서 무슨 생각을 할까, 지루할까, 초조할까 궁금해졌다.

공연이 시작되면서 “진짜 사람이었어?”라는 관객석의 반응이 나왔는데, 영상 속 선배 단원들 역할의 안무와 무대 위 단원들의 안무를 연결하면서 관객들의 상상력을 발휘하게 한 뛰어난 아이디어였다는 것을 나중에 알 수 있었다. 필자 또한 공연 전 모습은 영상이 아니라 실제라고 생각했었는데, 실제 모습이 아닌 프리셋 영상이었다는 것을 추후에 확인하고 더욱 놀라게 됐다. 영상도 영상이지만, 그 영상을 실제처럼 보이게 만든 조명 또한 감탄할 만큼 놀라운 장면을 만드는데 일조했던 것이다.

‘넥스트 스텝’ 중 ‘어;린 봄’ 공연사진. 사진=국립극장 제공 <‘넥스트 스텝’ 중 ‘어;린 봄’ 공연사진. 사진=국립극장 제공>

‘어;린 봄’은 3장으로 구성돼 있는데, 제1장은 세대를 누려온 선배 단원들이 다음 세대를 누릴 후배 단원에게 하는 이야기이고, 제2장은 무용수로 살아가는 여인이 전하는 고백이다. 제3장은 하나에서 둘이 되고 셋이 된, 가정을 이룬 가장으로서 살아가는 청춘의 모습을 표현했다.

‘어;린 봄’은 국립무용단의 역사적 정서와 현재의 정서를 표현하면서, 전통 무용과 현대 무용을 모두 담았다는 점에서 국립무용단을 이미지적으로 가장 잘 표현한 작품이라고 볼 수 있다.

◇ 크고 넓게 사용하는 무대, 팔과 다리를 길게 뻗어 표현하는 안무

‘어;린 봄’은 6명의 무용수가 함께 했는데, 갓을 쓴 무용수는 가볍고 경쾌하게 움직이기도 했으며, 3명이 무대에 오르는 시간에는 일관성 있는 동작을 하긴 했지만 같은 동작을 취하지는 않았다. 그럴 경우 통일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군무에 비해 멋지지 않을 수도 있는데, 팔과 다리를 길게 뻗어서 표현하는 큰 동작으로 이뤄져 각각의 안무가 모두 살아있었다는 점이 눈에 띄었다.

서양에서는 현대무용을 전공하더라고 발레의 기초를 닦은 후 현대무용을 선택하는 게 일반적인데, 우리나라는 정해진 입시에 몰입하기 때문에 현대무용을 선택했을 경우 발레는 그냥 잠깐 배우는 과정으로만 여기는 경우가 많다. 발레 기술력과 안무의 응용은 현대무용을 더욱 풍성하게 표현할 수 있도록 만든다는 점에서 우리나라 현대무용의 안무는 태생적 한계를 가진다고 볼 수 있다.

‘넥스트 스텝’ 중 ‘어;린 봄’ 공연사진. 사진=국립극장 제공 <‘넥스트 스텝’ 중 ‘어;린 봄’ 공연사진. 사진=국립극장 제공>

국립무용단은 한국의 고전무용단이라고 볼 수도 있고, 현대무용단이라고 볼 수도 있다. 이에 대한 논란이 있을 수도 있지만 두 가지 능력과 실력이 모두 있는데 하나만 선택해야 한다는 것은 정말 큰 선입견이다. 국립무용단은 두 가지 영역을 모두 넘나들며 공연을 하는데, 컬래버레이션 된 작품 또한 훌륭하게 소화한다.

이 세 종류의 작품에서 다른 무용단과는 다른 차별성을 가지는 점은, 국립무용단의 안무 자체가 발레 못지않게 팔과 다리를 길게 사용해 크고 역동적이라는 점이다. 빠른 동작의 안무에서만 역동적인 게 아니라, 느리게 표현되는 안무에서도 섬세하지만 명확하고 큰 동작을 펼친다는 점은 국립무용단의 독보적인 장점이라고 볼 수 있다. 고전무용, 현대무용, 발레의 장점을 거부감 없이 받아들였기 때문에 이룬 성과라고 볼 수 있다.

지인 찬스에만 의존하며 관객들이 무용을 좋아하지 않아서 예술하기가 어렵다고 말하는 많은 안무가와 무용수, 관계자들은 그들이 만든 틀 안에 관객이 오지 않는다고 관객의 수준을 비하하고 비난하기 전에, 그들이 무엇을 놓치고 가는지 먼저 확인할 필요가 있다.

‘어;린 봄’에서 안무가 김병조가 만든 동작을 분리해 보면 섬세하지만 작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김병조의 이런 안무 스타일 또한 국립무용단의 현재와 가장 잘 어울린다고 생각된다.

제2장에서 행복과 움직임의 관계를 표현할 때, 선배 무용수의 모습과 연결한 것처럼 해석할 수도 있지만 내면의 분열, 정서와 감정의 이탈로 볼 수도 있었는데, 김병조는 내면 심리를 깊게 파고 들어가는 작품 또한 인상적으로 만들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게 됐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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