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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영화] ‘50가지 그림자: 해방’(1) 이 좋은 영화의 마케팅을 왜 이렇게 했을까?

발행일 : 2018-03-06 11:13:50

제임스 폴리 감독의 ‘50가지 그림자: 해방(Fifty Shades Freed)’은 제1편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Fifty Shades of Grey)’, 제2편 ‘50가지 그림자: 심연(Fifty Shades Darker)’에 이은 제3편으로 마지막 완결판이다.

이 세 편의 영화는 사회 초년생인 여대생이었던 아나스타샤 스틸(다코타 존슨 분)과 모든 것을 다 가진 매력적인 CEO 크리스찬 그레이(제이미 도넌 분), 두 사람이 주인공인데, 둘 중 누구의 이야기로 보느냐에 따라 확연하게 달라질 수 있다.

‘50가지 그림자: 해방’ 스틸사진. 사진=유니버설픽쳐스인터내셔널코리아 제공 <‘50가지 그림자: 해방’ 스틸사진. 사진=유니버설픽쳐스인터내셔널코리아 제공>

‘50가지 그림자: 해방’의 크리스찬의 독특한 성적 취향으로 시작된 비밀스러운 관계가 더 큰 자극을 원하는 아나스타샤에 의해 본능이 지배하는 마지막 절정의 순간으로 이어진다고 줄거리를 말하며 마케팅을 하고 있는데, 이런 측면에서 볼 때는 그다지 자극적이지도 않은 상업 포르노 수준에 머물 수도 있는 영화이다.

광고만 보고 자극적인 영상과 감미로운 유혹을 기대했던 우리나라 관객들이 실망하는 것은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던 일이다. 이 영화의 마케팅 방법에 대해 감독과 작가 니올 레너드, 원작자 E.L. 제임스는 어떻게 반응할지 궁금하다.

‘50가지 그림자: 해방’ 스틸사진. 사진=유니버설픽쳐스인터내셔널코리아 제공 <‘50가지 그림자: 해방’ 스틸사진. 사진=유니버설픽쳐스인터내셔널코리아 제공>

‘50가지 그림자: 해방’을 크리스찬의 내면의 상처가 치유되는 성장, 용서의 과정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정말 감동적인 힐링과 카타르시스를 준다. 울먹이며 나와야 하는 영화를 가지고 원초적인 자극을 기대하게 마케팅했으니, 우리나라 관객들로부터 외면받는 것은 당연한 결과이다.

‘50가지 그림자: 해방’에서 가장 큰 메시지는 남자가 상처에 직면해 치유되면서 성장과 용서를 하는 통합의 과정이다. 그 과정에서 위험한 행동을 하는 것처럼 보이는 남자의 방법은 여자를 존중하고 안전하다는 믿음을 갖게 해 한 번쯤 꿈꿀 수 있는 도발적 상황을 받아들이는 판타지를 추가로 얻을 수 있는 것이다. 본지는 ‘50가지 그림자: 해방’의 리뷰를 제1편과 제2편의 내용을 포함해 2회에 걸쳐 공유한다.

‘50가지 그림자: 해방’ 스틸사진. 사진=유니버설픽쳐스인터내셔널코리아 제공 <‘50가지 그림자: 해방’ 스틸사진. 사진=유니버설픽쳐스인터내셔널코리아 제공>

◇ 크리스찬의 생모에 대한 감정, 아이의 입장에서 실제 경험에 대한 기억을 재구성

‘50가지 그림자: 해방’에서 크리스찬의 생모에 대한 감정은 이전의 두 편에서부터 연속적으로 이어지며 발전한다. 그레이 시리즈는 아나스타샤와의 사랑 이야기임과 동시에 크리스찬이 생모에 대한 감정을 통합해 가는 과정의 이야기이다.

크리스찬의 생모는 약물중독자이자 몸을 파는 여자였다. 제2편에서 크리스찬의 생부가 생모를 때리는 장면에서 크리스찬은 탁자 밑에 숨어 있는데, 생모의 얼굴도 화면에 안 보이고, 생부의 얼굴도 화면에서 명확하게 찾기 어려웠다.

‘50가지 그림자: 해방’ 스틸사진. 사진=유니버설픽쳐스인터내셔널코리아 제공 <‘50가지 그림자: 해방’ 스틸사진. 사진=유니버설픽쳐스인터내셔널코리아 제공>

영화는 아이의 입장에서 실제 경험에 대한 기억을 재구성해서 보여준다. 아이의 기억이 실제이든 아니든, 있는 그대로이든 왜곡된 것이든, 어떻게 기억돼 있느냐가 가장 중요한데 영화는 그런 면을 잘 담고 있다. 팩트를 확인하러 과거로 가기보다는 크리스찬의 기억에서 영화는 모든 실마리를 찾으려고 한다는 것은 무척 똑똑한 설정이다.

실제 상황에 의해 아이가 영향을 받는 게 아니라 아이가 어떻게 기억하는지에 따라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심리상담이나 심리치료는 아이의 세계에서의 기억을 다룬다. 객관적 사실, 팩트라고 불리는 것은 크게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

‘50가지 그림자: 해방’ 스틸사진. 사진=유니버설픽쳐스인터내셔널코리아 제공 <‘50가지 그림자: 해방’ 스틸사진. 사진=유니버설픽쳐스인터내셔널코리아 제공>

감독은 그런 점을 영화 속에서 정말 잘 보여준다. 감독이나 작가 혹은 원작자가 심리 전문가 또는 심리 전문가 수준의 깊은 통찰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된다. 다코타 존슨과 제이미 도넌 또한 감독의 디렉팅을 철저하게 따라가서 연기했겠지만, 역시 심리 전문가 수준의 깊은 통찰력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예상된다.

◇ 메시지는 명확하고 세련되게 전달하면서도, 관객이 간접 트라우마에 걸리지 않도록 배려심을 발휘한다

관객은 영화를 통해서 간접 트라우마, 제2차 트라우마를 겪을 수 있다. 영화를 관람하지 않았으면 생기지도 않았을 트라우마를 겪게 된다면, 영화(영화 자체 혹은 감독이나 작가)는 관객에게 부가적 가해자라고 볼 수 있다.

‘50가지 그림자: 해방’ 스틸사진. 사진=유니버설픽쳐스인터내셔널코리아 제공 <‘50가지 그림자: 해방’ 스틸사진. 사진=유니버설픽쳐스인터내셔널코리아 제공>

굳이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가학적 장면을 넣어 간접 트라우마를 유발할 이유가 없는데 리얼리티를 추구한다는 취지로 영상을 만들어 관객들에게 간접 트라우마를 유발한다면, 본질을 꿰뚫지 못하는 제작진으로 평가받을 수도 있다.

50가지 그림자 시리즈는 그런 간접 트라우마의 어리석음을 피하면서도 전달하려고 하는 메시지를 명확하고 세련되게 전달하는 점이 주목된다. 무엇보다도 관객을 다치지 않게 하려는 관객에 대한 배려심을 발휘한다는 점이 돋보이는 영화이다.

‘50가지 그림자: 해방’ 스틸사진. 사진=유니버설픽쳐스인터내셔널코리아 제공 <‘50가지 그림자: 해방’ 스틸사진. 사진=유니버설픽쳐스인터내셔널코리아 제공>

◇ 성교나 키스의 시간에도, 자기의 몸을 만지지 못하게 하는 크리스찬

크리스찬의 행동이 디테일을 보면 자기의 몸을 다른 사람이 만지지 못하게 한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영화 속 표현처럼 크리스찬은 곁을 내어주지 않고 감정 없는 기계처럼 살아간다.

성교를 할 때에도 상대방의 손을 결박하고, 키스를 할 때에도 상대방의 손을 머리 위로 올리게 해 못 움직이게 한다. 이런 면이 크리스찬의 독특한 성향이라고 생각된다면, 그의 내면을 전혀 이해 못하고 있기 때문일 수도 있다.

‘50가지 그림자: 해방’ 스틸사진. 사진=유니버설픽쳐스인터내셔널코리아 제공 <‘50가지 그림자: 해방’ 스틸사진. 사진=유니버설픽쳐스인터내셔널코리아 제공>

크리스찬은 자기의 영역에 다른 사람이 들어오는 것을 받아들일 정도로 내적 자신감이 있지는 않았던 것이다. 생모로부터 받은 상처에서 자기를 보호하기 위해 마음의 문을, 몸의 문을 닫았기 때문에 그 닫힌 문으로 다른 사람이 들어오는 것도 거부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누군가 문을 열고 들어온다는 것은 회피했던 생모에 대한 기억을 소환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독특한 성적 취향이 있는 사람들 중에는 유전적인 영향이 있을 수도 있지만, 어릴 적 엄마 또는 아빠와의 관계에 의한 영향으로 삐뚤어진 대인관계가 형성하고 애정의 관계 또한 그렇게 만들 수 있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50가지 그림자: 해방’ 스틸사진. 사진=유니버설픽쳐스인터내셔널코리아 제공 <‘50가지 그림자: 해방’ 스틸사진. 사진=유니버설픽쳐스인터내셔널코리아 제공>

◇ 가학적인 방법을 선택하면서도, 진정으로 사랑하기 때문에 해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과 안전감을 준다

‘50가지 그림자: 해방’은 전편과 마찬가지로 도구를 사용해 가학적인 성교를 시도하는데, 크리스찬이 아나스타샤를 진정으로 사랑하기 때문에 아나스타샤를 해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과 안전감을 준다. 두 사람이 계약서를 쓰는 것도 그런 뉘앙스에서 해석할 수 있다.

여자가 한 번쯤은 상상했던 환상을 감독은 영화 속에서 구현했다고 볼 수 있는데, 행위 자체에 대한 취향보다 사랑으로 인해 안전이 보장된다는 것을 믿기 때문에 아나스타샤가 응하고 있다는 점을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아나스타샤는 원래 그런 취향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심지어는 경험 자체가 없었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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