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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드라마] ‘화유기’(13) 인간 생애의 고통이 작게 느껴지도록 만드는 만 년의 고통

발행일 : 2018-02-16 00:18:17

tvN 토일드라마 ‘화유기’ 제13회는 반복되는 윤회 속 만 년의 고통을 통해 인간 생애의 고통은 어쩌면 그리 크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제작진이 가장 힘들다고 생각하는 고통은 자식이 죽는 고통이라는 것을 김지수(나찰녀 역)를 통해 알려주는데, 눈물 흘리며 드라마를 시청하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화유기’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화유기’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 오연서에게 직접 고백할 때보다 더 절절한 감동의 고백을 한 이승기

“여기까지 온 이상 난 끝까지 갤 지켜. 그리고 내가 지키면 갠 절대로 죽지 않아.”라고 강한 어조로 성지루(수보리조사 역)에게 이승기(손오공 역)는 말한다. 성지루가 들으라고 하는 말이면서, 천계가 들으라고 하는 말이기도 하고, 시청자들에게 전부 공표하는 말이기도 하다.

가슴이 찌릿해지면서 눈물이 나는 울컥한 순간인데, 이승기가 오연서(진선미 역)에게 직접 고백할 때보다 더 절절한 감동이 느껴진 시간이었다. 자기의 마음을 직접적으로 표현하는 것을 무척 쑥스러워하는 시청자들은 더욱 큰 카타르시스를 느꼈을 수 있다.

‘화유기’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화유기’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김지수의 고통스러운 윤회를 끊어주고 싶은 차승원(우마왕 역)의 마음은 정말 절절한데, 자식을 향한 부모의 마음 이상으로 헌신적인 사랑을 보내는 모습은 무척 감동적이다.

◇ 오연서와 이세영, 두 여자의 질투

‘화유기’에서 이승기와 오연서의 애정이 싹트면서, 오연서는 이승기를 꼬시려고 하는 이세영(아사녀 역)에 대한 질투를 하기도 하고, 과거에 이승기가 성혁(하선녀 역)에 대한 관심을 가졌다는 것에 질투를 한다.

‘화유기’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화유기’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반면에 아사녀 역할의 이세영은 이승기의 사랑을 받는 오연서에 대해 질투의 감정을 느끼는데, 질투심과 복수심이 뒤엉켜 긍정적이지 않은 방향으로 가려고 한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이승기가 흔들리지 않고 오연서에게 확고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는 것인데, 드라마 초반부와는 전혀 다른 느낌은 신선하게 생각된다.

좀비 소녀 역, 부자 역, 아사녀 역으로 캐릭터의 디테일을 바꾸며 이세영은 다양한 연기 변신을 보여주는데, 동장군과 하선녀의 1인 2역을 맡은 성혁은 그냥 1인 2역이 아니라 과거의 특정한 사건에 관여했다는 것을 통해, 현재의 스토리텔링의 변화를 만들어내는데, ‘화유기’ 제작진이 캐릭터 설정을 할 때 암시와 복선을 철저히 고려한다는 점에 박수를 보내게 된다.

‘화유기’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화유기’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 제작진이 가장 힘들다고 생각하는 고통은 자식이 죽는 고통

‘화유기’ 제13회는 자식이 죽는 고통을 제작진이 가장 힘든 고통이라고 여기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김지수는 그런 고통을 윤회를 할 때마다 겪게 되는데, 매 윤회 때마다 먼저 죽는 자식은 각각 그전의 생에서 어떤 잘못을 했기에 벌을 받는 것인지 생각하게 된다.

삼장의 피로 99개의 별을 움직여 김지수에게 주어질 운명의 별을 차승원이 감당하겠다고 결정하는데, 이렇게 되면 윤회의 고통은 김지수만 벗어나는 것인지, 각각의 생에서 김지수의 자식으로 태어난 사람들도 고통의 굴레에서 벗어나는 것인지 궁금해진다. 드라마에서는 드러나지 않지만 공동 극본을 쓴 홍자매(홍정은, 홍미란)는 아마 이런 설정도 해 놓았을 것이라고 추측된다.

‘화유기’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화유기’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화유기’ 제13회에서 계산까지 하면서 알려준 만 년의 고통은, 실제 인간 생애의 고통이 별로 대수롭지 않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스케일을 발휘한다. 어설프게 직접적으로 위로하기보다는 공통점이 있으면서도 더 아프고 더 긴 고통을 보여줌으로써, 결국 시청자들을 위로하는 역할을 한다는 점이 주목된다.

만 년의 고통에 비하면 하나의 인생에서의 고통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식으로 드라마에서 직접적으로 표현하지 않은 점 또한 훌륭한 선택이라고 생각된다. 만약, 그렇게 됐다면 위안과 힐링이 아닌 비난과 질책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화유기’의 이러한 섬세한 배려는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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