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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영화] ‘이미’(감독 원강해) 2018 한예종 영상원 영화과 졸업영화제(74)

발행일 : 2018-02-08 11:27:53

원강해 감독의 ‘이미(Already)’는 2018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영화과 졸업영화제 상영작인 단편영화이다. 혁(최우혁 분)은 어둡다. 누나 세연(임선우 분)은 그런 혁이 안쓰럽다. 한편, 시연(명유진 분)은 혁의 주위에 머문다.

필자는 최종 완성본이 아닌 흑백본의 영상을 먼저 관람한 후 리뷰를 작성했고, 칼라로 된 최종본을 다시 관람했는데, 흑백의 정서로 본 ‘이미’와 칼라의 정서로 본 ‘이미’는 각각의 장점을 가지고 있다. 같은 영화라도 어떻게 설정했고, 후반작업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정서와 감정의 전달은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느끼게 만들었다.

흑백본은 자극적인 이야기와 정서 대신에 전체적으로 일관된 톤을 유지하는데 스토리텔링과 캐릭터 구축에 모두 해당된다. 칼라본은 등장인물의 움직임과 주변의 모습, 상황을 정확하게 인지할 수 있게 해 관객이 구체적으로 영화 속으로 들어가는데 도움을 주고 있다. 임선우의 세연과 명유진의 시연은 일정 부분 캐릭터 중첩을 통해 최우혁의 혁에 대한 마음을 축적하는 역할을 한다는 공통점은 독특하다.

‘이미’ 스틸사진. 사진=2018 한예종 영상원 영화과 졸업영화제 제공 <‘이미’ 스틸사진. 사진=2018 한예종 영상원 영화과 졸업영화제 제공>

◇ 선택과 집중을 했을 때 다르게 보일 수도 있다

‘이미’는 지저귀는 새소리, 글을 쓰는 남자의 모습으로 시작한다. 흑백본으로 봤을 때는 감당할 수 없는 현실에 내면이 빛깔을 잃은 것이 아닌가 생각할 수도 있는데, 혁이 바라보는 세상을 표현했다고 볼 수도 있었다.

잔잔한 톤이지만 선명한 색감으로 표현된 칼라본은 혁이 포함된 세상, 혁을 바라보는 세상의 모습처럼 볼 수도 있는데, 이럴 경우 관객은 혁에게 감정이입하기보다는 세연 혹은 시연에게 감정이입할 가능성도 높아진다.

선택과 집중을 했을 때 다르게 보일 수도 있는 것은 영화를 만드는 과정뿐만 아니라 관람하는 사람의 시야에 따라서 달라질 수도 있는데, 선택과 집중을 해 만들거나 그렇게 관람할 것인가, 아니면 전체적으로 많을 것을 담고 가능한 많은 것을 느끼려는 마음으로 관람할 것인가도 선택의 문제일 수 있다. 여기서 분명히 짚고 넘어갈 것은,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각각의 장점이 있기 때문에 배타적인 비교우위를 따지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 혁을 안쓰럽게 여기며 주변에 머무는 두 여자

누나 세연과 시연은 혁을 안쓰럽게 여기면서 주변에 머무는 두 여자이다. 각각의 배역을 맡은 임선우와 명유진은 비슷한 분위기를 만들고 있다. 캐릭터의 분리를 확실히 할 수도 있었겠지만 비슷한 분위기를 만든 이유가 무엇일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개별적인 감정들을 크게 부각하지 않으면서 혁 주변의 인물들에 대한 공통적인 정서를 유지하기 위한 선택일 수도 있다. 장편영화라면 이런 선택은 스토리텔링을 이어가는데 제한을 줄 수 있는데, 집약적으로 표현된 단편영화이기 때문에 긍정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이다.

두 인물의 캐릭터 표출이 대사보다는 잔잔한 움직임 속에 펼쳐지기 때문일 수도 있고, 디테일에 분명히 차이를 뒀는데 전체적인 정서상에서 튀지 않게 하다 보니 공통점이 더 드러났을 수도 있다.

‘이미’ 원강해 감독. 사진=2018 한예종 영상원 영화과 졸업영화제 제공 <‘이미’ 원강해 감독. 사진=2018 한예종 영상원 영화과 졸업영화제 제공>

◇ 감독이 이야기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일까?

‘이미’는 구체적인 행동들을 추상적으로 해석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작품이다. 혁의 불편함과 혁을 바라보는 시선이 약간은 표현되지만 그렇다고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 키워드로 보이지는 않는다.

세연과 시연의 혁에 대한 마음에는 분명 사랑이 포함돼 있는데, 그렇다고 강렬한 이끌림이나 절절한 보호본능이라고 보기에는 미흡한 부분이 있다. 있는 그대로의 마음이라고 편하게 생각하면 더욱 이해가 될 수도 있다는 점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관객과의 대화(GV; Guest Visit) 시간이 생긴다면 관객은 혁의 내면과 감독의 취지에 대해 많은 질문을 할 수도 있다. 임세연과 명유진이 세연과 시연을 어떻게 받아들였는지, 연기를 할 때 어떤 마음인지에 대한 질문도 나올 수 있을 것이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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