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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영화] ‘부동’(감독 최예린) 2018 한예종 영상원 영화과 졸업영화제(73)

발행일 : 2018-02-08 10:25:54

최예린 감독의 ‘부동(float)’은 2018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영화과 졸업영화제 상영작인 단편영화이다. 어느 날, 정(문혜인 분)은 물고기(만득이 분)를 맡는다.

영화는 사람 냄새에 대해 말하고 싶어 하는데, ‘아무것’에 대한 복합적인 조합을 통해 자존감과 존재감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카메라는 다른 대상을 바라보는 문혜인을 다시 바라보기도 하는데, 문혜인을 따라가기보다는 카메라 앵글 안에 들어왔을 때 잡아주는 모습은 세상 속에서의 존재감이라는 측면에서 바라볼 수도 있다.

‘부동’ 스틸사진. 사진=2018 한예종 영상원 영화과 졸업영화제 제공 <‘부동’ 스틸사진. 사진=2018 한예종 영상원 영화과 졸업영화제 제공>

◇ 사람 냄새를 맡고 싶지만, 직접적으로 사람 냄새를 맡기 두렵거나 주저하게 되는 마음

‘부동’에서 윤(윤성원 분)은 출장을 가면서, 물고기가 중요한 게 아니라 집에 사람 냄새 없어지는 게 싫기 때문에 집에 매일 와서 물고기 밥을 주기를 정에게 부탁한다. 실제로 물고기가 중요한데 멋있게 말하려고 그런 것일 수도 있지만, 집에 왔을 때 다른 것은 아무것도 건드리지 말라고 말하는 게 아니라 커피도 마음껏 마시라고 하는 것을 보면 윤의 말은 진심이다.

물고기 밥을 위해 모르는 사람을 아무도 없는 집에 들어오게 한다는 것에 쉽게 납득하지 못하는 관객도 있을 것이다. 윤이 나중에 정에게 크게 화를 내지 않으면서도 마음속 이야기를 하는 것을 보면, 윤은 상처받지 않을 거리감을 항상 유지하려고 한다는 것을 추정할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상처받지 않을 거리감을 유지하려고 하는데, 그래야 안전하다고 느끼며 그 안전감 속에서 관계를 발전시킬 용기를 내기 때문이다. 사귀면 사귀는 거지 왜 요즘 사람들은 썸이라는 것을 타는지 모르겠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는데, 썸 또한 상처받지 않을 거리감을 유지하기 위한 선택인 것이다.

◇ 직접적으로 바라보기, 바라보는 대상을 또다시 바라보기

물고기를 바라보는 문혜인, 그런 문혜인은 바라보는 카메라. ‘부동’에서 관객은 카메라의 시선을 따라갈 수밖에 없기 때문에 어딘가에 집중하고 있는 문혜인을 바라보게 된다.

직접 세상을 보는 게 아니라 누군가의 시선을 통해 세상을 보는 것과 같은 느낌을 주는데, 물고기를 물끄러미 쳐다볼 때의 문혜인과 그냥 일상생활을 할 때 문혜인은 다르게 느껴진다는 점도 흥미롭다.

방의 문을 열고 들어온 문혜인을 바라보는 카메라의 구도는 영상의 구도라기보다는 사진의 구도처럼 보인다. 고정된 카메라 안으로 들어왔다 나가는 모습은, 정해진 세계 속으로 들어왔다 나가는 느낌이다. 카메라가 철저하게 초점을 맞추며 따라가는 세상 속 주인공이 아니라, 그냥 세상 속에 있는 인물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자전거를 타고 가는 장면 영화 초반과 후반에 나오는데, 처음에는 문혜인을 따라가지 않고 서 있던 카메라가 나중에는 문혜인에 집중해 따라간다. 위상의 변화라고 볼 수도 있지만, 카메라가 따라갔던 게 문혜인이 아니라 자전거라고 생각하면 크게 변한 것은 없을 수도 있다.

영화 시작과 끝에 부분만 보여주는 스틸사진과 문혜인을 바라보는 카메라 워킹은 이미지적으로 연관된다고 볼 수 있다. 단순히 이목을 집중하기 위한 것처럼 생각할 수 있었던 영화의 시작은, 정서의 구축이자 이미지적 암시였던 것이다.

‘부동’ 최예린 감독. 사진=2018 한예종 영상원 영화과 졸업영화제 제공 <‘부동’ 최예린 감독. 사진=2018 한예종 영상원 영화과 졸업영화제 제공>

◇ 자존감이 부족한 시대, 이 세상의 수많은 정을 생각하며

‘부동’에서 정은 직장인도 아니고 학생도 아닌 사람이다. 아무것도 아니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는 아무것은 아니라는 말은 의미 깊게 되새길 필요가 있다. 자존감이 부족한 시대에 정의 모습을 보고 마치 자기의 모습이라고 생각하는 관객은 의외로 많을 수 있다.

직장인도 아니고 학생도 아닌 사람뿐만 아니라, 학생이라는 심리적인 울타리 안에 있거나 직장이라는 소속의 안정감을 누리고 있는 사람들도 요즘에는 낮은 자존감을 가지고 있는 게 일반적이 됐기 때문에, 더 많이 나아가 있는 정의 모습을 보며 공감을 할 수도 있고 위로를 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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