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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영화] ‘자유연기’(감독 김보영) 2018 한예종 영상원 영화과 졸업영화제(23)

발행일 : 2018-02-02 11:28:59

김보영 감독의 ‘자유연기(Monologue)’는 2018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영화과 졸업영화제 상영작인 단편영화이다. 육아와 가난에 지친 연극배우 지연(강말금 분)은 오디션장에서 자유연기를 하며 펑펑 운다.

아직 뜨기 전의 연극배우, 여배우, 육아를 병행해야 하는 엄마. 나를 지칭하는 이런 문구들은 내 삶의 희망과 행복을 연상하게 하기도 하지만, 내 발목을 잡고 있는 굴레이기도 하다. 워킹맘인 지연은, 하고 싶은 게 있지만 제대로 전념하지 못하는 모든 사람들의 마음을 대변한다.

‘자유연기’ 스틸사진. 사진=2018 한예종 영상원 영화과 졸업영화제 제공 <‘자유연기’ 스틸사진. 사진=2018 한예종 영상원 영화과 졸업영화제 제공>

◇ 아이는 예쁘지만 육아를 하는 나는 행복하지 않다는 현실적인 고백

‘자유연기’에서 지연은 아이는 예쁘지만 육아를 하는 자신은 행복하지 않다는 현실적인 고백을 한다. 육아가 보람된 일은 맞지만, 그것을 위한 여자의 희생 또한 감당해야 하는 당연한 책임이라는 시선은, 정말 행복한 에너지를 전달해야 할 엄마들을 우울증에 빠지게 만든다.

육아를 시작하면 여자의 사회생활, 인간관계에는 큰 제약이 따르는데, 모유 수유를 하니 가슴이 커진다고 부러워하는 선배 여배우 미아(미아 분)의 말은 남편(이재인 분)과 별 차이가 없어 보인다.

남편은 나름대로 부인을 도우려고 하고, 미아는 지연을 위해 옷을 챙겨오는 등 지연에게 악의적으로 대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지연의 아픔과 힘든 마음을 제대로 이해하고 위로해주지는 못한다.

◇ 자유롭고 싶은 영혼, 그렇지만 아쉬운 소리를 계속해야 하는 현실

배우인 지연은 남편 못지않게 자유로워지고 싶다. 자유롭고 싶다는 남편의 마음을 이해하면서도 당장의 수입을 위한 선택을 요구하는 지연 또한 배우이기 때문에 마음이 아플 것이다.

연기에 대한 욕심을 버릴 수는 없는 지연은 비중이 많은 것으로 예상된 영화 오디션에 참가하기 위해 세 시간만 아이를 맡아달라고 부탁하지만 쉽지 않다. 애를 한 번 봐달라고 하면서 얼마나 아쉬운 소리를 많이 해야 하는지 경험해 본 적이 없는 사람은 잘 모를 수도 있다.

흔쾌히 해주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고, 아이를 맡아주면서도 온갖 구박과 훈계를 하는 경우도 많고, 심지어는 아이를 맡아주지 않으면서도 뭐라고 하는 사람들도 많다. 아이를 맡아달라는 부탁을 해야 된다는 것만으로도 다른 모든 사람들은 마치 갑이 된 것처럼 행동하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아이를 맡아달라고 부탁할 때 빚지는 심정으로 발을 동동거리며 애원해야 하고, 실제로 아이를 맡아주면 고맙기도 하지만 마음의 부담이 차곡차곡 마음의 빚으로 쌓인다. 대부분의 경우 남편은 결과만 알지 그 과정과 디테일을 알지 못하기 때문에 아이를 맡겨야 하는 부인의 노고가 그 시간에 직접 아이를 돌보는 것 이상으로 힘들다는 것 자체를 생각하지 못할 수가 있다. ‘자유연기’를 보면서 “그러게 집에서 애나 키우지.”라고 말하는 사람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자유연기’ 김보영 감독. 사진=2018 한예종 영상원 영화과 졸업영화제 제공 <‘자유연기’ 김보영 감독. 사진=2018 한예종 영상원 영화과 졸업영화제 제공>

◇ 강말금의 자유연기, 공감해 감정이입한 관객을 울릴 것이다

‘자유연기’를 관람하면 출산과 육아 경험이 있는 여성, 현재 아직 뜨기 전의 배우이거나 배우의 꿈을 가지고 있는 사람, 꿈은 있는데 꿈에 전념할 수 없는 많은 사람들, 하고 싶은 것은 있는데 경제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포기하며 사는 사람들 모두 공감하며 울먹일 수 있다.

강말금은 영화 속 오디션에서 자유연기를 할 때 첫 마디는 “지쳤어요”이다. 한 마디 말로 정서 깊은 곳으로 관객을 끌고 갈 강말금의 자유연기 시간에는 극장이 눈물바다가 될 수 있다. 관객은 무너지지 않으려고 참을 수도 있는데, 감정을 억제하지 않고 같이 울 수 있는 용기가 있어야 마음의 정화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엔딩크레딧이 올라갈 때 실제 연극 무대에 섰던 강말금 배우의 공연 장면 스틸사진은 더욱 현실적인 감동의 여운으로 이어진다. 꿈을 가지고 있는 세상의 수많은 사람들에게 이 영화가 힐링이 되기를 바란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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