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RPM9

문화예술
HOME > 문화예술 > ET-ENT영화

[ET-ENT 영화] ‘1급기밀’ 동결반응으로 무반응인 관객이 분노하는 관객보다 더 충격받았을 수 있다

발행일 : 2018-01-22 10:14:17

고(故) 홍기선 감독의 ‘1급기밀(The Discloser)’은 3명의 실존 인물의 이야기를 모아서 만든 영화로 방산비리에 관련된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다큐멘터리 같은 느낌을 주는 이 작품에 대해 “영화 안에 홍기선 감독이 살아있다.”라고 출연 배우 및 스태프들은 표현했다.

한참 전에 일어났던 과거만의 일도 아니고, 최근에 발생한 새로운 사건도 아니라, 과거부터 계속 진행된 현재진행형의 이야기라는 것이 영화를 보면서 느껴지는데, 무거운 주제이지만 영화적 재미도 살아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1급기밀’ 스틸사진. 사진=리틀빅픽쳐스 제공 <‘1급기밀’ 스틸사진. 사진=리틀빅픽쳐스 제공>

◇ 항공기 추락사고 후 대책 회의에서 박대익의 동결반응! 분노하지 않고 무반응인 관객이 더 강하게 충격을 받은 상태일 수도 있다!

‘1급기밀’에서 강영우 대위(정일우 분)가 전투기 추락 사고를 당한 뒤 열린 대책 회의에서 항공부품구매과 중령 박대익(김상경 분)은 아무런 반응을 하지 못한 채 얼어버리는 동결반응을 보인다.

무언가로부터 견디기 힘든 강한 위협을 받으면 아무런 동적 반응을 하지 못한 채 그 자리에서 멍하니 멈춰 서게 되는데, 이는 위협을 직면했을 때 감당하지 못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선택하게 되는 회피의 일종이다.

‘1급기밀’ 스틸사진. 사진=리틀빅픽쳐스 제공 <‘1급기밀’ 스틸사진. 사진=리틀빅픽쳐스 제공>

동결반응을 보일 경우 다른 사람에게 속마음을 다 들키게 되는데, 이는 무책임한 것이 아니라 생존을 위해 무의식적으로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이다. 원시인들이 무서운 동물과 마주쳤을 때 동결반응을 보이며 움직이지 않음으로써 살아났었고, 이는 그 상황에서 최선을 다한 선택이었다.

‘1급기밀’을 보면서 분노하고 흥분하는 관객도 있을 것이고, 별 반응을 보이지 않으면서 거의 고정된 자세로 영화를 끝까지 보는 관객도 있을 것인데, 동결반응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는 관객이 더욱 감정이입해 공감하고 있을 수도 있다.

‘1급기밀’ 스틸사진. 사진=리틀빅픽쳐스 제공 <‘1급기밀’ 스틸사진. 사진=리틀빅픽쳐스 제공>

◇ 폭풍전야의 고요함, 갈등의 격발 전 경쾌함 속에 감춰진 긴장감

‘1급기밀’에서 박대익을 비롯해 탐사보도 전문기자 김정숙(김옥빈 분), 군수본부 외자부장 천장군(최무성 분), 군수본부 소속 대령 남선호(최귀화 분), 항공부품구매과의 실세 황주임(김병철 분)은 폭풍전야의 고요함, 갈등의 트리거 전 경쾌함 속에 감춰진 긴장감을 표현한다.

정보제공자에 대한 신원, 비밀 보장이 지켜질지, 가족 같은 사람, 가족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배신하겠다는 결단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관객은 등장인물 못지않게 마음속 선택을 하며 영화를 볼 수 있다.

‘1급기밀’ 스틸사진. 사진=리틀빅픽쳐스 제공 <‘1급기밀’ 스틸사진. 사진=리틀빅픽쳐스 제공>

◇ 상반된 내용의 대비, 관객 또한 순간의 선택을 하며 스토리텔링을 따라가게 된다

1급기밀이 아닌 1급조작 같은 영화의 이야기는 상반된 내용의 대비를 통해, 관객 또한 순간의 선택을 하며 스토리텔링을 따라가게 만든다. ‘안이한 불의의 길’과 ‘험난한 정의의 길’, ‘배신자인가?’와 ‘내부고발자인가?’에 대한 갈등, ‘죄책감’과 ‘정의감’ 사이의 혼란, ‘같은 군인을 죽게 만드는 명령’이라고 봐야 할지 ‘어쩔 수 없는 소수의 희생’이라고 볼 수밖에 없는지에 대해 관객은 체험형 영화처럼 몰입하게 되는데, 이 또한 다큐멘터리적 요소라고 볼 수 있다.

‘1급기밀’ 스틸사진. 사진=리틀빅픽쳐스 제공 <‘1급기밀’ 스틸사진. 사진=리틀빅픽쳐스 제공>

◇ 박대익 중령은 선의 대변인인가? 남선호 대령은 악의 대변인인가?

‘1급기밀’에서 박대익 중령은 선의 대변인이고, 남선호 대령은 악의 대변인처럼 볼 수도 있으나, 그 순간에 그 시간에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두 사람의 운명은 바뀔 수도 있었고, 누구나 박대익과 남선호의 갈림길에 설 수도 있다.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판이하게 다른 삶을 살게 될 수 있고, 가치관과 신념 또한 달라질 수 있다.

최귀화가 남선호 역이 아닌 박대익 역을 맡았으면 어땠을까? 몰입해 연기한 배우의 감정에는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반대로 김상경이 박대익이 아닌 남선호 역을 맡았으면 어땠을까? 질문은 쉽게 할 수 있지만, 대답은 생각보다 쉽지 않을 수 있다.

‘1급기밀’ 스틸사진. 사진=리틀빅픽쳐스 제공 <‘1급기밀’ 스틸사진. 사진=리틀빅픽쳐스 제공>

“아빠는 바보 같은 군인이지만 세상에서 가장 용감한 군인”이라는 가족의 말은 한 사람의 용기와 희생이 어떤 가치를 가질 수 있는지를 알려주고 있다. ‘이태원 살인사건’, ‘선택’에 이은 고(故) 홍기선 감독의 사회고발 3부작의 마지막 작품인 ‘1급기밀’에 대한 일반 관객들의 반응이 궁금하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최신포토뉴스

위방향 화살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