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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드라마] ‘언터처블’(14) 과거 그 모습 그대로 살아야 한다는 게 무섭다

발행일 : 2018-01-15 05:39:09

조남국 연출, 최진원 극본, JTBC 금토드라마 ‘언터처블’ 제14회에서 진구(장준서 역)는 과거 그 모습 그대로 살아야 한다는 게 무섭다고 말한다. 이 드라마에서 잘못된 것에 대한 반응은 다양한데, 순응하는 자도 있고 당하는 자도 있고 오히려 이용하는 자도 있고 피하는 자도 있고 적극적으로 저항하는 자도 있다.

제목 그대로 건드릴 수 없는 존재에 대한 이야기가 이야기의 핵심인지, 불의에 대한 저항이 드라마가 전달하려는 메시지인지, 법이 무시되며 잘못된 것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법을 지키지 않는 초법적 행위도 타당하다는 것인지, ‘언터처블’은 후반부로 가면서 초점을 흐리고 있다.

‘언터처블’ 스틸사진. 사진=JTBC 방송 캡처 <‘언터처블’ 스틸사진. 사진=JTBC 방송 캡처>

판을 명확하게 만들지 않고 흩뜨리는 이유는 대반전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라고 긍정적으로 추측할 수도 있는데, 남은 두 번의 방송을 통해 이 드라마가 어떤 여운을 남기게 될지 궁금해진다.

◇ 결국 아버지에게서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들! 언터처블은 박근형을 지칭한 표현인가?

“아들은 아버지를 죽이지는 못하지만, 또한 아버지는 아들을 죽이지는 못한다.”라고 박원상(고수창 역)에게 진구는 말한다. 진구는 “형! 나는 아버지가 무서워.”라고 김성균(장기서 역)에게 말하면서, 진구 또한 아버지에게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명확하게 했다.

‘언터처블’ 스틸사진. 사진=JTBC 방송 캡처 <‘언터처블’ 스틸사진. 사진=JTBC 방송 캡처>

지금까지 아버지의 죄에 대한 심판을 하려는 모습을 보여줬던 진구는, 과거 그 모습 그대로 살아야 한다는 게 무섭다는 말을 통해 심판이 아닌 저항의 태도를 취하고 있다.

‘언터처블’ 제14회 마지막에 박근형(장범호 역)은 김성균 앞에 모습을 드러냈고, 이제 진구와도 직접 만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북천이라는 거대한 조직이 언터처블한 게 아니라 박근형이라는 1인이 언터처블한 것으로 이야기를 흘러가고 있다.

‘언터처블’ 스틸사진. 사진=JTBC 방송 캡처 <‘언터처블’ 스틸사진. 사진=JTBC 방송 캡처>

이렇게 되면 그간 쌓아온 많은 갈등관계, 대립관계는 거품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결국 ‘장범호 vs. 다른 모든 세력들’로 귀결되기 위해 스토리텔링의 좋은 재료들은 모두 소진된 것처럼 생각되는 것은 아쉽다.

제15회와 제16회를 통해 수긍할 수 있는 멋진 반전과 결말을 이끌어낼지 아니면 초반의 긴장감과 몰입감에 대한 향수만 남기며 몰락해가는 북천처럼 ‘언터처블’도 잊힐 운명인지 알기 위해 한 주를 기다려야 한다.

‘언터처블’ 스틸사진. 사진=JTBC 방송 캡처 <‘언터처블’ 스틸사진. 사진=JTBC 방송 캡처>

◇ 역대급 악역은 연민 악역으로 축소되고, 이권에 휘둘리지 않던 강한 정의의 사도는 시장 선거에 이기면 되는 인물로 축소되다

평생 믿어왔던 정의라는 가치를 버린 진경(정윤미 역)의 모습은 ‘언터처블’에서 끝까지 일관성을 유지하는 정의의 사도는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시장이 되기 위한 진경의 선택은 인과관계의 모순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진구 또한 정의의 사도라기보다는 아버지에 대항하기 위해 정의롭지 못한 과정과 방법을 거리낌 없이 사용하는 인물로 캐릭터가 변경돼 왔다. 지나놓고 보니 진구는 아버지 박근형의 피를 이어받은 같은 가문의 전형적인 인물일 수 있다고 생각된다. 박근형의 시야가 맞는 것을 드라마는 돌고 돌아서 증명하고 있다.

‘언터처블’ 스틸사진. 사진=JTBC 방송 캡처 <‘언터처블’ 스틸사진. 사진=JTBC 방송 캡처>

◇ 정의라는 가치는 필요가 없다, 목적을 위해 방법과 과정을 버릴 수 있는 현실적인 인물들 때문에 오히려 비현실적으로 들리는 이야기

단호하게 악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인간적이라고 볼 수도 없는 김성균을 비롯해 진구, 진경, 고준희(구자경 역), 정은지(서이라 역) 모두 목적을 위해 방법과 과정을 모두 버릴 수 있는 인물들이다.

아버지라는 괴물 앞에 무기력한 사람들에게 정의라는 가치는 필요가 없는 것처럼 보인다. ‘언터처블’의 모든 사람들이 드라마 초반과는 달리 현실적인 인물로 캐릭터가 변화되면서 드라마의 전반적인 이야기는 오히려 비현실적으로 느껴진다.

‘언터처블’ 스틸사진. 사진=JTBC 방송 캡처 <‘언터처블’ 스틸사진. 사진=JTBC 방송 캡처>

‘언터처블’은 B급 정서로 시작하지 않고 정통 선악 대립극으로 펼쳐졌기 때문에 초반의 강한 몰입도와 함께 큰 호평을 받았는데, 종영을 앞둔 시점에서 되돌이켜 보면 자아는 강한데 그 알맹이를 채울 것이 없는 현대인의 전형적인 모습과 점차 닮아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언터처블’의 마지막 두 번의 방송에서 박근형이 변신을 할지 아니면 끝까지 질주를 할지에 따라 드라마가 남기는 메시지는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멋진 마무리를 기대해본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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