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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뮤지컬] ‘판’(4) 대상관계이론, 하인즈 코헛의 ‘자기대상’ 남을 통해 나를 본다

발행일 : 2017-12-15 08:56:07

변정주 연출, 정은영 작, 박윤솔 작곡, 김길려 음악감독이 만든 2017 정동극장 창작ing 뮤지컬 ‘판’이 12월 7일부터 31일까지 정동극장, CJ문화재단 주최로 정동극장에서 공연 중이다.

‘판’에 대해 본지는 경계를 넘나드는 연출, 연결의 디테일, 대상관계이론 중 멜라니 클라인(Melanie Klein)의 ‘투사적 동일시(projective identification)’, 도날드 위니콧(Donald Winnicott)의 ‘참 자기(true self)와 거짓 자기(false self)’의 개념을 기준으로 3편의 리뷰를 게재했고, 이번에는 마지막으로 하인즈 코헛(Heinz Kohut)의 ‘자기대상(self object)’ 개념을 기준으로 등장인물의 관계성을 검토한다.

‘판’ 공연사진. 사진=정동극장 제공 <‘판’ 공연사진. 사진=정동극장 제공>

◇ 대상관계이론, 하인즈 코헛의 자기대상

하인즈 코헛은 공감의 중요성을 강조해 자기심리학을 발전시킨 학자이다. 개인의 내부 세계보다 다른 사람을 포함한 환경과의 유기적인 관계를 중시했는데, 자기를 좁은 의미로는 ‘마음 또는 성격의 한 특정 구조로서의 자기’로 봤고 넓은 의미로는 ‘다른 사람으로부터 표현된 자기’라고 봤다.

그렇기 때문에 코헛은 자기를 세우기 위해서는 항상 외적 대상이 필요하고, 그 대상들과의 지속적인 자기대상 경험 속에서 자기가 강화되고 유지된다고 봤다. ‘자기대상’은 ‘자기의 일부로 경험되는 대상’을 의미하는 것이다.

‘판’ 공연사진. 사진=정동극장 제공 <‘판’ 공연사진. 사진=정동극장 제공>

살면서 자기를 비춰 확인하게 되는 모든 것을 자기대상이라고 할 수 있다. 스스로 자기를 생각하며 느끼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자기대상을 꾸준히 찾는 이유는 다른 사람을 통해 비친 나의 모습을 통해 심적 안정감을 얻고 싶기 때문이다.

◇ 자기대상의 종류(1) : 거울 자기대상

자기대상에는 크게 세 가지 종류가 있다. 거울 자기대상(mirroring self object)은 칭찬과 인정을 받고 싶어 하는 자기대상이다. 내가 이뤄낸 성과나 성취도 내게 의미 있는 타자로부터 칭찬과 인정을 받을 때 드디어 완성된 존재감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판’ 공연사진. 사진=정동극장 제공 <‘판’ 공연사진. 사진=정동극장 제공>

시험을 잘 본 학생은 좋은 성적이라는 그 자체에 행복을 느낄 수도 있지만 아무도 그것에 대해 언급하거나 반응하지 않을 경우 마음이 편안하기 힘들어질 수 있다. 선생님이나 부모님이 자기의 거울이 돼 좋은 성적에 대해 감탄과 칭찬을 해 줄 경우 드디어 성적을 좋게 받은 것이 완성됐다는 심적 안정감을 느낄 수 있는 것이다.

우수한 성적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학교에서 선생님에게 칭찬받지도 못하고 집에서는 관심조차 받지 못할 경우 더 이상 공부할 의욕이 생기지 않을 수도 있다. 적절한 자기대상을 찾지 못하면 심적 안정감은 물론 성취의 욕구 또한 줄어들 수 있는 것이다.

‘판’ 공연사진. 사진=정동극장 제공 <‘판’ 공연사진. 사진=정동극장 제공>

◇ 자기대상의 종류(2) : 이상화 자기대상

이상화 자기대상(idealizing self object)은 힘없는 자기를 강하고 힘이 있고 완벽하고 전능한 이미지의 대상과 융합해 불안한 느낌을 줄이기 위한 자기대상이다. 이때 대상은 안정되고 이상화된 완벽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어야 하며, 자기와 융합할 수 있어야 한다.

자기가 이상적으로 여기는 대상을 찾지 못하거나 사라질 경우, 이상화 자기대상을 평생 찾을 수도 있고 더 이상 자기에게 그런 대상이 없다고 생각할 경우 스스로를 더욱 보호할 수 없도록 문란한 성적 행동을 하거나 마약이나 약물, 알코올 중독에 걸리는 회피를 자기도 모르게 선택할 수도 있다.

‘판’ 공연사진. 사진=정동극장 제공 <‘판’ 공연사진. 사진=정동극장 제공>

◇ 자기대상의 종류(3) : 쌍둥이 자기대상

쌍둥이 자기대상(twinship self object)은 자기를 반영하고 인정하고 보호하는 부모와 유사하거나 동일하다는 느끼길 원하는 자기대상을 지칭한다. 자기가 타인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대상을 통해 확인받고 싶은 욕구에서 비롯되며, 전 생애에 걸쳐 유지되는 욕구로 알려져 있다.

자기대상에 대한 개념은 코헛이 집중적으로 언급한 연령대뿐만 아니라 전 생애에 걸쳐 적용할 수 있다. 자기대상은 특정 시기에 더욱 필요하면서도 전 생애에 걸쳐 필요하기 때문이다.

‘판’ 공연사진. 사진=정동극장 제공 <‘판’ 공연사진. 사진=정동극장 제공>

◇ ‘판’에서 호태는 달수의 거울 자기대상이면서 이상화 자기대상이다

‘판’에서 양반집 도련님이었던 달수(김지철 분)는 이야기꾼인 전기수 호태(김지훈 분)를 추종하며 낭독의 기술을 배운다. 달수는 자기의 낭독 실력이 늘어나는 것을 스승인 호태에게 인정받기를 원하다.

사회적 레벨로는 달수가 호태보다 위이기 때문에 당시에 호태가 달수를 칭찬하고 인정한다는 것은 일반적으로 용납되지 않는 상황인데, 달수가 호태를 거울 자기대상으로 삼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판’ 공연사진. 사진=정동극장 제공 <‘판’ 공연사진. 사진=정동극장 제공>

과거에 급제하는 것보다 최고의 전기수가 되고 싶었던 달수에게 전기수로서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던 호태는 그야말로 완벽한 이상화 자기대상이었던 것이다. 양반으로 사는 것이 싫지는 않았지만 자기의 기질과 어울린다고 여기지 않았던 달수는 생물학적 부모 대신에 호태를 이상화 자기대상으로 추구했던 것이다.

◇ ‘판’에서 극중 청중들은 호태와 달수의 거울 자기대상이다

‘판’에서 호태와 달수를 비롯한 전기수들은 극중 청중들의 반응에 의해 자기들의 일에 보람을 느낀다. 전기수뿐만 아니라 영화와 모든 무대 공연에서 배우를 비롯한 아티스트들에게 관객은 거울 자기대상이 될 수 있다.

‘판’ 공연사진. 사진=정동극장 제공 <‘판’ 공연사진. 사진=정동극장 제공>

유명 가수도 팬들이 가득한 공연장에서는 뛰어난 무대 매너를 보여주지만, 자기에게 노골적으로 환호하지는 않는 상대적으로 무덤덤한 초대 공연에서는 매우 당황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는데, 관객들이 거울 자기대상의 역할을 해주지 않을 경우 스스로 무대를 꾸미지는 못하는 경우에 해당된다.

공연은 무대 위의 아티스트뿐만 아니라 관객들이 같이 만든다는 말이 있는데, 단지 관객들의 호응을 이끌어내기 위한 접대성 멘트라고 볼 수도 있지만, 관객들이 거울 자기대상이라는 것을 아티스트들이 자기도 모르게 체득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볼 수도 있다.

‘판’ 공연사진. 사진=정동극장 제공 <‘판’ 공연사진. 사진=정동극장 제공>

‘판’은 사람들의 마음을 얻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한 사람의 마음을 얻으면 세상을 얻는다.”라는 극중 표현은 자기를 제대로 반영하고 표현해 줄 자기대상을 만날 경우 어떤 예술적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지를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 ‘판’에서 전기수들이 들려주는 소설 속 주인공은 극중 청중들의 이상화 자기대상이다

‘판’에서 극중 청중들은 전기수들을 자기대상으로 여길 수도 있지만, 전기수들이 들려주는 소설 속 주인공을 이상화 자기대상으로 여기고 있다고 추정할 수 있다. 현실에서는 찾을 수 없는 대상을 소설 속에서 찾고 있다고 여겨진다.

‘판’ 공연사진. 사진=정동극장 제공 <‘판’ 공연사진. 사진=정동극장 제공>

관계성에 초점을 두고 있는 대상관계이론에서는 ‘부분 관계(partial object)’라는 개념을 사용한다. 한 사람이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을 때 온전한 한 사람과 관계를 맺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신체의 한 부분 혹은 한 측면과 관계를 맺는다는 것이다.

‘판’에서 소설 속 주인공이 모든 면에서 온전하고 완벽한 이상화 자기대상이라는 것이 아니라, 자기가 원하는 측면에서의 판타지를 이뤄주는 이상화 자기대상이라고 볼 수 있다.

‘판’ 공연사진. 사진=정동극장 제공 <‘판’ 공연사진. 사진=정동극장 제공>

양반을 혼내주는 이야기는 현실에서는 실제로 하기 어려운 일을 완벽하게 대리로 행하는 것이며, 사회적으로 성적 억압을 하던 시대에 염정소설 속 주인공은 극중 청중을 완벽하게 각성시킬 수 있는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 ‘판’에서 산받이는 전기수들의 쌍둥이 자기대상이다

‘판’은 산받이(최영석 분)가 무대 속 등장인물들과 직접 대화를 나누기도 하고 스토리텔링에 중요하게 관여하기도 한다는 점이 특이하다. 무대 위 전기수들에게 산받이는 무대 위에 올라가 있는 연출이자 예술감독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볼 수도 있다.

‘판’ 공연사진. 사진=정동극장 제공 <‘판’ 공연사진. 사진=정동극장 제공>

전기수들은 산받이에게 자기를 반영하고 인정받기를 원하며, 산받이는 마치 결재권자처럼 전기수들에게 행동의 당위성과 안전성을 부여한다. 산받이로부터 무대 위 전기수는 완벽하게 보호받고 있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판’에서 산받이의 역할을 파격적으로 설정한 것은 무척 타당했다고 생각된다.

‘판’을 대상관계이론의 다양한 시야에 입각해 바라봤을 경우 무척 합리적으로 적용될 수 있다는 것이 확인된다. 만들어낸 이야기이지만 실제 생활처럼 짜임새 있고 개연성 있으며 내면 심리를 제대로 부여해 만들어진 작품이라고 대상관계이론이라는 틀에서 평가할 수 있다. ‘판’이 스테디셀러 레퍼토리로 롱런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게 만드는 강력한 이유이기도 하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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