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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뮤지컬] ‘판’(3) 대상관계이론, 도날드 위니콧의 ‘참 자기, 거짓 자기’의 개념으로 바라본 양반집 도련님 달수

발행일 : 2017-12-14 07:40:33

2017 정동극장 창작ing 뮤지컬 ‘판’에서 달수(김지철 분)는 양반집 도련님인데, 전기수인 호태(김지훈 분)가 펼치는 이야기에 푹 빠져 ‘낭독의 기술’을 전수받는다. 달수는 양반이지만 전기수의 매력에 빠져 전기수로 살아가기로 결정한다.

사회적 억압에 대항에 꿈을 찾는다는 시야로 바라볼 수도 있지만, 대상관계이론 학자 도날드 위니콧(Donald Winnicott)의 ‘참 자기(true self), 거짓 자기(false self)’의 개념을 적용해 기질과 달리 살아가던 달수가 자신의 기질대로 살겠다고 참 자기를 찾은 것이라고 볼 경우 달수의 행동이 더욱 잘 이해될 수 있다.

‘판’ 공연사진. 사진=정동극장 제공 <‘판’ 공연사진. 사진=정동극장 제공>

◇ 대상관계이론, 도날드 위니콧의 참 자기, 거짓 자기

도날드 위니콧이 말한 ‘참 자기’는 자기가 타고난 본래 기질대로 살아가는 것을 뜻하며, 자기가 제대로 된 보호를 받지 못해 안전하다고 느끼지 않을 경우 참 자기를 지키기 위해 ‘거짓 자기’를 만들어 살아간다는 이론을 정립했다.

여기서 참과 거짓은 도덕적인 옳고 그름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의 본 기질대로 충실히 살고 있는지 아닌지의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다. 위니콧의 개념을 적용해 표현할 때 거짓 자기로 살아간다고 해서 도덕적으로 거짓되고 잘못된 삶을 산다는 것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판’ 공연사진. 사진=정동극장 제공 <‘판’ 공연사진. 사진=정동극장 제공>

본래 기질상으로 자유분방하게 태어났는데, 모범적으로 절제된 모습을 강요받으며 살아가는 사람도 있다. 그 사람은 본래 자기의 기질대로 행동할 경우 사회에서 자기에게 원하는 바와 반대되는 행동을 해야 하기 때문에 자유롭게 살기보다는 모범적으로 사는 삶을 택할 수 있다.

이 경우 자유분방한 본래의 기질이 참 자기라면, 사회에 적응해 모범생으로 살아가는 모습은 거짓 자기인 것이다. 번듯한 직장인이거나 학교 선생님, 의사나 판검사인 사람이 회사일이 끝난 후 취미를 직업 이상으로 열심히 하는 경우를 요즘 시대에 많이 볼 수 있는데, 이는 사회생활을 위해 거짓 자기를 어쩔 수없이 택했지만 참 자기 또한 버리지 못하는 모습이라고 볼 수 있다.

‘판’ 공연사진. 사진=정동극장 제공 <‘판’ 공연사진. 사진=정동극장 제공>

◇ 달수의 이중생활, 달수의 참 자기와 거짓 자기

‘판’에서 달수는 양반집 도련님과 전기수의 이중생활을 한다. 자신이 양반이면서 양반을 풍자하는 이야기를 할 때 더욱 살아있는 모습을 보인다. 낭독의 기술을 익혀 전기수가 되고 싶으면서도 초반에 달수는 아버지 앞에서는 과거 시험 준비를 하는 것처럼 행동한다.

그러던 달수는 관아로 잡혀간 뒤 사또(윤진영 분) 앞에서 목숨을 걸고 할 말을 다 하는데, 거짓 자아로 살아야 했던 달수가 더 이상 거짓 자기로 살지 않겠다고 직면한 장면이라고 볼 수 있다.

‘판’ 공연사진. 사진=정동극장 제공 <‘판’ 공연사진. 사진=정동극장 제공>

달수는 자기가 양반으로 사는 것에 대해 거부감을 느끼지는 않는다. 만약 달수가 소설을 낭독할 때뿐만 아니라 과거 시험 준비를 할 때도 모두 자발적인 의욕을 가지고 있었다면 두 모습 모두 참 자기라고 볼 수도 있었을 것이다.

자기가 스스로 이루지는 않았지만 가지고 있는 사회적, 경제적 지위를 지키고는 있지만 거기에 만족하거나 순응하지 않고 저항하거나 방황하는 경우는 대부분 참 자기를 찾고자 하는 열망이 강하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판’ 공연사진. 사진=정동극장 제공 <‘판’ 공연사진. 사진=정동극장 제공>

‘판’에서 호태는 “그게 바로 나야”라고 노래를 부르는데, 기질과 다른 현재의 모습이었다면 거짓 자기였을 것인데, 자신감을 가지고 스스로의 기질과 성향을 표현했기 때문에 참 자기를 공표한 것이라고 보인다.

작품에서 주인공이 겪는 내적 갈등을 도널드 위니콧의 참 자기와 거짓 자기의 개념에서 바라볼 경우 어떤 면이 현상황이고 어떤 면이 자기가 원하는 면인지 쉽게 파악할 수 있다.

‘판’ 공연사진. 사진=정동극장 제공 <‘판’ 공연사진. 사진=정동극장 제공>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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