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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뮤지컬] ‘난쟁이들’(1) 멜라니 클라인의 ‘투사적 동일시’로 바라본 백설공주와 난쟁이 빅

발행일 : 2017-12-04 20:37:52

PMC프러덕션 기획/제작, 랑 제작, 2017 어른이 뮤지컬 ‘난쟁이들’이 11월 26일부터 내년 1월 28일까지 대학로 TOM(티오엠) 1관에서 공연 중이다. 송승환 예술감독, 이지현 작/작사, 황미나 작곡, 김동연 연출로 진행되는 이번 작품은 초연과 재연에 이어 업그레이드돼 창작 뮤지컬의 힘을 보여주고 있다.

‘난쟁이들’은 동화 나라의 이야기로 서로 다른 작품에 등장하는 백설공주(최유하, 신의정 분), 신데렐라(전민준 분), 인어공주(유연, 백은혜 분) 등 공주 및 왕자(우찬, 전민준, 박정민 분) 그리고 난쟁이 마을에 사는 난쟁이들의 이야기가 새로운 관계로 재정립, 재편성된 작품이다.

‘난쟁이들’ 공연사진. 사진=오픈리뷰 제공 <‘난쟁이들’ 공연사진. 사진=오픈리뷰 제공>

작품의 주요 등장인물들은 의미 있는 타자와의 관계성에 의해 자기 존재 증명하고 있기 때문에, 대상관계이론(Object Relations Theory)에 의해 살펴볼 경우 더욱 명확하고 재미있게 들여다볼 수 있다.

본지는 대상관계이론 중 멜라니 클라인(Melanie Klein)의 ‘투사적 동일시(projective identification)’, 도날드 위니콧(Donald Winnicott)의 ‘멸절(annihilation)’ 및 ‘참 자기(true self)와 거짓 자기(false self)’, 하인즈 코헛(Heinz Kohut)의 ‘자기대상(self object)’ 개념을 기준으로 3회에 걸쳐 리뷰를 게재한다.

‘난쟁이들’ 공연사진. 사진=오픈리뷰 제공 <‘난쟁이들’ 공연사진. 사진=오픈리뷰 제공>

◇ ‘난쟁이들’ 대학로 뮤지컬임에도 불구하고 남자 관객들도 많은 이유는 무엇일까?

‘난쟁이들’이 대학로 뮤지컬임에도 불구하고 남자 관객들도 많은 이유는 무엇일까? 물론 이 뮤지컬 역시 여자 관객들이 더 많고, 이런 질문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의문 또한 제기할 수 있다.

‘난쟁이들’은 작품 소개부터 스스로 “병맛스러움”이라는 표현을 주저 없이 사용할 정도로 자신감을 가지고 있는데, 유쾌함과 시원함이 B급 정서 속에서 살아있다는 것을 직접 공연을 관람하면 확인할 수 있다.

‘난쟁이들’ 신의정(백설공주 역). 사진=오픈리뷰 제공 <‘난쟁이들’ 신의정(백설공주 역). 사진=오픈리뷰 제공>

플립북 스타일의 동화책 영상이 돋보인 이번 작품에서는, 기존의 멋있는 주인공이라기보다는 재미있고 공감되는 주인공들을 만날 수 있다. 백설공주, 신데렐라, 인어공주 등 3명의 공주가 주인공이 아니고, 왕자 또한 주인공이 아니다. 난쟁이들이 주인공인 이야기는 어른이들에게 희망을 심어주는 판타지로 작용한다.

동화 나라의 평범한 난쟁이 찰리(윤석현, 조형균, 신주협 분)의 아빠가 사라지며 찰리에게 해 준 “크면 절대 가장은 되지 마라.”라는 마지막 말은 웃픈 현실을 반영하고 있고 관객들의 공감을 자아냈다. “절대 엄마처럼 살지 마.”가 아닌 “절대 아빠처럼 살지 마.”라고 말하는 이야기에 많은 관객들이 공감한다는 것은 남자 관객들을 공연장으로 오게 하는 이유 중의 하나일 것이다.

‘난쟁이들’ 최유하(백설공주 역). 사진=오픈리뷰 제공 <‘난쟁이들’ 최유하(백설공주 역). 사진=오픈리뷰 제공>

단순히 교훈적인 이야기로만 채워지지도 않고, 단순히 현실 직시로만 채워지지도 않으며, 막연한 희망으로만 채워지지도 않기 때문에 관객의 선택에 따라 보고 싶은 만큼 볼 수 있고, 느끼고 싶은 만큼 느낄 수 있다는 점은 ‘난쟁이들’의 중요한 장점 중의 하나이다.

◇ 대상관계이론, 멜라니 클라인의 투사적 동일시

투사(projection)는 자기 자신이 감당할 수 없는 욕망이나 동기 등 개인적 성향인 태도나 특성을 다른 사람에게 무의식적으로 원인을 돌려, 자기 마음에 있는 것을 외부 세계로 돌리는 것을 뜻한다. 투사는 주로 죄의식, 열등감, 공격성, 수치심 등과 같은 심리를 자신이 아닌 외부로 옮겨, 자신의 심리적 경험이나 상상이 현실처럼 지각되도록 만든다. 내가 견디기 힘든 마음의 상태를 무의식적으로 남에게 전가하는 것이다.

‘난쟁이들’ 최호중(빅 역). 사진=오픈리뷰 제공 <‘난쟁이들’ 최호중(빅 역). 사진=오픈리뷰 제공>

멜라니 클라인이 말한 투사적 동일시는 내가 투사한 대상이 내가 마음을 투사한 상태로 머물지 않고 실제로 그렇게 행동하도록 상대방을 조정하는 것을 뜻한다. 투사가 단순한 회피라면 투사적 동일시는 회피 후 통제라고 볼 수 있는 적극적 상태인데, 투사적 동일시를 하는 사람은 자신이 다른 사람에게 투사적 동일시를 하고 있다는 것을 모른 채 행한다는 점에서 의도적인 자각을 통한 조정과는 다르다.

투사적 동일시에는 네 가지가 있는데, 의존성, 힘, 성, 환심사기의 형태로 나타난다. 의존적 투사적 동일시는 “나는 너 없이는 살 수가 없어”라는 마음을 상대에게 전가해 상대방(대상)이 나를 도와주도록 만드는 것이다.

‘난쟁이들’ 원종환(빅 역). 사진=오픈리뷰 제공 <‘난쟁이들’ 원종환(빅 역). 사진=오픈리뷰 제공>

의존적 투사적 동일시와는 반대로, 힘 투사적 동일시는 “너는 나 없이는 살 수가 없어”라는 메시지를 통해 상대방을 자신의 통제 하에 두려고 하는 것이다. 의존적 투사적 동일시가 자기를 불완전하다고 본 것이라면, 힘 투사적 동일시는 상대방을 불완전한 존재로 여기는 것이다.

성적 투사적 동일시는 나도 모르게 표현하는 옷매무새를 포함한 유혹적인 자세 등을 통해 상대방을 완벽하게 각성하게 만들어 행동을 유발하도록 하는 것을 뜻한다. 표면적인 유혹이 아닌 투사적 동일시를 통한 성적 유혹은 무언가에 홀려서 행동한 것 같은 느낌을 남길 수 있다.

‘난쟁이들’ 강정우(빅 역). 사진=오픈리뷰 제공 <‘난쟁이들’ 강정우(빅 역). 사진=오픈리뷰 제공>

환심사기 투사적 동일시를 사용하는 사람은 스스로 자처한 끈임 없는 희생의 행위에 대해 자기의 헌신과 공로를 인정받기를 원하며, 상대가 자기에게 빚진 마음으로 늘 미안해하게 만든다. 행동의 의도가 상대방에게 전달될 경우 효과는 약해지는데, 투사적 동일시는 자신도 모르게 상대방을 조정하는 행위이므로 의도 또한 감춰지기 때문에 더욱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 투사적 동일시의 정도가 깊어지면 병리적인 수준에 이르게 된다.

◇ ‘난쟁이들’에서 빅을 향한 백설공주의 투사적 동일시 : 힘 투사적 동일시, 성적 투사적 동일시

‘난쟁이들’에서 일곱 난쟁이 중 일곱 번째 난쟁이 빅(원종환, 최호중, 강정우 분)은 죽기 전에 백설공주를 다시 한 번 만나기를 꿈꾼다. 마녀의 힘을 빌려 젊어지고 키가 커져 온 빅이 원래의 상태로 돌아가게 될지를 결정하는 힘이 자기에게 있다는 것을 백설공주는 알고 있다.

‘난쟁이들’ 전민준(신데렐라 역). 사진=오픈리뷰 제공 <‘난쟁이들’ 전민준(신데렐라 역). 사진=오픈리뷰 제공>

두 사람이 만난 초반에 백설공주는 자기가 공주이고 빅은 왕자가 아닌 것에 대해 힘의 우위를 피력한다. 대놓고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가 빅을 이곳에서 내쫓을 수 있다는 것을 은근히 알리는 힘의 투사적 동일시를 사용한다.

성적 투사적 동일시는 백설공주와 빅이 동시에 사용한다. 빅은 자신이 난쟁이지만 힘이 세다는 것을 몸동작을 통해 어필하며, 백설공주는 만났던 왕자가 성적인 면에서 남자구실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뉘앙스를 전달하며 남자 보는 눈이 달라졌다는 것을 어필한다.

‘난쟁이들’ 우찬(왕자1 역). 사진=오픈리뷰 제공 <‘난쟁이들’ 우찬(왕자1 역). 사진=오픈리뷰 제공>

힘 투사적 동일시를 사용할 때 도도한 동작을 취했던 백설공주는, 빅에게 성적 투사적 동일시를 사용할 때는 몸을 살짝씩 배배 꼬거나 상체를 움직여 빅을 성적으로 각성하게 만든다. 특히 두 사람이 같이 무대 뒤로 나갔다 돌아온 후에는 몸의 움직임의 더욱 커졌는데, 빅을 떠나지 못하게 하는 방법으로 계속 성적 투사적 동일시를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백설공주는 예전 ‘백설공주와 일곱 난쟁이’ 시절에 빅이 자기를 봤을 때부터 성적으로 느낌이 있었는지를 물으면서 이야기가 그쪽으로 계속 초점이 맞춰지게 했는데, 다른 작품에서 팜 파탈의 여주인공들의 행동과 비교하면 백설공주가 어떻게 성적 투사적 동일시를 쓰고 있는지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난쟁이들’ 전민준(왕자2 역). 사진=오픈리뷰 제공 <‘난쟁이들’ 전민준(왕자2 역). 사진=오픈리뷰 제공>

◇ ‘난쟁이들’에서 백설공주를 향한 빅의 투사적 동일시 : 의존적 투사적 동일시, 힘 투사적 동일시, 성적 투사적 동일시, 환심사기 투사적 동일시

빅은 백설공주를 만나기 위해 지금까지 살아왔다는 것을 어필한다. “나는 너 없이는 살 수가 없어”라는 의존적 투사적 동일시는 백설공주뿐만 아니라 ‘난쟁이들’의 등장인물들에서 공통적으로 발견할 수 있다.

백설공주에 대해 빅은 의존적/힘/성적/환심사기 투사적 동일시를 모두 사용하는데, 두 가지를 동시에 사용하는 경우도 많다는 점이 흥미롭다. 백설공주에게 “널 위해 할 수 있는 게 있어서 행복해.”라고 빅은 말하는데, 나만이 널 위해 할 수 있다는 힘 투사적 동일시와 자신의 헌신이 행복하다고 어필하는 환심사기 투사적 동일시를 동시에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난쟁이들’ 박정민(왕자3 역). 사진=오픈리뷰 제공 <‘난쟁이들’ 박정민(왕자3 역). 사진=오픈리뷰 제공>

빅은 일곱 난쟁이 중 막내로 유일하게 살아 있는데, 나이가 많다는 점과 난쟁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일반적으로 건강한 방법으로는 자신이 백설공주에게 어필할 수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어필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인 투사적 동일시의 모든 종류를 자신도 모르게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난쟁이들’에서 투사적 동일시는 백설공주와 빅뿐만 아니라, 신데렐라와 인어공주, 찰리도 사용하는 방법이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은 결핍을 가지고 있다. 이들은 상대와의 관계에서 모두 치명적인 상처를 가지고 있다. 이들의 결핍은 관계성 속에서 더욱 도드라지기 때문에, 이들이 사용하는 투사적 동일시를 명확하게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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