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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뮤지컬] ‘시스터 액트’ 하인즈 코헛의 자기심리학 ‘자기대상’의 관점으로 바라본 들로리스의 내면

발행일 : 2017-11-28 13:12:52

Broadway Entertainment Group, Troika Entertainment, SBS, 서클컨텐츠컴퍼니, 인터파크씨어터 주최, EMK인터내셔널 주관의 국내 최초 내한 공연 뮤지컬 ‘시스터 액트(SISTER ACT)’가 11월 25일부터 내년 1월 21일까지 블루스퀘어 인터파크홀에서 공연 중이다.

영화 ‘시스터 액트’ 들로리스 역의 우피 골드버그 프로듀서 제작, 제리 작스 연출, 알란 멘켄 작곡으로 무대에 오른다. 메리 로버트 견습 수녀 역에 한국인 김소향(Sophie Kim)이 참여해 존재감을 발휘한다는 점 또한 뮤지컬의 재미있는 관람 포인트이다.

‘시스터 액트’ 공연사진. 사진=EMK뮤지컬컴퍼니 제공 <‘시스터 액트’ 공연사진. 사진=EMK뮤지컬컴퍼니 제공>

‘시스터 액트’에서 들로리스(데네 힐 분)는 “넌 안 된다.”라는 이야기를 12년 동안 들은 가수 지망생이다. 신변 보호를 위해 들어간 수녀원에서 우연히 재능을 발휘한 재미있는 이야기로 관람해도 되지만, 들로리스가 변화할 수 있었던 포인트와 원리를 찾는다면 관객들은 더 따뜻한 겨울과 앞으로의 행복한 삶을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자기심리학(Self Psychology)을 발전시킨 정신분석학자 하인즈 코헛(Heinz Kohut)의 ‘자기대상’ 개념을 들로리스에 적용하면, 들로리스의 성장과 스토리텔링에서 개연성을 확인할 수 있고 뮤지컬을 보면서 더욱 감동을 받을 수 있다.

‘시스터 액트’ 공연사진. 사진=EMK뮤지컬컴퍼니 제공 <‘시스터 액트’ 공연사진. 사진=EMK뮤지컬컴퍼니 제공>

◇ 오리지널의 감성을 느낄 수 있는 정말 재미있는 ‘시스터 액트’

‘시스터 액트’의 부제는 ‘스웩 넘치는 그녀들이 온다!’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지속적으로 사랑받는 ‘시스터 액트’ 시리즈는 다양한 버전의 작품이 있는데, 이번 공연은 오리지널의 감성 그대로 즐길 수 있는 정말 재미있는 시간이다.

공연 전부터 무대 정면의 영상은 마치 영화관에서처럼 기다리는 시간을 채워줬는데, 장난기 넘치는 자막, 웃음을 위해 훅 들어가는 안무, 신남과 웃음을 동시에 전달하는 밝은 에너지는 관객들을 행복하게 만들어준다.

데네 힐을 비롯한 배우들의 연기와 가창력도 일품인데, 김소향은 맑은 목소리로 시원시원한 가창력을 발휘하며 브로드웨이 스타 배우들 사이에서도 주눅 들지 않는 움직임과 안무를 보여줘 우리나라 관객들을 자랑스럽게 만들고 있다.

‘시스터 액트’ 공연사진. 사진=EMK뮤지컬컴퍼니 제공 <‘시스터 액트’ 공연사진. 사진=EMK뮤지컬컴퍼니 제공>

◇ 하인즈 코헛의 자기심리학 ‘자기대상’

하인즈 코헛은 프로이트의 훌륭한 제자였으나 정신분석으로 환자를 치료하던 중 고전적인 프로이트의 욕동 모델로는 설명되지 않는 증상과 치료에 주목했다. 공감의 중요성을 강조하게 됐으며, 개인의 내부 세계보다 다른 사람을 포함한 환경과의 유기적인 관계를 중시하는 자기심리학을 발전시켰다.

마음 또는 성격의 한 특정 구조로서의 자기와 다른 사람으로부터 표현된 자기라고, 코헛은 자기를 좁은 의미와 넓은 의미로 각각 정의했다. 코헛의 ‘자기대상’은 ‘자기의 일부로 경험되는 대상’을 의미하는데, 자기를 세우기 위해서는 항상 외적 대상이 필요하고, 그 대상들과의 지속적인 자기대상 경험 속에서 자기가 강화되고 유지된다고 했다.

자기대상의 종류에는 칭찬과 인정을 받고 싶어 하는 거울 자기대상(mirroring self object), 힘없는 자기를 완벽하고 전능한 이미지의 대상과 융합해 불안한 느낌을 줄이기 위한 이상화 자기대상(idealizing self object), 자신을 반영해주고 인정해주는 부모와 유사하거나 동일하다는 느끼고 싶어 하는 쌍둥이 자기대상(twinship self object)이 있다.

‘시스터 액트’ 공연사진. 사진=EMK뮤지컬컴퍼니 제공 <‘시스터 액트’ 공연사진. 사진=EMK뮤지컬컴퍼니 제공>

◇ 수녀원에서 드디어 자기대상을 찾은 들로리스

들로리스는 12년간 가수 지망생으로 클럽에 있었지만 애인이라고 생각한 암흑가의 거물 커티스(브랜든 고드프리 분)에게 인정을 받지 못한다. 커티스의 범죄 현장을 우연히 목격했다는 이유로 목숨을 건 도주를 하게 돼, 경찰의 도움으로 수녀원에 숨게 되는 것이다.

들로리스는 자신이 가장 원하는 재능을 인정받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가장 인정받고 싶고 당연히 인정해 줄 것이라 생각한 대상에게 보호받지 못하고 오히려 생명을 빼앗아갈 수 있을 정도로 가장 두려운 존재가 된다.

그렇지만 수녀원의 수녀들은 그녀의 어떤 행동과 이야기도 귀 기울이며 들었고, 수녀 합창단에서 그녀 스타일을 따라 노래를 불렀다. 들로리스가 노래를 부를 때 특별한 언급 없이 본인이 그냥 반 키 높여서 부르면 다른 수녀들도 같이 반 키 높여서 불렀다는 점은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시스터 액트’ 공연사진. 사진=EMK뮤지컬컴퍼니 제공 <‘시스터 액트’ 공연사진. 사진=EMK뮤지컬컴퍼니 제공>

수녀원의 수녀들은 들로리스의 존재 자체를 인정했고 그녀의 노래 스타일을 칭찬하며 따라 했다. 수녀들은 들로리스가 칭찬과 인정을 받고 싶은 대상인 거울 자기대상의 역할을 한 것이다.

수녀들의 절제된 행동과 마음에 대해 들로리스는 한때 답답함을 느끼기도 하지만, 같이 생활을 공유하면서 수녀들을 침착하고 흠 없고 완벽한 대상으로 여긴다. 그들과 함께 하면서 그들과 공감하면서 들로리스는 그들에게서 이상화 자기대상 또한 찾은 것이다.

악당들이 수녀원을 찾아왔을 때도 자신을 헌신적으로 보호하고 지지한 수녀들에게 들로리스는 안도감, 소속감, 참여감을 느끼고 계속 그들과 함께 하고 싶다는 마음을 강력하게 피력한다.

‘시스터 액트’ 공연사진. 사진=EMK뮤지컬컴퍼니 제공 <‘시스터 액트’ 공연사진. 사진=EMK뮤지컬컴퍼니 제공>

들로리스에게 있어서 수녀원의 수녀들은 자신의 꿈을 인정하고 실현하게 만든 거울 자기대상이자. 융합되고 싶은 완벽하며 전능한 이미지를 가진 이상화 자기대상이며, 어디든 제대로 속하지는 못했던 자신을 보호해주고 안도감, 소속감, 참여감을 경험하게 한 쌍둥이 자기대상인 것이다.

들로리스가 재능을 발휘하고 안전을 확보하며 내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는 수녀들이 여러 측면으로 들로리스의 자기대상이 됐기 때문이다. 만약 수녀들이 들로리스를 칭찬하고 인정하지 않았더라면, 본받을 만한 대상이 아니었다면, 보호해주지 않았더라면 어떻게 됐을까를 상상하면 자기대상을 찾는다는 점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된다.

누군가에게 연말은 눈 내리는 아름답고 따듯한 시간이지만, 누군가에게는 자신이 아무것도 아니라고 느끼게 만드는 시간이기도 하다. 만약 내가 후자에 속한다면 내게는 아직 나를 반영해주고 인정해주고 보호해주는 자기대상이 없다고 생각할 수 있다.

‘시스터 액트’는 특정한 설정 속에서 그냥 재미있게 웃을 수 있으며 음악을 즐길 수 있는 킬링타임용 뮤지컬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나를 찾을 수 있는 원리를 알려줘 내 삶을 바꿀 수 있게 만드는 선물 같은 작품이기도 하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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