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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영화] ‘톰보이 리벤저’ 내 마음이 편해지는 복수가 진짜 복수다, 강력한 트라우마 상황에서의 선택

발행일 : 2017-11-23 10:50:32

월터 힐 감독의 ‘톰보이 리벤저(The Assignment)’에서 냉혹하고 잔인한 최고의 킬러 프랭크(미셸 로드리게즈 분)는 자신의 몸이 여자로 바뀐 것을 발견하고 신체적 고통과 정신적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자신을 수술한 자를 찾아 복수하려고 하다가 모든 사건의 배후에 닥터(시고니 위버 분)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보통 영화에서의 보디 체인지는 다른 사람의 이해할 수 있게 만드는 재미있는 상황으로 펼쳐지는 경우가 많았지만, 이 영화에서는 어떤 특정한 상황에서 우연히 몸이 바뀐 게 아니라 타인이 목적을 가지고 누군가를 바꿔놓았다는 점이 중요한 포인트이다.

‘톰보이 리벤저’ 스틸사진. 사진=더블앤조이 픽쳐스 제공 <‘톰보이 리벤저’ 스틸사진. 사진=더블앤조이 픽쳐스 제공>

◇ 프랭크를 죽이지 않고 성전환을 시켜 복수한 닥터, 강력한 트라우마의 상황에서의 선택

‘톰보이 리벤저’를 보면서 닥터의 복수 방법에 공감하지 못하는 관객들도 많을 것이다. 살인에 대한 가장 큰 복수는 살인이라고 흔히 생각할 수 있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게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죽이고 싶은 마음이 매우 강하지만 죽이지 까지는 않는 이유는 복수를 행하는 사람이 그렇게까지 단호하고 모질지는 않거나, 혹은 분노가 그렇게까지 크지는 않기 때문일 수 있기 때문이다.

‘톰보이 리벤저’ 스틸사진. 사진=더블앤조이 픽쳐스 제공 <‘톰보이 리벤저’ 스틸사진. 사진=더블앤조이 픽쳐스 제공>

‘톰보이 리벤저’에서 닥터는 팔을 결박당하고 있을 정도로 위험하며, 자신의 선택에 흔들리지 않는 냉혈한 모습을 보여준다. 닥터가 프랭크를 죽이지 않은 이유에는 일정 부분의 용서가 들어가 있기 때문이 아니다.

사람들은 강한 트라우마의 상황을 겪게 되면 자신을 가장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을 선택한다. 끔찍한 기억을 견디기 힘들다면 단기 기억상실에 걸리기도 하고, 상대를 죽이더라도 그냥 죽이는 게 아니라 잔인한 방법으로 원한 살인을 하기도 한다.

‘톰보이 리벤저’ 스틸사진. 사진=더블앤조이 픽쳐스 제공 <‘톰보이 리벤저’ 스틸사진. 사진=더블앤조이 픽쳐스 제공>

‘톰보이 리벤저’에서 닥터는 프랭크를 그냥 죽였을 경우 자신이 분노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는 점을 알았을 것이다. 스스로를 위로 받을 수 있는 방법은 프랭크가 없어지는 게 아니라 프랭크가 자신의 통제와 제어 하에서 자신이 원하는 대로 변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결론 내린 것이다.

사람들은 복수도 자신이 원하는 방법으로 하는데, 의사 면허를 박탈당했지만 뛰어난 실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는 닥터는 프랭크의 목숨이 아닌 프랭크의 정체성을 죽임으로써, 자신의 존재감을 발휘해 마음의 고통에서 벗어나려고 한 것이다.

‘톰보이 리벤저’ 스틸사진. 사진=더블앤조이 픽쳐스 제공 <‘톰보이 리벤저’ 스틸사진. 사진=더블앤조이 픽쳐스 제공>

죽여서 복수를 하는 게 아니라 그 이전과 같은 삶을 다시는 살지 못하도록 만들어 복수한 것인데, 닥터의 입장에서 볼 때는 깨끗이 죽이는 것보다 훨씬 더 잔인한 복수를 한 것이고, 실제로 프랭크는 정체성이 바뀐 자신에 대해 극도로 분노하며 또 다른 복수를 추진하게 된다.

◇ 받아들이느냐 받아들이지 못하느냐에 따라 심리적 고통의 강도가 결정된다

‘톰보이 리벤저’에서 프랭크는 자신의 몸이 여자로 바뀐 것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대상관계이론 학자 중 도날드 위니콧의 개념을 차용하면, 마음만 남자이고 외모를 포함한 모든 게 여자로 바뀐 프랭크는 모든 것이 사라져버린 것 같은 멸절의 고통과 두려움을 느낀 것이다.

‘톰보이 리벤저’ 스틸사진. 사진=더블앤조이 픽쳐스 제공 <‘톰보이 리벤저’ 스틸사진. 사진=더블앤조이 픽쳐스 제공>

위니콧에 의하면 참 자기가 견디기 힘든 고통을 겪을 때 참 자기를 보호하기 위해 거짓 자기로 행동하며 살아가게 된다. 과거의 폭력적이며 잔인한 자아를 진짜 자아, 참 자기라고 생각하는 프랭크에게 현재의 거짓 자기는 견딜 수 없는 괴로움 때문에 발현된 것이 아니라,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외부의 공격으로 무기력하게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에 거짓 자기를 더욱 받아들일 수 없게 되고, 멸절의 고통에 괴로워하는 것이다. 외적인 모습으로는 거짓 자기에서 다시는 참 자기로 돌아갈 수 없다는 멸절.

프랭크를 보면 변화를 받아들이느냐 받아들이지 못하느냐에 따라 심리적 고통의 강도는 엄청나게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멸절의 느낌을 극복하기 위해 프랭크는 더욱 잔인해지려고 노력한다. 자신을 지지해줄 수 있는 잔인한 자아로의 회귀본능을 발휘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톰보이 리벤저’ 스틸사진. 사진=더블앤조이 픽쳐스 제공 <‘톰보이 리벤저’ 스틸사진. 사진=더블앤조이 픽쳐스 제공>

◇ 세 여자의 질주, 긴장을 이완하는 재치 있는 방법은 웹툰 같은 편집

‘톰보이 리벤저’에서는 여배우들의 활약이 눈에 띈다. 시고니 위버와 미셸 로드리게즈의 질주에 조니 역의 케이틀린 제라드도 가세한다. 성별이 바뀐 프랭크를 받아들이는 모습은 흥미롭기도 하고 충격적이기도 했는데, 이유가 밝혀지면 개연성을 확보되지만 김이 빠지는 느낌을 주기도 한다.

삶에 적응하지 않고 삶에 대응하는 여주인공들의 질주는 쉬지 않고 이어지기에 긴장의 누적으로 관객들에게 피로감을 줄 수도 있었는데, 너무 진지해 질만하면 웹툰 같은 편집으로 긴장을 이완하게 만들었다는 점은 똑똑한 선택으로 여겨진다.

‘톰보이 리벤저’ 스틸사진. 사진=더블앤조이 픽쳐스 제공 <‘톰보이 리벤저’ 스틸사진. 사진=더블앤조이 픽쳐스 제공>

◇ 영화 찍기 전에 진짜 남자로 살았던 것이 아닌가 생각하게 만드는 미셸 로드리게즈의 연기력

‘톰보이 리벤저’에서 미셸 로드리게즈의 연기력은 놀랍다. 마치 영화를 찍기 전에는 남자로 살았던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분노의 감정을 디테일하게 표현한다. 분노와 절망을 표현하는 눈과 볼, 입술 주위의 떨림 또한 상황에 따라 다른 디테일을 보여준다.

과감한 노출 연기도 자연스럽게 소화한다는 점도 눈에 띄고, 액션 장면을 소화할 때도 진짜 남자같이 표현한다는 점도 주목된다. 강한 남성성을 표방하면서도 내면과 행동의 디테일에는 감수성이 살아있었다는 점은 프랭크 캐릭터에서 개연성을 느끼게 만들었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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