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오페라단의 ‘코지 판 투테(여자는 다 그래)’(이하 ‘코지 판 투테’)가 11월 21일부터 25일까지 공연 중이다. 예술총감독 및 연출 이경재, 지휘 민정기, 부지휘 정주현, 카메라타 안티콰 서울이 함께 했다.
스타일숍을 이미지화 한 현대적인 무대에 쳄발로를 비롯한 바로크 악기를 통한 연주를 펼쳐 대형극장에서의 오페라와는 다른 소리의 색다름을 전달한 시간으로, 가벼울 수도 있는 이야기를 가볍지 않게 풀어가려고 했다는 점이 주목된다.
◇ 소극장 오페라를 통해 만나는 바로크 연주
‘코지 판 투테’는 기존 오페라에서 흔히 들을 수 있었던 현대적 오케스트라의 연주가 아닌 바로크 악기를 통한 연주로 듣는 재미를 선사했다. 모차르트식 밝음에 바로크 음색의 안정감이 조화를 이뤘는데, 서정성이 강조된 시간이었다.
이 작품은 스토리텔링의 특성상 다양한 조합의 화음을 느낄 수 있다. 굴리엘모(바리톤 정일현, 김경천 분)와 페란도(테너 진성원, 정재환 분)는 각각 애인인 피오르딜리지(소프라노 이윤정, 김미주 분)와 도라벨라(메조소프라노 김정미, 방신제 분)의 사랑을 확인하기 위해 다른 사람으로 변장하고 다른 상대방을 유혹한다.
서로 계획을 세우고 내면의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페란도, 굴리엘모, 돈 알폰소(베이스 김영복, 전태현 분) 등 남자들만 등장하는 장면과 자매인 피오르딜리지와 도라벨라와 하녀 데스피나(소프라노 박미영, 장지애 분) 등 여자들만 등장하는 장면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코지 판 투테’에서는 소프라노와 바리톤, 소프라노와 테너, 메조소프라노와 바리톤, 메조소프라노와 테너, 소프라노와 메조소프라노, 테너와 바리톤 및 베이스 등 다양한 화음을 다채롭게 들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상대방 애인의 마음을 떠보는 선정적인 막장 스토리에 모차르트의 최고의 선율의 조합은, 현대적 무대와 복장, 바로크 악기의 연주로 이질적인 면의 조화를 통해 표현된다는 점 또한 흥미롭다.
◇ 스타일숍을 이미지화 한 무대, 업무 공간 같은 느낌은 감정의 무차별 질주보다는 절제된 무게중심을 유지하게 한다
‘코지 판 투테’는 스타일숍을 이미지화 한 무대에 현대적 복장을 입은 등장인물들이 등장해 편안한 가정 내 공간이라기보다는 다소 업무 공간 같은 느낌을 전달한다. 스타일숍은 의상, 헤어, 네일 등의 서비스를 한 곳에서 받을 수 있는 공간을 뜻한다.
이런 무대 설정은 이번 작품의 연출 의도와도 연결되는데, 모차르트가 주는 가볍고 밝으면서도 발칙한 느낌이 주는 긴장 대신에 진지함을 선택해 변하지 않는 순수함이 더욱 부각되도록 만들고 있다.
이런 설정 속에 줄어들 수도 있는 밝은 재미는 웹툰 같은 영상을 통해 보완한다는 점이 눈에 띈다. 영상 속 가상 세계는 뉴스룸을 통해 사건을 전달하기도 하고, 스마트폰 화면을 통해 현재 관심사를 전달하기도 하고, 이미지적으로 심리적인 내용을 표현하기도 한다.
◇ 사랑 때문에 생긴 슬픔과 아픔
애인들이 떠나버린 슬픔은 절망으로 이어지는데, 슬픔과 아픔이 생긴 이유는 사랑 때문이라는 것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변치 않는 마음을 바라면서 상대방을 시험하는 행동은, 가볍게 웃으며 편하게 볼 수도 있지만 불쾌한 마음을 감추지 못하며 볼 수도 있다.
페란도와 굴리엘모는 서로 상대방의 애인을 유혹할 때 아리아의 내용으로는 처음부터 타깃을 정하는 것으로 여겨지는데, 이번 프로덕션에서는 두 남자가 두 여자에게 처음에 모두 관심을 표현하는 것으로 설정했다는 점이 주목된다.
이것 또한 시험의 한 부분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단호하게 다른 사람의 애인을 처음부터 유혹하지 않도록 해 내적인 갈등과 주저함이 존재하는 것을 표현한 디테일이라고 볼 수도 있다.
연출을 맡은 이경재 예술총감독은 “극 중 돈 알폰소는 여자도 남자와 마찬가지로 인간이니 마음이 움직이는 대로 행동할 수 있는 존재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라고 연출가 노트를 통해 밝힌 바 있는데, ‘코지 판 투테’가 전제적인 균형을 맞추기 위해 노력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