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림 시펜코 감독의 ‘스테이션 7(Salyut 7)’은 1985년 냉전 시대, 우주를 향한 국가 간의 끝없는 전쟁이 펼쳐지던 시대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이다. 소비에트 연방의 전유물인 살류트-7 무인 우주 정거장이 제어에서 벗어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블라디미르(블라디미르 브도비첸코프 분)와 빅토르(파벨 데레비앙코 분)에게 인류 역사상 최대 미션이 주어진다.
이 영화는 실화의 역사적인 사건이 주는 스토리텔링과 함께 그 역사 속에 있었던 인물의 내면에 깊숙이 들어가면서 우주와 지구, 인간, 외적으로 강한 장애물과 내부의 두려움의 매크로한 면, 마이크로 한 면이 모두 살아 숨 쉬고 있는 작품이다.
30년도 넘는 이야기를 감동적으로 관람하면서, 누군가에게는 추억 같은 이런 이야기가 아직 우리에게는 이루지도 못한 미래라는 점은 감동을 감동으로 느낄 수만은 없는 불편함 또한 느끼게 만든다.
◇ 성공과 실패, 어느 쪽으로 결론이 나느냐에 따라 엄청난 차이를 만드는 절박한 상황에서
‘스테이션 7’은 궤도를 이탈한 우주 정거장과 우주선의 수동 도킹, 그리고 그 이후 우주 정거장의 수리 등 결코 쉽지 않은 임무를 다루고 있다. 성공과 실패, 어느 쪽으로 결론이 나느냐에 따라 엄청난 차이를 만드는 절박한 상황에서 인간의 선택에 대해 많은 것을 보고 느끼게 만드는 작품이다.
당장 죽을 수도 있다는 절박함과 두려움, 미션을 수행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한계에 대한 답답함, 이것만 해결하면 조국과 과학 역사에 큰 획을 그을 수 있다는 희망이 혼재돼 있는데, 어느 쪽으로 방향을 잡느냐에 따라 극과 극의 결과와 평가가 나올 수 있기에 긴장감이 지속된다.
실제로 블라디미르와 빅토르의 입장이 된다면 마음은 더욱 복잡할 수 있다. “금방 올 거야?”라는 가족의 질문에 현실을 직시한 대답보다는 의지를 포함한 대답을 할 수밖에 없는 모습은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지구로 돌아가지 못하고 내가 이 세상에서 사라질 수도 있다는 상실의 고통 자체도 무겁지만, 상실의 고통이 올 것이라는 예측 속 무력함과 절망감은 더욱 강하게 다가온다.
강한 체력과 강한 멘탈, 최고의 지식과 최상의 경험이 모두 있어야 하는 업무를 수행하면서 우월적인 자신감을 느낄 수도 있겠지만, 자신이 제어할 수 없는 두려움에 빠질 수 있다는 점 또한 주목된다.
◇ 아직 우리가 이루지 못한 미래의 이야기를 30년 전의 이야기로 보면서
‘스테이션 7’은 나사(NASA; 미국항공우주국)가 경계했던 역사적인 우주 미션을 담고 있다. 아직도 냉전시대가 지속됐다고 가정하면, 어쩌면 이 영화를 보면서 소비에트 연방의 미션이 실패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가졌을 수도 있다.
냉전시대가 끝났기에 정치적인 시야보다는 우주 과학의 발전과 인간 생명의 존엄성이라는 영화적 측면에서 다소 마음 편하게 관람할 수 있지만, 우리를 불편하게 만드는 점은 또 하나 존재한다.
인공위성은 가지고 있고 고체 로켓 기술까지는 보유하고 있지만, 우주 정거장은 물론 액체 로켓 기술도 아직 없는 우리나라의 입장에서 볼 때는 ‘스테이션 7’은 단지 영화적 이야기로만 볼 수 없기도 하다.
우리에겐 과거의 이야기가 아닌 아직 경험하지도 못한 미래라는 점은 영화를 보면서도 마음 한 편을 불편하게 만든다. 우리는 언제쯤 ‘스테이션 7’을 보며 남 이야기처럼 느끼지 않을 수 있을까?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