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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영화] 서울독립영화제(11) ‘이월’ 나만 불행하고 세상은 다 행복하다는 느낌

발행일 : 2017-11-13 16:32:19

김중현 감독의 ‘이월(January)’은 제43회 서울독립영화제(서울독립영화제2017, SIFF2017) 본선경쟁 부문의 장편 영화이다. 영화는 존재감과 자존감이 약한 주인공이 겪는 심리적 갈등과 고민을 바라본다. 제3자의 입장에서 봤을 때는 충분히 자신감을 가질 수 있는 면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사람들이 그렇게 보도록 만든다는 점이 안타깝게 생각된다.

‘이월’ 스틸사진. 사진=서울독립영화제 제공 <‘이월’ 스틸사진. 사진=서울독립영화제 제공>

◇ 나도 할 만큼은 노력하는데, 나만 불행하고 세상은 다 행복하다는 느낌

‘이월’에서 도둑 강의를 들으며 공무원 시험 준비하는 민경(조민경 분)은 무작정 집을 나왔지만 갈 곳이 없다. 한때 룸메이트였던 친구 여진(김성령 분)을 찾아갔는데, 우울증으로 여러 번 자살을 시도했던 여진은 밝은 표정으로 행복하게 지낸다.

최소한 자신보다는 불행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여진의 행복한 모습을 민경은 받아들일 수가 없다. 나만 불행하고 세상은 다 행복하다는 느낌이 든다. 세상 속에서의 좌절은 자신에 대한 미움으로 이어지고, 그 좌절과 미움의 원인을 자기 자신에게 찾기에 너무 괴롭기 때문에 다시 세상 탓으로 돌린다.

‘이월’ 스틸사진. 사진=서울독립영화제 제공 <‘이월’ 스틸사진. 사진=서울독립영화제 제공>

한때 가장 친한 친구였고 지금도 자신에게 친절하게 대하는 여진에게 민경은 너그럽지 못하다. 여진에게 관심을 보이는 영빈(박영빈 분)에게 여진의 숨기고 싶은 과거를 알려주며, 여진을 위하는 척하면서 은근슬쩍 공격한다.

◇ 대상관계이론 멜라니 클라인의 투사적 동일시의 관점에서 바라본 민경

정신분석이론에서 ‘투사(projection)’는 자기 자신이 감당할 수 없는 욕망이나 동기 등 개인적 성향인 태도나 특성을 다른 사람에게 무의식적으로 원인을 돌리는 것을 뜻한다. 투사는 주로 죄의식, 열등감, 공격성, 수치심 등과 같은 심리를 자신이 아닌 외부로 옮겨, 자신의 심리적 경험이나 상상이 현실처럼 지각되도록 만든다.

‘이월’ 스틸사진. 사진=서울독립영화제 제공 <‘이월’ 스틸사진. 사진=서울독립영화제 제공>

대상관계이론 학자 중 멜라니 클라인(Melanie Klein)은 자신이 투사한 대상이 투사한 그대로가 되도록 만든다는 ‘투사적 동일시’의 개념을 제시했다. 투사의 복잡하면서도 극단적인 형태라고 볼 수 있는데, 투사가 단순한 회피라면 투사적 동일시는 회피 후 통제라고 볼 수 있다.

‘이월’에서 민경은 자신의 삐뚤어진 마음을 다른 사람에게 투사한 후 그 사람이 그렇게 볼 수 있게 그런 행동을 한다. 여진과 영빈이 자신을 미워한다고 생각하면서, 그들이 미워할 만한 행동을 일부러 골라서 한다.

‘이월’ 스틸사진. 사진=서울독립영화제 제공 <‘이월’ 스틸사진. 사진=서울독립영화제 제공>

관계를 치른 후 진규(이주원 분)에게 받는 돈은 용돈 같기도 하고 화대 같기도 하다. 세상이 자신을 미워한다고 생각하는 민경에게 진규는 정들었으니 같이 살자고 하면서 아버지 합의금, 영치금을 모두 해결해줄 테니 하고 싶은 공부만 열심히 하라고 하지만 그렇게 되면 세상이 자신만을 미워한다는 마음을 더 이상 가질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진규의 아들 성훈(박시완 분)이 민경이 엄마이길 바라며 다가오지만 민경은 도망친다. 세상의 끝에 몰린 것 같이 보이는 민경에게, 여진, 영빈, 진규는 크고 작은 손을 내밀었지만 자신이 불행해야 한다고 생각해서인지 민경은 모두 밀어낸다.

‘이월’ 스틸사진. 사진=서울독립영화제 제공 <‘이월’ 스틸사진. 사진=서울독립영화제 제공>

‘이월’은 미움받는 사람, 버림받는 사람이 왜 그렇게 되는지 행동과 내면을 통해 보여준다. 조민경은 영화 속 민경이 딱 자기 자신인 것처럼 몰입된 연기를 펼치는데, 투사적 동일시의 모습을 더욱 안타깝게 느끼도록 만든다.

‘이월’을 보면 자신이 견딜 수 없는 수준의 고통을 투사하는데 그치지 않고, 상대방도 내가 투사한 것처럼 느끼고 행동하게 만드는 투사적 동일시가 얼마나 자신을 회복할 기회를 말살하는지 보여준다. 민경이 근거 없는 자신감을 가지고 있었으면 이야기는 180도 달라졌을 수 있다. 때로는 명확한 현실 직시보다 비합리적인 긍정성이 필요하다는 것을 영화는 생각하게 만든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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