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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영화] 부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6) ‘에덴’ 인간의 죄의식을 뒤덮은 따분함과 무료함

발행일 : 2017-10-10 09:23:12

리 케티 감독의 ‘에덴(Eden)’은 제19회 부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BIAF2017) 국제경쟁 섹션의 단편 애니메이션 영화이다. 이 영화는 월드 프리미어(World Premiere) 작품으로 전 세계에서 최초로 이번 영화제에서 상영된다.

‘에덴’ 스틸사진. 사진=부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 제공 <‘에덴’ 스틸사진. 사진=부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 제공>

◇ 에덴동산은 따분한 곳일까? 인간의 죄의식을 뒤덮은 따분함과 무료함

‘창세기’에 따르면 아담과 이브는 ‘선악(善惡)의 나무’에서 나는 열매는 절대로 만지지도 먹지도 말라는 명령을 어긴 죄로 에덴동산에서 쫓겨난다. 선과 함께 악의 존재를 직면하게 된 인간의 죄의식은 인간을 낙원에서 추방당하게 만든 것이다.

이 작품은 프랑스 애니메이션인데 영화의 영어 제목이 ‘에덴동산(The Garden of Eden)’이 아닌 ‘에덴’으로 ‘동산’이 빠져 있다. 일반적으로 많이 쓰이는 제목을 피해서 약간의 독창성을 선택한 것이라고 가볍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무언가 빠진 고유명사의 이미지를 주기 위함이었을 수도 있다.

‘에덴’에서 에덴동산의 따분함에 지친 E와 A는 하느님의 컨버터블을 훔쳐 타고 도시로 향한다. 선과 악이 공존해 이제는 죄의식을 느끼지 못하는 E와 A에게 일상적인 선과 악은 따분함과 무료함으로 느껴진 것이다.

‘에덴’ 스틸사진. 사진=부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 제공 <‘에덴’ 스틸사진. 사진=부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 제공>

E와 A는 죄의식조차 느끼지 못하고 단지 재미를 느낄 수 있는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인데, 짧은 단편 애니메이션이지만 현재 우리 삶의 모습의 단면을 적확하게 제시하고 있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에덴동산이 도시가 아니라는 가정 또한 흥미롭다. 선악과를 따 먹는 것 이상의 일탈이자 반란인 컨버터블 탈취의 이유는 뱀의 꼬임도 아닌 단지 무료함을 벗어나 도시로 가기 위함이라는 점은 현실 세계의 모습을 반영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 결핍의 중요성,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선택하기보다는 결핍된 것을 채우려는 욕구

‘에덴’을 보면 인간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선택하기보다는 결핍을 채우려는 욕구를 발휘하는데 마음이 끌리고 행동하게 된다는 것을 볼 수 있다. 정말 중요한 것, 진정 원하는 것이 아닌 부족한 것을 채우는데 먼저 반응한다는 것이다.

‘에덴’ 스틸사진. 사진=부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 제공 <‘에덴’ 스틸사진. 사진=부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 제공>

그런 면에서 보면, 의도적인 결핍은 무척 중요하게 작용할 수도 있다는 것을 추론할 수 있다. 결핍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아니더라도 일종의 결핍을 줌으로써 진정한 가치를 확인할 수도 있는 것이다.

무작정 잘해주는 사람보다 밀당을 잘하는 사람에게 끌리는 경우가 많고, 한없이 좋은 남자보다 나쁜 남자에게 매력을 느끼는 경우도 있는데, 이런 마음의 선택과 행동 또한 결핍을 채우려는 욕구가 작용됐기 때문일 수 있다.

‘에덴’은 종교적인 면에서 볼 수도 있지만, 인간 심리라는 측면에서 관람 후 같이 이야기하기에 좋은 작품이다. 화려한 영상을 제공하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메시지에 집중할 수 있다는 점 또한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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