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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드라마] ‘당신이 잠든 사이에’(4) 다름이 틀림으로 규정 당했던 경험이 있는 시청자들은

발행일 : 2017-10-04 00:02:32

오충환, 박수진 연출, 박혜진 극본, SBS 수목드라마 ‘당신이 잠든 사이에’(이하 ‘당잠사’) 제4회까지의 방송을 거치며 아버지에 대한 트라우마, 아버지가 준 트라우마 등 아버지 트라우마가 부각되고 있다.

‘당신이 잠든 사이에’ 스틸사진. 사진=SBS 방송 캡처 <‘당신이 잠든 사이에’ 스틸사진. 사진=SBS 방송 캡처>

중국집에서 음식을 먹기 전에 함께 기도를 하는 장면은 특정 종교에 대한 호불호를 불러일으키기도 했는데, 다름을 틀림으로 여기는 세상 앞에서 처세술을 배워야 하는 우리 삶의 모습의 단면이라고 느껴지는 시간이기도 했다.

‘당신이 잠든 사이에’ 스틸사진. 사진=SBS 방송 캡처 <‘당신이 잠든 사이에’ 스틸사진. 사진=SBS 방송 캡처>

◇ 아버지에 대한 트라우마, 아버지가 준 트라우마

‘당잠사’에서 이종석(정재찬 역)은 어릴 적 아버지와의 관계에서 생긴 트라우마가 있다. 배수지(남홍주 역)는 자신이 꾼 꿈을 막지 못했다는 죄책감이 어린 아버지가 준 트라우마가 있다. 김소현(박소윤 역) 또한 폭력적인 아버지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다.

‘당신이 잠든 사이에’ 스틸사진. 사진=SBS 방송 캡처 <‘당신이 잠든 사이에’ 스틸사진. 사진=SBS 방송 캡처>

김소현은 “멍청한 검사”, “죄는 죄인데 이상한 죄”라는 표현을 통해 아버지의 폭력성에 대한 적대감을 드러내기도 한다. ‘당잠사’의 여러 곳에서 나타나는 아버지 트라우마는 향후 갈등의 격발과 증폭, 폭발과 해결에 있어서 중요한 키워드로 작용할 수 있다.

‘당신이 잠든 사이에’ 스틸사진. 사진=SBS 방송 캡처 <‘당신이 잠든 사이에’ 스틸사진. 사진=SBS 방송 캡처>

수지는 아역의 연기를 통해 ‘아빠’라는 호칭을 사용하지 않고 ‘아버지’라는 호칭을 사용했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수지의 기억 속 ‘아빠’는 트라우마를 거쳐 ‘아버지’로 왜곡돼 기억되고 있을 수도 있는 것인데, 드라마가 진행되면서 이런 면이 부각될지 궁금해진다.

‘당신이 잠든 사이에’ 스틸사진. 사진=SBS 방송 캡처 <‘당신이 잠든 사이에’ 스틸사진. 사진=SBS 방송 캡처>

◇ 중국집에서 식사 전 기도, 다름이 틀림으로 규정당하는 시간

‘당잠사’ 제4회에서는 이종석이 다른 검사들과 중국집에서 식사를 하는 시간에 무교라고 말한 자신을 제외한 다른 네 명의 사람들이 손잡고 기도하는 광경을 보고 있을 수밖에 없게 된다.

‘당신이 잠든 사이에’ 스틸사진. 사진=SBS 방송 캡처 <‘당신이 잠든 사이에’ 스틸사진. 사진=SBS 방송 캡처>

작가를 비롯한 제작진이 이런 장면 넣은 것은 어떤 이유일까? 특정 종교에 대한 반응으로 해석할 수도 있지만, 다수의 힘을 휘두르는 사회생활의 한 단면이라고 볼 수도 있다.

‘당신이 잠든 사이에’ 스틸사진. 사진=SBS 방송 캡처 <‘당신이 잠든 사이에’ 스틸사진. 사진=SBS 방송 캡처>

다름을 틀림으로 많이 규정 당해서 실제로 많이 고통받고 고민한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많을 것이다. 중국집에서 식전 기도하면서 코믹하게 뼈 있는 뒷담화를 하는 장면에서 다름을 틀림으로 규정하는 세상에서의 이질감과 억울함을 떠올린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당신이 잠든 사이에’ 스틸사진. 사진=SBS 방송 캡처 <‘당신이 잠든 사이에’ 스틸사진. 사진=SBS 방송 캡처>

‘당잠사’ 제4회의 이종석에게처럼, 실제 현실에서도 적나라하게 대놓고 말해주지 않는다. 내가 막연히 느꼈던 나에 대한 적대감은 때로는 분위기로 때로는 눈치로 알게 된다.

‘당신이 잠든 사이에’ 스틸사진. 사진=SBS 방송 캡처 <‘당신이 잠든 사이에’ 스틸사진. 사진=SBS 방송 캡처>

그리하여 나는 세상에서 살아남는 소위 말하는 처세술을 익히게 되고, 그렇게 숙련되고 익숙해진다. 다르게 말하면 세상에 타협하게 되는 것이다. 스스로 꿋꿋하게 다를 자신은 없고 그렇게 타협하자니 슬프던, 다들 그렇게 산다고 자위하던 나를 생각나게 만든, 씁쓸한 맛이 나는 장면이다.

‘당신이 잠든 사이에’ 스틸사진. 사진=SBS 방송 캡처 <‘당신이 잠든 사이에’ 스틸사진. 사진=SBS 방송 캡처>

◇ 당신밖에 없다는 말은, 나를 믿어준 사람이 당신밖에 없다는 뜻이었을까? 정해진 운명을 바꾸려고 했던 사람이 당신밖에 없었다는 뜻이었을까?

수지는 지하철역에서 이종석에게 “당신밖에 없었어요.”라고 말했는데, 당신밖에 없다는 말은, 나를 믿어준 사람이 당신밖에 없다는 뜻인지, 정해진 운명을 바꾸려고 했던 사람이 당신밖에 없었다는 뜻인지 다소 애매함을 가지고 있다.

‘당신이 잠든 사이에’ 스틸사진. 사진=SBS 방송 캡처 <‘당신이 잠든 사이에’ 스틸사진. 사진=SBS 방송 캡처>

그런데 이 장면에서의 의미는 단순히 현재의 상황을 의미하는 것이 아닌 과거와 연결된 이야기일 수도 있다는 추측을 할 수 있다. 장례식장에서 어린 수지를 찾아와 야구공을 준 것은, 현재를 바꿔서 과거까지 바꾸게 된 것인지 추후 방송을 지켜봐야 알 수 있을 것이다.

‘당신이 잠든 사이에’ 스틸사진. 사진=SBS 방송 캡처 <‘당신이 잠든 사이에’ 스틸사진. 사진=SBS 방송 캡처>

◇ 디테일과 연기력, 사전제작 드라마의 한계를 장점으로 살리고 있는 작품

‘당잠사’는 장면과 상황의 디테일, 배우들의 연기력, 암시와 복선을 통한 촘촘한 스토리텔링 등이 돋보이는데, 사전제작 드라마의 장점을 잘 살리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초조할 때 종이를 뜯어 돌돌 마는 행동의 경우, 이는 암시이면서 동시에 명확한 캐릭터 구축이라는 측면을 가지고 있다.

‘당신이 잠든 사이에’ 스틸사진. 사진=SBS 방송 캡처 <‘당신이 잠든 사이에’ 스틸사진. 사진=SBS 방송 캡처>

황영희(윤문선 역)는 드라마 속에서 희화화된 엄마가 아닌 현실적인 엄마의 연기를 실감 나게 펼치는데, 황영희의 행동 하나하나에 공감하는 시청자들은 더 많은 장면에 등장했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당신이 잠든 사이에’ 스틸사진. 사진=SBS 방송 캡처 <‘당신이 잠든 사이에’ 스틸사진. 사진=SBS 방송 캡처>

이종석은 순정만화의 남자 주인공이 아닌, 남자들이 주로 보는 만화의 남자 주인공 같은 매서운 눈을 가지고 있다. 눈빛의 강렬함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이야기를 할 때도 단호함을 같이 전달한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는데, 부드러움이 유약함으로 비치지 않는다는 점 또한 주목된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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