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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영화] 부산국제영화제(2) ‘재회’ 실제 우리 삶이 그런 것 아닐까?

발행일 : 2017-09-28 10:52:23

박기용 감독의 ‘재회(Old Love)’는 제22회 부산국제영화제(2017 BIFF) 한국영화의 오늘 파노라마 섹션에서 월드 프리미어(World Premiere)로 상영되는 장편 영화이다. 25년 만에 처음인 우연한 만남이 영화적 환상이 아닌 무척 현실적으로 그려지고 있는데, 감정을 처리하는 방법은 마치 있는 그대로를 따라간 다큐멘터리같이 생각되기도 하는 작품이다.

‘재회’ 스틸사진. 사진=부산국제영화제 제공 <‘재회’ 스틸사진. 사진=부산국제영화제 제공>

◇ 인천공항에서의 우연한 만남, 우연한 첫 만남에 감정이 깊숙이 들어가지는 않는다

‘재회’에서 유정아와 김태훈은 인천공항에서의 우연히 만난다. 남녀가 만나는 공간, 서로를 확인한 후 대화를 하는 시간 동안 차량 소음이 계속 들린다. 그들이 만났을 때 세상에 두 사람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대화가 잘 들리지 않을 정도로 많은 소리들이 이미 존재한다는 것처럼 여겨진다.

서로의 이야기가 다른 소리는 하나도 들리지 않을 정도로 맑게 전달되지는 못한다는 것은 서로의 감정이 애틋하게 전달되지도 않는다는 것을 암시할 수 있다. 오히려 두 사람이 짧은 만남을 뒤로하고 헤어진 후 배경음악이 낭만적이면서도 구슬프게 펼쳐진다는 점이 흥미롭다.

‘재회’ 스틸사진. 사진=부산국제영화제 제공 <‘재회’ 스틸사진. 사진=부산국제영화제 제공>

첫 만남에 호감을 서로 주고받지 않았다는 것은 영화적 환상이 아닌 현실적인 설정으로 보인다. 실제로 오랜만에 우연히 만났을 경우 생기는 마음은 현재의 마음일까, 과거부터 간직한 마음일까? 과거에도 호감을 가지고 있었고 다시 만나서도 호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았으면 대부분 과거부터 계속된 호감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과거와는 다른 현재의 호감일 수도 있다.

내가 좋아하는 매력이 상대방에게 있기 때문에 과거에도 좋아했고, 현재에 다시 만나도 좋아하게 되는 것이 현실적이다. 물론 과거에 좋아했던 추억이 있기 때문에 그 추억을 확인하면 더 좋아질 수도 있다.

‘재회’ 스틸사진. 사진=부산국제영화제 제공 <‘재회’ 스틸사진. 사진=부산국제영화제 제공>

◇ 현실에서의 실제 만남은 영화처럼 드라마처럼 화려하고 아름답지 않을 수 있다

‘재회’에서 인생을 어느 정도 살고 난 후의 재회는 다소 무덤덤하기까지 하다. 두 번째 만나서 식사하러 간 장면에서 고정된 카메라로 두 사람을 바라보는데, 폐쇄된 방 안이 아니라 반대편 문이 열려있어서 멀리 다른 테이블에서 밥 먹는 사람들이 보이는 위치에 있다는 알 수 있다.

무미건조함, 차분한 것 같으면서도 어딘가 서글픔의 정서는, 파격적인 스토리텔링을 기대하는 관객의 욕구를 맞추지는 못하겠지만, 실제로 삶이 그런 사람들에게는 진한 공감을 줄 수 있다. ‘재회’의 영화 속 공간 또한 잘 꾸며진 멋진 공간이 아닌 일상의 공간이다. 인천공항조차도 화려하고 아름답게만 표현하지는 않았다.

‘재회’ 스틸사진. 사진=부산국제영화제 제공 <‘재회’ 스틸사진. 사진=부산국제영화제 제공>

일반적으로 평범한 장소도 드라마나 영화에 나오면 무척 낭만적인 장소로 묘사되는 경우가 많은데, ‘재회’의 공간은 그냥 우리가 살아가는 공간인 것처럼 보인다. 감독은 역동적인 스토리보다는 일상의 정서를 공유하고 싶었던 것 같다.

영화를 만드는 이유, 영화를 보는 이유는 다양한데, ‘재회’는 일본 실사 영화처럼 잔잔한 울림을 준다. 일본 애니메이션과는 다른, 일본의 전형적인 실사 영화 느낌을 준다. 스스로 자신의 내면으로부터 공감하는 사람에게는 큰 울림을 줄 것이고 영화를 통해 외부적인 자극에 집중하려는 사람에게는 큰 변화 없이 다소 무료하게 여겨질 수도 있다. 실제 우리 삶이 그런 것 아닐까?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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