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PM9

문화예술
HOME > 문화예술 > ET-ENT영화

[ET-ENT 영화] UMFF2017(7) ‘존재증명’ 누가 죄를 심판할 것인가?

발행일 : 2017-09-24 21:18:49

김태윤 감독의 ‘존재증명(Existence Proof)’은 제2회 울주세계산악영화제(2nd Ulju Mountain Film Festival; UMFF2017) 울주서밋2017 섹션의 단편 픽션 영화로, 세계에서 최초로 선보이는 월드 프리미어 상영작이다.

이 영화는 초반부터 인간 정서의 깊은 곳으로 바로 들어가 관객들을 불편하게 만든다. 단편으로 표현된 이야기는 아직 끝나지 않은 것처럼 보이기도 하는데, 선택의 갈등에 대한 이야기를 보완해 장편 영화로 만들어도 좋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존재증명’ 스틸사진. 사진=울주세계산악영화제 제공 <‘존재증명’ 스틸사진. 사진=울주세계산악영화제 제공>

◇ 크고 작은 죄를 반복해서 저지르는 인간과 그들을 심판하는 존재

인간을 심판할 수 있는 존재는 누구인가? 이 질문에 대해서는 관객의 성향에 따라서 쉽고 간단하게 대답할 수 있을 것이다. 나약하고 비겁한 인간을 심판할 수 있는 존재는 누구인가? 인간 앞에 수식어가 붙으면 대답은 의외로 어려워질 수 있다.

아무도 없는 밤에서 신호등을 지키지 않는 것은 대수롭지 않은 작은 죄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어떤 사람들은 밤에 신호등을 지키려고 서 있는 것이 오히려 더 위험한 일이라고 말하며 자신의 정당성을 역설적으로 말하기도 한다.

‘존재증명’ 스틸사진. 사진=울주세계산악영화제 제공 <‘존재증명’ 스틸사진. 사진=울주세계산악영화제 제공>

‘존재증명’은 순간의 사고로 모든 것을 잃을까 두려운 남자 나기환(조용근 분)과 딸의 치료를 위해 비겁해진 남자 김민준(서준영 분)을 관객들 앞에 던져 놓는다. 관객은 그들을 옹호할 수도 있고, 그들의 반대편에 설 수도 있으며, 옹호해야 하는지 처벌해야 하는지 계속 갈등하게 될 수도 있다.

이는 이 영화가 던지고 있는 화두가 우리 삶에서 누구에게든 일어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고, 우리는 경중의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이런 갈등과 유혹에 노출돼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존재증명’ 스틸사진. 사진=울주세계산악영화제 제공 <‘존재증명’ 스틸사진. 사진=울주세계산악영화제 제공>

◇ 장편 상업 영화 못지않은 몰입감, 장편 영화로 확장할 수 있는 가능성

‘존재증명’은 장편 상업 영화 못지않은 몰입감과 긴장감을 준다. 나기환과 김민준 앞에 아저씨(김강현 분)가 나타나는 것만으로도 관객의 심장 박동수를 증가하게 만든다. 몰입해 관람하면 이 영화가 단편 영화라는 것이 아쉬울 수밖에 없다. 더욱 깊게 들어가기에는 절대적인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존재증명’이 장편 영화로 만들어진다면 어떨까? 크고 작은 죄에 대한 암시, 복선을 통해 인간 내면의 추악한 면이 심도 있게 다뤄질 수도 있을 것이다. ‘존재증명’은 자체가 장편으로 만들어지지 않더라도, 김태윤 감독이 만들 장편 영화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 한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최신포토뉴스

위방향 화살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