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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영화] UMFF2017(5) ‘뼈’ 규명되지 않은 역사는 아직 끝난 게 아니다

발행일 : 2017-09-23 13:14:30

최진영 감독의 ‘뼈(The Bone)’는 제2회 울주세계산악영화제(2nd Ulju Mountain Film Festival; UMFF2017) 울주서밋2017 섹션의 단편 픽션 영화로, 세계에서 최초로 선보이는 월드 프리미어로 상영된다.

동희(류선영 분)는 제주 4.3사건 때 산에서 목숨을 잃은 아버지 곁에 어머니의 유골을 묻으려는 중년 여성 하루코(이영원 분)와 우연히 동행하게 된다. 동희의 할아버지도 4.3사건 때 같은 산에서 돌아가신 인연이 있는데, 현재의 사람들을 통해 지난날의 이 산에서 희생된 젊은이들의 이야기가 투사된 것처럼 보인다.

‘뼈’ 스틸사진. 사진=울주세계산악영화제 제공 <‘뼈’ 스틸사진. 사진=울주세계산악영화제 제공>

◇ 젊은 여성과 중년 여성, 과거의 이야기와 현재의 이야기

‘뼈’는 젊은 여성 동희와 중년 여성 하루코의 이야기를 통해 과거로 부드럽게 넘어간다. 동희의 발에 난 상처를 치유해주는 하루코의 모습은 두 사람의 관계와 영화의 뉘앙스를 전달하는 중요한 이미지적 장치의 역할을 하고 있다.

‘뼈’는 제주 4.3사건에 대해 침울한 역사라는 시야보다는 그 안에 있었던 사람들에 대해 더 많은 초점을 둔다. 일반적으로 전체의 이야기는 시간이 지난 과거처럼 들릴 수 있지만 개인의 이야기는 생생하게 와 닿기 때문에, “규명되지 않은 역사는 아직 끝난 게 아니다.”라는 말을 오히려 더욱 강렬하게 전달하는 듯하다.

‘뼈’ 스틸사진. 사진=울주세계산악영화제 제공 <‘뼈’ 스틸사진. 사진=울주세계산악영화제 제공>

◇ 서로의 입장이 바뀐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생각하게 되다

‘뼈’에서 70년 전 과거 속 윤수(김현목 분)와 경호(홍상표 분)는 서로 의상을 갈아입는다. 서로 옷만 갈아입었을 뿐인데, 두 사람의 위상과 관계는 정반대로 바뀐 것으로 보인다. 이 장면에서 감독은 무엇을 말하고 싶었을까?

영화의 제목이 ‘뼈’인 이유 또한 의미하는 바가 크다고 볼 수 있다. 하루코 어머니의 유골을 뜻하기도 하지만, 뼈는 근본과 기본, 인간 본연의 기초라고 해석할 수도 있다. 뼈가 변하지 않아도 입은 옷이 변하면 사람이 변한 것으로 보이는 아이러니가 영화 속에 담겨 있다고 볼 수 있다.

‘뼈’ 스틸사진. 사진=울주세계산악영화제 제공 <‘뼈’ 스틸사진. 사진=울주세계산악영화제 제공>

◇ 역사적 기록으로만 볼 것인가? 현재도 이어지는 우리 삶의 이야기인가?

이름은 들어본 적은 있을지 몰라도 제주 4.3사건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그러나 당사자들, 주변 사람들에게는 아직도 잊히지 않는, 잊을 수 없는 현재의 이야기일 것이다.

직간접적인 연결이 없는 사람도 지난 역사에 대해 나의 역사처럼 받아들일 수 있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과거의 이야기는 다른 형태, 다른 상황으로 반복된다는 것을 생각하면 지난날의 이야기를 현재의 이야기라고 한 번쯤 생각해 볼 필요도 있다.

‘뼈’ 스틸사진. 사진=울주세계산악영화제 제공 <‘뼈’ 스틸사진. 사진=울주세계산악영화제 제공>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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