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RPM9

문화예술
HOME > 문화예술 > ET-ENT드라마

[ET-ENT 드라마] ‘병원선’(4) 안전 불감증, 여성 비하, 간호사 비하

발행일 : 2017-09-04 00:04:55

MBC 수목드라마 ‘병원선’ 제4회의 부제는 ‘의사가 사고 침 뻔한 거 아니에요?’이다. 제2회 뻔한 개연성 속에 참신함이 없었다면, 제3회를 거치면서 제4회까지 개연성을 저해하는 상황들이 펼쳐졌기에 아이러니하게도 부제와 내용이 부딪힌다고 볼 수 있다.

무리한 설정, 뻔한 개연성을 확보하거나 아예 개연성을 무시한 상황을 만드는 스토리텔링, 배우들의 연기력에 대한 평가까지 엇갈리면서 ‘병원선’은 호불호가 갈리는 드라마가 되고 있다.

‘병원선’ 스틸사진. 사진=MBC 방송 캡처 <‘병원선’ 스틸사진. 사진=MBC 방송 캡처>

◇ 현실감 없는 무리한 설정, 의술을 행하면서 노출되는 안전 불감증

수술실이 아닌 곳에서 환자의 배를 가르는 개복수술이 반복되고 있는 것을 ‘병원선’에서 자주 볼 수 있다. 그만큼 위급한 상황이었다는 것이지만, 반복된 장면은 안전 불감증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 문제라고 생각된다.

외과의사 송은재(하지원 분)의 앞뒤 없는 자신감은 송은재를 의사라기보다는 영웅으로 묘사하기 위해 무리수를 던진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현실감 없는 무리한 설정은 제4회 마지막에서 절정에 다다랐다.

‘병원선’ 스틸사진. 사진=MBC 방송 캡처 <‘병원선’ 스틸사진. 사진=MBC 방송 캡처>

송은재가 선원 송지호(강정호 역)의 팔을 내려치는 모습은 절체 절명한 결단의 순간에 내린 행동력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위생 등을 거의 고려하지 않은 무리한 설정으로 볼 수 있다.

일반 병원이 아닌 병원선이라는 이유만으로도 환자의 입장에서 봤을 때 충분히 극단적인 상황이 만들어질 수 있는데, 응급처치 방법과 응급수술에 너무 무리수를 던진다는 점은 우려된다.

‘병원선’ 스틸사진. 사진=MBC 방송 캡처 <‘병원선’ 스틸사진. 사진=MBC 방송 캡처>

병원선 내에서의 외과수술을 시기하며 방해하는 사람들에 대항해, 시청자들은 병원선의 의료팀에게 응원을 보내야 하는데, 드라마의 무리한 설정은 오히려 반대쪽에 있는 사람들의 의견에 귀 기울이도록 만든다.

◇ 의도하지는 않았겠지만 반복적으로 펼쳐진 여성 비하와 간호사 비하

“여자가 왜 병원선에 왔냐?”라는 말은 말 자체만 봤을 때는 굳이 여성 비하 언어로 해석할 필요는 없다. 여성의 능력을 폄하해서 한 표현이 아니라 남들도 꺼리는 한직에 왜 왔는지에 대해 묻는 말로 받아들일 수도 있다. “젊은 놈이 여기 왜 왔냐?”라고 물었을 때 젊은이에 대한 폄하로 받아들이지 않는 것과 동일하게 적용할 수도 있는 것이다.

‘병원선’ 스틸사진. 사진=MBC 방송 캡처 <‘병원선’ 스틸사진. 사진=MBC 방송 캡처>

그런데, ‘병원선’에서의 전체적인 뉘앙스를 고려하면 시청자들은 여성 비하로 느낄 가능성이 많다. 송은재에 대해서도 “의사가?”라는 표현보다는 “여자가?”라는 표현을 더 많이 쓴다는 것을 보아도 그렇게 여겨진다.

송은재가 가까스로 살린 두성그룹 재벌 2세 장성호(조현재 분)가 코드블루를 띄우라고 하자 지시 그대로 따른 간호사의 모습과 미친 듯이 뛰어와서 상황을 파악하고 다시는 장성호의 지시를 따르지 않는 송은재의 모습은 너무 비교가 된다.

‘병원선’ 스틸사진. 사진=MBC 방송 캡처 <‘병원선’ 스틸사진. 사진=MBC 방송 캡처>

코드블루는 심정지로 긴급하게 심폐소생술(CPR; cardiopulmonary resuscitation)이 필요할 때 등 정말 생명이 위급할 때 내리는 전달사항인데, 장성호를 담당하던 간호사는 위급상황이 아님을 알고 있으면서도 의료진이 아닌 환자의 지시에 의해 이런 행동을 했다는 것은 상식적이지도 않고, 전문직인 간호사의 판단이라고는 결코 볼 수 없는 일이다.

실제로 대형 종합병원에서 야간에 “CPR” 방송이 나오면 당직 중인 의사뿐만 아니라 중환자실의 보호자들도 모두 초긴장의 상태가 된다. 자신이 보고 싶은 누군가를 부르기 위해 코드블루가 띄워진다는 것조차 말이 안 되지만, 의사의 지시도 아닌 멀쩡한 환자의 지시로 간호사가 그런 행동을 한다는 것은 있을 수도 있어서도 안 되는 일이다.

‘병원선’ 스틸사진. 사진=MBC 방송 캡처 <‘병원선’ 스틸사진. 사진=MBC 방송 캡처>

간호사가 아닌 간호사 역할을 무서워하는, 간호사 체험을 나온 사람같이 간호사를 묘사했다는 점도 무리한 설정이다. 복장도 의료 행위에 적합하지 않게 몸에 딱 달라붙는 미니스커트 의상을 입고, 바쁜 의사와는 다르게 여유롭게 커피를 마시는 모습도 비현실적이다.

간호사뿐만 아니라 실제 입원한 적이 있거나 가족의 간병을 위해 병원에 머물렀던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이런 설정이 거슬릴 수밖에 없다. 의사들이 안 보이는 곳에서 험담을 하고, 게다가 환자들의 개인 정보를 마치 가십처럼 떠벌리는 모습이 드라마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 의아심이 생긴다.

‘병원선’ 스틸사진. 사진=MBC 방송 캡처 <‘병원선’ 스틸사진. 사진=MBC 방송 캡처>

유아림(권민아 분)의 경우, 전문적인 간호사가 아닌 집단 토크쇼에서 분위기를 환기하고 갈등을 조장하는 인물처럼 묘사된다는 점도 안타깝다. 밝은 게 아니라 가볍다는 느낌을 줘야만 하는 이유를 알 수 없다.

‘병원선’은 그간 호평받은 의학 드라마들과는 다르게 호평과 악평이 크게 나뉘고 있다. 호평도 많다는 것은 그만큼 매력적인 요소들이 많은 드라마라는 것을 뜻한다. 설정과 디테일에 대한 전반적인 점검을 통해 ‘병원선’이라는 드라마가 아닌 실제 병원선에 근무하는 사람들과 도움을 받는 사람들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는 전개가 이뤄지기를 바란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최신포토뉴스

위방향 화살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