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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연극] ‘룸넘버13’(1) 최고의 공연을 봤을 때의 짜릿함으로 내일을 살아갈 힘을 얻다

발행일 : 2017-08-18 13:03:21

‘룸넘버13’이 대학로 스타시티 콘텐츠룸에서 2016년 1월 12일부터 2017년 9월 30일까지 공연 중이다. 전 세계 40여 나라에서 대히트 중인 레이쿠니의 야심작으로, 영국 최고 권위의 ‘로렌스 올리비에 베스트 코미디상’ 수상작이기도 하다.

‘룸넘버13’은 “너무 웃어서 공연 내내 달리기한 기분”이라는 관객의 평이 있을 정도로 재미있는 작품인데, 오해에 오해를 불러일으키며 반전에 반전을 꾀하면서도 관객들이 이해하며 따라올 수 있는 속도를 유지한다는 점도 주목된다.

‘룸넘버13’ 공연사진. 사진=콘텐츠플래닝 제공 <‘룸넘버13’ 공연사진. 사진=콘텐츠플래닝 제공>

무대 공연의 묘미, 연극적 연기의 매력을 오롯이 느낄 수 있는 이번 작품에서 모든 배우들이 뛰어난 연기력을 보여줬는데, 특히 제인 역의 박새난은 예상하지 못할 연기적 스펙트럼과 반전을 통해 극의 재미를 배가했다. 본지는 ‘룸넘버13’을 2회에 걸쳐 공유한다.

◇ 현실에서도 가능한 상황과 극적으로 강조된 상황을 아우르는 스토리텔링으로 감정이입해 웃게 만드는 작품

‘룸넘버13’은 로맨티시스트 과격 소심 여당 국회의원 리차드(임수형, 김경호 분)와 매력적인 야당 총재의 비서 제인(박새난, 변서윤 분)은 호텔방에 들어와서 만남의 기쁨을 나누려는 순간, 발코니 창문 옆에 엎드린 시체 자크베이커(황윤중, 김창섭 분)를 발견하게 된다. 자신들의 만남과 시체를 동시에 숨겨야 하는 미션 앞에 선 두 사람은 상상 이상의 이야기에 직면하게 된다.

‘룸넘버13’ 공연사진. 사진=콘텐츠플래닝 제공 <‘룸넘버13’ 공연사진. 사진=콘텐츠플래닝 제공>

처음부터 다 보고 있던 관객은 모두 알고 있고 새로 등장한 인물만 모르는 상황은 재미를 선사하는데, 리차드의 비서 조지피젠(손주황, 김영환 분), 제인의 남편 로니워싱턴(최수영, 우준혁 분), 리차드의 부인 파멜라(신보희, 김선영 분)가 차례로 등장할 때마다 관객들은 마치 그들에게 그간의 이야기를 요약해 설명해줘야 할 것 같은 마음이 들기도 한다.

호텔지배인 알렉한드로(강선호, 이승진 분)와 룸서비스 해럴드후크(한승렬, 현정철 분)는 결과적으로 볼 때 리차드와 제인, 조지피젠이 오해를 살만한 행동을 하도록 하는 인물들인데, 설득하는 자와 의심을 갖는 자의 관계는 마치 무대와 관객석의 관계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룸넘버13’ 공연사진. 사진=콘텐츠플래닝 제공 <‘룸넘버13’ 공연사진. 사진=콘텐츠플래닝 제공>

시체 역할을 한 황윤중의 움직임은 마치 마임 연기를 하는 듯했는데, 시체 같은 자신의 움직임에 관객들을 감정이입하게 만들었다는 점이 돋보였다. 임수형과 손주황은 옷이 젖고 찢어질 정도로 땀을 뻘뻘 흘리며 연기했는데, 스토리와 연기 모두 디테일에 강한 작품은 알고도 웃게 만드는 힘이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룸넘버13’은 공연을 보는 내내 어떻게 마무리될지, 반전은 또 어떻게 벌어질지 궁금해지는 작품이다.

◇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이 아니라, 처음 경험해 보는 강도의 움직임과 웃음, 상상 그 자체를 뛰어넘는 재미

‘룸넘버13’은 내가 이렇게 오래 크게 웃을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난생처음 경험하게 만든 작품이다. 연극과 배우는 관객들을 낄낄거리며 웃게도 하고 배를 잡고 웃게도 했는데, 박장대소라는 표현 그대로 관객석에서 큰 호응이 펼쳐졌다.

웃다가 눈물 나기, 울다가 옆 사람 때리기, 너무 웃겨서 발 구르기 등 관객이 표출할 수 있는 모든 웃음을 경험하게 하는 공연이었다. 주변 의식하지 않고 즐겁게 웃고 싶은 사람들에게 추천하는 작품이다.

‘룸넘버13’ 공연사진. 사진=콘텐츠플래닝 제공 <‘룸넘버13’ 공연사진. 사진=콘텐츠플래닝 제공>

◇ 공연 초반 관객들이 이해할 수 있을 만큼의 복잡함을 가지고 전개, 후반부 이해하지 않아도 지장 없는 수준으로 복잡함의 수위 조절

‘룸넘버13’은 공연 초반 관객들이 이해할 수 있을 만큼의 복잡함을 가지고 전개된다. 극 후반 더욱 복잡해지는데, 이해하지 못해도 혹은 이해하려고 하지 않아도 웃고 즐기는데 전혀 지장이 없는 복잡함으로 수위 조절을 한다는 점도 관객의 입장에서는 무척 긍정적이다.

한참 웃고 있는데 갑자기 복잡한 스토리텔링을 이해해야 하면 관객들은 웃음의 감정선상에서 흐름이 끊길 수도 있는데, ‘룸넘버13’은 이야기 구도와 배우들의 연기력이 그런 점을 사전에 방지하고 있다는 것도 눈에 띈다.

‘룸넘버13’ 공연사진. 사진=콘텐츠플래닝 제공 <‘룸넘버13’ 공연사진. 사진=콘텐츠플래닝 제공>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이야기가 후반에 너무 복잡해져 쉽게 이해가 가지 않으면 관객들은 대책 없고 속수무책인 상태에 놓일 수 있는데, 직관적이며 감각적, 즉각적으로 또 웃게 만들어 웃음의 감정선은 유지된다. 만약 ‘룸넘버13’과 같은 장르의 공연을 처음 봤다면, 처음 경험해 본 차원의 웃음일 수도 있다.

‘룸넘버13’을 실제 관람한 한 관객은 “크게 예상과 기대를 안 했어도 최고의 공연을 봤을 때의 짜릿함을 느꼈고, 관객의 한 사람으로서 최고의 공연을 통해 살면서 잊지 못 할 순간을 만들어준 배우들께 고마운 마음이다.”라고 하며, “이 두 시간의 격렬한 웃음으로 얼마나 많은 삶의 고단함이 날아갔는지, 한결 가벼워진 마음으로 내일을 살아갈 힘을 주었는지 배우들에게 전달하고 싶다.”라고 공연의 여운을 전했다.

‘룸넘버13’ 공연사진. 사진=콘텐츠플래닝 제공 <‘룸넘버13’ 공연사진. 사진=콘텐츠플래닝 제공>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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