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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뮤지컬] ‘레베카’ 누군가 사랑하면서 그 사람을 완벽하게 가질 수 없다면?

발행일 : 2017-08-11 13:22:24

‘완벽함을 넘어선 최고의 뮤지컬’이라는 부제를 가진 뮤지컬 ‘레베카’가 8월 10일부터 11월 12일까지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에서 공연 중이다. EMK뮤지컬컴퍼니가 제작한 이번 작품은 로버트 요한슨 연출, 제이미 맥다니엘 공동 연출 및 안무로 진행된다.

‘레베카’에서 레베카는 실제로 무대에 한 번도 등장하지 않으면서도 뮤지컬의 정서를 이끌고 있다는 점이 흥미로운데, 관객이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없는 존재가 주는 신비함과 호기심, 두려움 그리고 숨겨진 비밀은 인터미션 후에 이어지는 제2부 공연에서 더욱 찬란하게 펼쳐진다.

‘레베카’ 이지혜(나 역). 사진=EMK뮤지컬컴퍼니 제공 <‘레베카’ 이지혜(나 역). 사진=EMK뮤지컬컴퍼니 제공>

◇ 정서와 분위기 속으로 관객들을 한 번에 끌고 들어가는 뮤지컬

‘레베카’는 공연 시작을 알리는 안내 멘트에서 “음산하고 매력적인 저택”, “맨덜리 저택의 매력적인 이야기” 등 ‘매력’이 강조된다. 처음에는 표면적으로 상상되는 레베카의 매력에서 시작하는데, 막심 드 윈터(민영기, 정성화, 엄기준, 송창의 분)와 나(김금나, 이지혜, 루바 분)의 애틋한 마음과 사랑이 더욱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무대와 관객석이 점점 어두워지며 바로 물소리와 새소리가 들리는데, 맨덜리 저택이 바닷가에 있을 것이라는 상상을 하게 된다. ‘레베카’는 반투명막과 차단막을 이중으로 활용해 장면이 겹쳐지는 오버랩(overlap) 효과를 잘 살리는데, 반투명막 위에 영상으로 그림을 그려 분위기를 형성하기도 한다.

‘레베카’ 김선영(댄버스 부인 역). 사진=EMK뮤지컬컴퍼니 제공 <‘레베카’ 김선영(댄버스 부인 역). 사진=EMK뮤지컬컴퍼니 제공>

슬퍼 보이는 모습을 보인 막심과 나는 이 세상에서 혼자 있는 것 같다는 공통점이 있다. 뮤지컬 초반의 이런 정서는 두 사람이 만나서 마음을 열고 사랑하게 되는 개연성을 부여하면서, 후반에는 두 사람이 같은 방향으로 질주할 수 있게 만들어준다는 점도 주목된다.

뮤지컬 속 내가 막심의 집에 와서 인사할 때 음향효과처럼 천둥 치고 비 오는 소리가 들리고, 창밖에 비 내리는 영상이 표현됐는데, ‘레베카’는 등장인물의 정서를 서서히 쌓아가기도 하지만, 한 번에 몰입하게 만들기도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레베카’ 옥주현(댄버스 부인 역). 사진=EMK뮤지컬컴퍼니 제공 <‘레베카’ 옥주현(댄버스 부인 역). 사진=EMK뮤지컬컴퍼니 제공>

◇ 애드리브가 하나도 없는 듯 짜인 공연, 흔들며 변화를 줘 긴장을 이완한 김나윤

‘레베카’는 주요 배우 및 앙상블의 대사는 물론 행동과 움직임에도 애드리브 없이 촘촘하게 꽉 짜인 듯한 느낌을 준다. 무대와 소품, 음악, 영상, 안무까지 철저하게 계획된 대로 펼쳐지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제작진의 연출 스타일일 수도 있고, 철두철미하게 계획한 대로 행동했던 레베카의 정서를 뮤지컬 전반에 적용한 것일 수도 있다.

무대 회전을 통해 건물 내부와 외부의 전경이 바뀔 때, 바람이 심하게 분다는 것을 표현하기 위해 무대 양쪽에 두 개의 커튼이 내려왔다가 한 번의 흔들림 후에 바로 무대 위로 올라가는데, 장면 전환의 어색함을 없애고, 지나치게 여운을 남기지 않으면서도 뉘앙스를 확실하게 전달하는 똑똑한 무대 연출법이다.

‘레베카’ 김나윤(반 호퍼 부인 역). 사진=EMK뮤지컬컴퍼니 제공 <‘레베카’ 김나윤(반 호퍼 부인 역). 사진=EMK뮤지컬컴퍼니 제공>

레베카의 칼날 같은 미소를 뮤지컬 전반에서 펼치고 있기 때문에 관객들은 매우 긴장한 상태를 상당 시간 유지할 수도 있다. 이런 전체적 분위기 속에서 긴장을 풀어주는 거의 유일한 인물은 반 호퍼 부인(정영주, 김나윤 분)인데, 첫공에서 김나윤은 긴장된 관객의 마음을 풀어주면서 이끌어 열화와 같은 환호를 받았다.

김나윤이 관객들에게 미친 영향은 김나윤이 뮤지컬 넘버를 부를 후에도 알 수 있었고, 특히 커튼콜 때 김나윤이 등장할 때는 마치 메인 주인공이 마지막에 등장한 것처럼 관객들이 환호했다는 것으로 확인할 수도 있었다.

‘레베카’ 민영기(막심 드 윈터 역). 사진=EMK뮤지컬컴퍼니 제공 <‘레베카’ 민영기(막심 드 윈터 역). 사진=EMK뮤지컬컴퍼니 제공>

◇ 인터미션 후 제2부에서 ‘레베카’와 함께 질주한 정성화

정성화가 맡은 막심은 사랑꾼이지만 슬픔을 간직하고 있고, 내면에 화가 많이 축적된 인물이다. ‘레베카’ 제1부에서 막심 캐릭터 속 서로 다른 성향은 무언가 석연찮은 부분이 있다고 느껴질 수도 있는데, 제2부에서 뮤지컬과 함께 질주한 정성화는 그런 막심을 관객들이 이해하고 공감하며 응원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정성화에 대한 높은 기대심을 가지고 관람한 관객은 제1부에서 막심 캐릭터를 보고 정성화의 매력이 제대로 표출되지 않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었는데, 제2부에서의 넘버와 내면 연기는 “정성화는 정성화다.”라는 것을 확인하게 만들었다.

‘레베카’ 정성화(막심 드 윈터 역). 사진=EMK뮤지컬컴퍼니 제공 <‘레베카’ 정성화(막심 드 윈터 역). 사진=EMK뮤지컬컴퍼니 제공>

정성화는 이지혜에게 결혼하자고 말하고 그 말을 바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이지혜에게 “난 흰 바지 입고 농담 안 해.”라고 말해 관객들의 큰 웃음을 유발했다. 뮤지컬의 전체적 정서가 진지함과 날카로움이 아니었으면, 이런 웃음의 시간이 늘어났을 수도 있다.

◇ 상대가 얼마나 위대한지 모를 때 진심을 제대로 전달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이지혜

이지혜는 밝고 부드러우면서도 힘 있게 뮤지컬 넘버를 소화했다. 독창으로 노래 부를 때는 시원시원한 가창력을 발휘했다. 이지혜는 맑은 노래, 어색한 듯한 노래, 분위기 있는 노래를 모두 소화하면서 사랑스러움과 끌림을 떠올리게 했다.

‘레베카’ 김금나(나 역). 사진=EMK뮤지컬컴퍼니 제공 <‘레베카’ 김금나(나 역). 사진=EMK뮤지컬컴퍼니 제공>

상대가 얼마나 위대한 사람인지, 나와 얼마나 멀리 떨어진 세상에서 사는 사람인지 모를 때, 아무런 계산을 하지 않고 상대방을 진정으로 사랑할 수 있는지를 ‘레베카’에서 이지혜는 실감 나게 보여준다. 혼자 분위기 파악 못하는 모습을 통해 관객들의 안타까움과 응원을 동시에 받는 것도 눈에 띈다.

다른 배역들은 직선적 성향으로 캐릭터의 변화가 없다고 볼 수 있는데, 이지혜는 무겁지 않은 연기를 통해 반전을 선보인다. 무거운 분위기에서 무겁지 않은 연기를 조화롭게 펼칠 수 있다는 것이 돋보이는데, 튀지도 않고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해 과장하지도 않으면서 등장인물의 캐릭터를 제대로 전달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레베카’ 루나(나 역). 사진=EMK뮤지컬컴퍼니 제공 <‘레베카’ 루나(나 역). 사진=EMK뮤지컬컴퍼니 제공>

‘레베카’에서 이지혜가 소화한 나는 막심의 마음을 온전히 가질 수 없다고 생각해 상처를 받는다. 누군가 사랑하면서 그 사람을 완벽하게 가질 수 없다면 얼마나 마음이 아픈지 이지혜는 공감하게 만든다.

‘레베카’는 뮤지컬 넘버를 통한 갈등의 격발과 직면을 하게 만들기도 하는데 댄버스 부인(김선영, 신영숙, 옥주현 분) 역의 김선영과 이지혜의 이중창은 큰 박수와 환호를 받았고, 베아트리체(이정화, 류수화 분) 역 류수화와 이지혜의 이중창은 물론 정성화와의 사랑의 이중창에서도 뛰어난 호흡을 발휘했다.

‘레베카’에서 반전의 분위기를 만드는 핵심 인물은 ‘나’인데, 이지혜는 다른 배우들과 연기 및 노래의 케미, 독보적이면서도 이질적으로 느껴지지 않게 많든 캐릭터 소화, 밝은 에너지의 축적과 발산으로 뮤지컬을 살리고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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