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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영화] 제16회 미쟝센 단편영화제(4) ‘콜(CALL)’ 이강욱의 연기력이 개연성이다

발행일 : 2017-07-04 20:47:49

박지은 감독의 ‘콜(CALL)’은 제16회 미쟝센 단편영화제 4만번의 구타 부문에 진출한 단편영화이다. “사장님, 가슴으로 모시겠습니다.”라고 외치는 대리기사 강우(이강욱 분)가 개인콜을 뛰러 갔다가 살인범으로 의심되는 손님 상하(김희창 분)를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이다.

만약 이 작품이 단편소설이었다면, 눈치 백단의 서비스 정신을 겸비한 강우가 위험의 상황을 인지하지 못 했다는 점에 대해 개연성을 지적하는 독자들이 많았을 것이다. 그런데, 영화에서 이런 면을 영화적 아량으로 포용할 수 있는 이유는 이강욱의 연기력에 기인한다. 이강욱의 연기력이 개연성이다.

◇ 옵션이 있는 대리운전기사 캐릭터를 개연성 있게 표현한 이강욱의 표정 연기

‘콜’에서 대리운전기사는 대리운전만 하는 것이 아니라 인형 뽑기 대신해 원하는 인형 뽑아다 주기, 대리로 장보기 등을 단골손님들에게 옵션 서비스로 해준다. 영화 초반 강우 캐릭터는 서비스 정신으로 똘똘 뭉친 인물이다.

이런 강우를 표현하는 이강욱은 아이돌 느낌이 들기도 하는데, 행동과 외모 때문에 얄밉게 보일 수도 있고 멋있게 보일 수도 있다. 고급차 대리기사로 고품격의 행동을 하지만, 실은 단 돈 만 원을 차액으로 벌기 위해 어디든 달려가는 강우의 양면을 이강욱은 얄미울 정도로 잘 표현했다.

‘콜(CALL)’ 스틸사진. 사진=미쟝센 단편영화제 제공 <‘콜(CALL)’ 스틸사진. 사진=미쟝센 단편영화제 제공>

‘콜’에서 강우는 유한 듯 강한 듯한 모습을 번갈아 보여주는데, 한계상황에 갈 때까지 자신이 얼마나 위험에 빠졌는지 인지하지 못 한다. 관객들은 모두 알고 있는데 영화 속에서 눈치 빠른 강우는 한참 뒤에 가서야 알게 되는 것이다.

눈치 빠른 강우가 그런다는 것은 개연성 없는 억지 설정처럼 보일 수도 있는데, 모두 채우면서도 어딘가 비어있는 강우를 표현한 이강욱의 연기력이 가장 큰 개연성이라고 할 수 있다.

‘콜’은 이강욱이 다양한 곳에서 쓰일 수 있는 배우라는 것을 보여준 작품이다. 관객의 성향에 따라서 ‘콜’에서 이강욱을 멋지게 바라보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얄밉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인데 얄밉지만 싫거나 거부감이 들지 않게 연기의 수위를 조절했다는 점은 기억할 필요가 있다.

극한의 상황에 처했을 때 나는 어떤 행동을 할 것인가? 강우가 처음부터 극한의 상황을 알아채고 대처했으면 관객들은 강우의 정서를 따라갈 수는 있었겠지만 생각할 시간을 오래 가지지는 못했을 것이다. 이강욱은 이런 면까지 생각하며 연기를 했을까, 감각적으로 구현한 것일까 호기심이 생긴다.

◇ 카 체이싱, 격투 장면 등 거친 연출도 멋지게 수행한 박지은 감독

‘콜’에서 박지은 감독은 늘 예측대로 되지 않는 상황에서의 미성숙한 선택과 그에 따른 몸부림을 표현하려고 했다고 제16회 미쟝센 단편영화제 GV(Guest Visit; 관객과의 대화)에서 말했다. 연출 의도를 “뜻대로 되는 게 없는 세상. 살아남고 싶었던 욕망.”이라고 밝힌 바와 일맥상통한다.

‘콜’은 카 체이싱과 격투 장면 등 과격한 장면이 나오고, 정서도 안정되지 않고 에너지도 어느 선 이상에서 떠 있는 상태에서 진행된다. 이런 거친 이야기를 멋지게 연출로 표현한 박지은 감독의 시야는 마치 장편 상업영화를 몇 편 찍은 감독같이 느껴지게 만든다. 감독의 힘이었을까, 다른 스태프들의 절대적인 도움 덕분이었을까? 박지은 감독의 차기 작품이 더욱 궁금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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