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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드라마] ‘비밀의 숲’(5) 대화, 독백, 회상의 반복을 통한 추리와 감정 축적

발행일 : 2017-06-25 11:23:28

tvN 토일드라마 ‘비밀의 숲’ 제5화는 이전에 용의자로 의심되던 사람들뿐만 아니라 더 많은 사람들이 용의자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었다.

‘셜록 홈스’를 능가할 정도의 탐정 추리극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촘촘한 암시와 복선을 깔면서 진행되는데, 독자가 언제든 멈춰 서서 충분히 파악하고 음미하면서 다음 페이지로 넘어갈 수 있는 소설이 아닌, 정해진 시간 내 정해진 장면을 봐야만 하는 본방사수 시청자들의 입장에서 볼 때는 다소 어렵게 느껴질 수 있고, 또한 전개가 답답하다고 생각될 수도 있다.

‘비밀의 숲’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비밀의 숲’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이런 복잡함이 몇 화 동안 계속된다면, 촘촘한 진행에 대한 칭찬보다는 사이다 전개를 바라는 시청자들의 욕구가 더 커질 수도 있다. ‘비밀의 숲’은 사전제작 드라마이고 방송이 진행될 때 드라마 후반부 방송분의 후반작업만 남아있기 때문에, 시청자들의 욕구가 반영될 가능성은 그리 많지 않다. 유종의 미를 거둘 것인가, 사전제작의 덫에 걸려들 것인가, 지켜봐야 한다.

◇ 주인공이면서 멀티역을 소화하는 조승우, 구체적으로 상상하기

‘비밀의 숲’에서 조승우는 감정을 잃고 이성으로만 세상을 보는, 서부지검 검사3부의 황시목 형사를 맡아 열연을 펼치고 있다. 그런데, 잘 보면 조승우는 1인 1역을 소화하는 것이 아니다.

‘비밀의 숲’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비밀의 숲’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조승우는 다른 사람들이 했던 행동을 디테일까지 상상하며 재현한다. 이때 조승우는 독백을 통해 그 상황 속으로 들어가 분석하며, 조승우의 상상과 분석은 다른 사람의 자리에 조승우가 들어가서 대신 행동하는 것을 보여주면서 진행된다.

조승우는 황시목 역 외에도 내레이터와 멀티역을 같이 소화하는 것이다. ‘비밀의 숲’이 드라마 또는 영화가 아니라 연극, 뮤지컬 등의 무대 공연이었다면 내레이터 역할까지는 가능했을 수도 있겠지만, 멀티역을 소화하기는 쉽지 않았을 수도 있다.

‘비밀의 숲’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비밀의 숲’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이 경우 황시목 캐릭터가 얼마나 자기감정에 상처받지 않고 다른 사람의 입장으로 들어갈 수 있는지 제대로 표현하지 못 했을 수도 있다. 만약 소설로 표현했으면, 조승우의 가정이라는 것을 표현하기 위해 구구절절한 설명이 사족처럼 붙었을 수도 있다.

이런 면에서 살펴보면, ‘비밀의 숲’은 드라마라는 장르적 특징을 잘 살리고 있는 것이다. 작품이 흥행한 후 다른 장르로 전환, 추가 개발하려고 기획하는 경우 원작품의 흥행이 작품 자체의 힘이었는지 장르적 혜택이었는지 살펴봐야 한다는 것을 ‘비밀의 숲’은 생각하게 만든다.

‘비밀의 숲’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비밀의 숲’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 시청자들이 이해하지 못 했을 것 같은 장면들의 반복, 조승우와 배두나의 대화를 통해 혹은 조승우의 독백과 회상을 통해 반복되며 쌓아가는 추리와 감정의 축적

조승우와 배두나(한여진 역)의 대화는 사건 해결을 위한 스토리텔링임과 동시에 시청자들에게 지금 드라마가 어떻게 흘러가고 있다는 것을 친절하게 설명해주고 있는 토크로 보인다.

조승우의 독백과 회상 또한 사건 전개를 위한 것임과 동시에 시청자들에게 사건을 분석하고 설명해주기 위한 역할도 하고 있다. 시청자들끼리 추정하며 토론할 만한 내용들을 ‘비밀의 숲’은 대화와 독백, 회상 장면을 통해 보여주고 있는데, 워낙 복잡한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에 이런 친절한 뒷받침이 없었으면 어려워서 더 이상 따라가지 않는 시청자들도 생길 수 있다.

‘비밀의 숲’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비밀의 숲’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반면에, 친절한 부연 설명은 복잡한 암시 및 복선과 상승 작용을 일으켜 본방사수한 시청자들에게 ‘비밀의 숲’을 두 번, 세 번 반복해 보도록 만든다. 지금까지의 방송으로 볼 때 ‘비밀의 숲’ 시청에는 진입장벽이 존재하지만, 일단 진입한 후에는 강한 충성도를 유지하게 만든다는 점도 눈에 띈다.

‘두고 간 노트북, 일부러 묻혀 놓은 피, 그 밑에 묻은 개’ 등 일부러 흘리고 있다는 느낌을 주는 단서들이 조승우에게 보내는 메시지인지, 원한이 있거나 뒤집어씌우기 위한 계락인지 앞으로의 전개가 궁금해진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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