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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뮤지컬] ‘인터뷰’(2) 한 명의 등장인물/인격으로 등장한 피아노, 백그라운드뮤직의 역할은 조명이

발행일 : 2017-06-09 11:47:02

백그라운드뮤직(background music; BGM)은 음악 자체를 전달하기보다는 환경과 분위기를 형성하는 음악이다. 말 그대로 배경이 되는 음악으로, 관객은 음악이 들리고 있다는 것 자체를 특별히 인식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들려야 하는 음악이다.

그런데, ㈜더블케이필름앤씨어터 제작, 총괄프로듀서 김수로, 김민종, 작/연출 추정화, 작곡/음악감독 허수현이 만든 뮤지컬 ‘인터뷰’에서는 1대의 피아노만 무대 한쪽 끝에서 라이브로 연주된다.

‘인터뷰’ 민경아(조안 시니어 역). 사진=더블케이필름앤씨어터, 창작컴퍼니다 제공 <‘인터뷰’ 민경아(조안 시니어 역). 사진=더블케이필름앤씨어터, 창작컴퍼니다 제공>

다른 연주 세션 없이 홀로 연주하는 피아노는 하나의 등장인물, 하나의 인격처럼 다른 어떤 등장인물들보다 강하게 무대 위에서 질주한다. ‘인터뷰’에서 피아노는 뮤지컬의 노래인 뮤지컬 넘버(musical number)를 부르기 위해 반주를 하는데 그치지 않고 적극적으로 무대에 참여한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는다.

그렇다면, 배경과 환경, 정서와 분위기를 만드는 백그라운드뮤직이 ‘인터뷰’에는 필요 없는 것일까? 흥미롭게도 그런 역할은 조명이 담당한다. 무대 전면에서 화려하게 장면을 전환하고 부각하기보다는 무대를 백업하고 있다는 느낌을 조명에 신경 써서 관람하면 받을 수 있다.

‘인터뷰’ 김다혜(조안 시니어 역). 사진=더블케이필름앤씨어터, 창작컴퍼니다 제공 <‘인터뷰’ 김다혜(조안 시니어 역). 사진=더블케이필름앤씨어터, 창작컴퍼니다 제공>

◇ 피아니스트 강수영의 몰입한 연주, 무대 위로 질주하는 피아노 소리

‘인터뷰’에서 유진 킴(이건명, 민영기, 박건형, 강필석, 임병근 분), 싱클레어 고든(이지훈, 김재범, 김경수, 이용규, 고은성 분), 조안 시니어(민경아, 김다혜, 김주연, 임소윤 분)는 모두 멀티캐스팅인데, 피아니스트 강수영은 모든 공연에서 혼자 연주한다. 같은 개념으로 말하자면 강수영은 원캐스팅인 것이다.

‘인터뷰’는 피아노 1대의 라이브 연주로 진행되는데, 연주는 세션이 나눠하지 않고 피아니스트 1명이 모두 커버한다. 무대 위에서 보이지 않게 존재감을 발휘하는 것은 피아니스트라고 볼 수도 있지만 더 정확히 말하면 피아노가 무대에 감정이입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인터뷰’ 김주연(조안 시니어 역). 사진=더블케이필름앤씨어터, 창작컴퍼니다 제공 <‘인터뷰’ 김주연(조안 시니어 역). 사진=더블케이필름앤씨어터, 창작컴퍼니다 제공>

피아니스트의 예술혼뿐만 아니라 피아노 소리도 무대에 깊고 진하게 몰입돼 있다. 연주하는 모습이 연기하는 모습처럼 보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피아노 소리 자체가 무대 위 배우처럼 느껴진다. 혹은 내면에서 튀어나온 이름 모를 또 다른 인격처럼 생각되기도 한다.

‘인터뷰’의 무대는 유진 킴과 싱클레어 고든이 주로 등장하는 2인극이다가 조안 시니어가 함께 하는 3인극으로 진행하기도 한다고 보인다. 그런데, 질주하는 피아노 소리에 집중하여 감정의 파도를 같이 타고 나가면, 2인극처럼 보일 때는 피아노 소리가 함께 한 3인극이고, 3인극처럼 보일 때는 피아노 소리가 함께 한 4인극이라고 생각되기도 한다.

‘인터뷰’ 임소윤(조안 시니어 역). 사진=더블케이필름앤씨어터, 창작컴퍼니다 제공 <‘인터뷰’ 임소윤(조안 시니어 역). 사진=더블케이필름앤씨어터, 창작컴퍼니다 제공>

같은 느낌으로 독창의 뮤지컬 넘버를 부를 때도 피아노 소리와 독창의 2중창처럼 생각되기도 한다. 창작뮤지컬로서의 ‘인터뷰’의 장점 중의 하나는 넘버의 가사전달력인데, 필자가 관람한 회차의 싱클레어 고든 역의 김경수는 특히 뛰어난 가사전달력을 보여줬다.

다양한 인격의 다양한 목소리로 변화를 줘 표현하면서도 가사전달력을 유지한다는 것은 관객들을 더욱 뮤지컬에 몰입하게 만듦과 동시에 몰입된 관객이 빠져나오지 않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관객들이 감정선을 그대로 이어가면서 감정이입할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인터뷰’ 이용규(싱클레어 고든 역). 사진=더블케이필름앤씨어터, 창작컴퍼니다 제공 <‘인터뷰’ 이용규(싱클레어 고든 역). 사진=더블케이필름앤씨어터, 창작컴퍼니다 제공>

◇ 백그라운드뮤직처럼, 티 내지 않으면서도 효율적으로 분위기를 전환하게 정서를 쌓아가도록 만든 조명

‘인터뷰’에서 피아노는 등장인물과 경쟁하지 않는다. 이기려고 하지도 않고, 앞서 나가려고 하지도 않는다. 마차를 같이 끄는 여러 말처럼 피아노는 등장인물과 같은 속도로 질주한다. 그럼 같은 속도로 질주하는 음악 대신, ‘인터뷰’에서 배경과 분위기를 만드는 요소는 무엇일까?

‘인터뷰’에서 조명은 마치 마치 BGM처럼, 티 내지 않으면서 분위기 전환한다는 점이 주목된다. 큰 무대 전환이 이뤄지지 않는 공연의 경우 조명은 더욱 적극적으로 무대에 참여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인터뷰’에서 조명은 전면에 나설 때도 있지만 무대의 강약조절, 완급조절의 역할을 하기도 한다는 점이 흥미롭다.

‘인터뷰’ 고은성(싱클레어 고든 역). 사진=더블케이필름앤씨어터, 창작컴퍼니다 제공 <‘인터뷰’ 고은성(싱클레어 고든 역). 사진=더블케이필름앤씨어터, 창작컴퍼니다 제공>

‘인터뷰’에서 조명의 이런 역할은 상업 영화에서 반차단막 또는 반반차닥막을 통해 간접조명을 했을 때 내는 효과와 비슷한 뉘앙스를 무대에서 만들어냈는데, 제작진의 의도이든 아니든지 간에 작품 전체의 완성도를 높이는데 큰 역할을 한다는 점은 의미 있게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인터뷰’가 전례 없는 해외 러브콜을 받는 것은 소재와 스토리텔링의 힘이 우선적으로 작용했겠지만, 설정과 디테일이 빈 공간을 아름답게 채우고 있다는 점 또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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