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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인터뷰] 염현준! 스쳐지나가는 것만으로 무대의 설렘을 느끼게 만드는 바리톤

발행일 : 2017-06-06 13:02:55

관객석 뒤편에서 한 사람이 범상치 않은 기운을 내뿜으며 등장한다. 이어서 들리는 관객석부터 무대를 모두 감싸는 바리톤의 음성. 소리가 나는 쪽으로 고개를 살짝 돌리면 한껏 멋을 낸 한 남자가 무대의 설렘을 느끼게 하며 통로를 지나간다. 대한민국오페라대상 시상식에서 축하공연을 했던 바리톤 염현준이다.

염현준은 6월 1일부터 18일까지 제주 전역에서 열리는 제10회 제주 해비치 아트 페스티벌에서 더뮤즈오페라단의 창작뮤지컬 ‘배비장전’의 하이라이트를 초청작으로 공연한다. 제주에서 만나는 배비장 염현준이 궁금하다.

바리톤 염현준. 사진=염현준 제공 <바리톤 염현준. 사진=염현준 제공>

이하 바리톤 염현준과의 일문일답

◇ 진하게 감성을 파고드는 바리톤 염현준, 그는 누구인가?

- 염현준 선생님!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바리톤 염현준입니다. 저는 1980년 서울 출생으로 성악은 고등학교 때 처음 시작했습니다. 어려서부터 음악 선생님이신 어머니의 영향으로 노래하는 걸 좋아했었고, 고등학교 재학 시절 중창반 선배님의 권유로 처음 성악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서울대학교 성악과 졸업 후 도독하여 독일 만하임 국립 음악대학에서 석사 및 최고 연주자 과정을 졸업했으며, 그 후 독일 뤼벡 국립 음악대학에서 Opernstudio Maester 과정을 졸업했고, 뤼벡 국립 오페라 극장에서 앙상블로 근무했습니다.

바리톤 염현준. 사진=염현준 제공 <바리톤 염현준. 사진=염현준 제공>

- 독일에서 계속 활동하셨나요?
그 후 한국으로 귀국했습니다. 2012년 귀국독창회를 시작으로 오페라 ‘La traviata’, ‘Rigoletto’, ‘Cosi fan tutte’ 등 전통 오페라와 ‘모다 아름다운’, ‘봄봄’, ‘배비장전’, ‘안드레아 김대건’ 등 창작오페라의 주역을 맡았으며, 슈베르트 협회, 바로크와 현대음악 협회, Lieder Reich 등의 협회에서 정기 연주회 및 수많은 가곡 연주회를 가졌습니다. 현재 서울대학교와 서울교육대학교에 출강하며 후학을 양성하고 있습니다.

오페라 ‘Cosi fan tutte’ 바리톤 염현준(돈 알폰소 역). 사진=염현준 제공 <오페라 ‘Cosi fan tutte’ 바리톤 염현준(돈 알폰소 역). 사진=염현준 제공>

◇ 칭송받는 가창력을 더욱 빛나게 하는 뛰어난 연기력과 무대매너를 가진 염현준

- 염 선생님은 칭송받는 가창력으로도 각광 받지만, 뮤지컬 배우, 연극 배우 이상으로 뛰어난 연기력과 무대 매너로 관객들을 열광하게 만드십니다. 염 선생님이 생각하는 오페라에서의 노래와 연기 철학에 대해 알려주세요.

헉... 칭송받는 가창력이라... 과찬이십니다...(하하하) 그냥 열심히 최선을 다하는 거죠. 언젠간 각광받는 성악가가 되고 싶네요. 노래와 연기 철학이라... 굉장히 말하기 어렵고 쑥스러운 질문이네요.

그렇게 거창하지는 않고요, 오페라란 가창력이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 생각합니다. 좋은 음악적 표현을 위해 꾸준히 노력한 발성과 소리를 청중에게 전달하는 일은 성악가라면 당연히 해야 하는 과정이라 생각하니까요.

오페라 ‘나비부인’ 바리톤 염현준(곤조 역). 사진=염현준 제공 <오페라 ‘나비부인’ 바리톤 염현준(곤조 역). 사진=염현준 제공>

- 구체적으로 풀어서 설명 부탁드립니다.
음악적인 부분이 성악가에게는 기본 덕목이라면, 그 이 외에 제가 생각하는 오페라란 청중, 아니 극을 보고 듣는 관객과의 소통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혼자 음악적으로 발성을 잘하고 노래를 잘한다고 해서 관객이 없는 공연은 결국 자기만족에 불과하니까요.

그러기 위해 오페라란 음악과 함께 관객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노래뿐만 아니라 그에 맞는 연기로 표현하는 것이 더 좋은 무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떻게 하면 극중 캐릭터의 마음과 상황을 관객들이 잘 이해할 수 있을까? 극을 관객 자신의 삶과 비교하면서 그 극에 집중할 수 있게끔 해주는 게 오페라 성악가가 해야 할 일이라 생각합니다. 조금 더 뛰어다니고 조금 더 표현하면 바빠지는 건 제 몸이니까요, 살도 빠지고 좋죠.

창작오페라 '봄봄' 바리톤 염현준(오영감 역). 사진=염현준 제공 <창작오페라 '봄봄' 바리톤 염현준(오영감 역). 사진=염현준 제공>

◇ 만능 엔터테이너 염현준, 무대 밖에서도 누리는 인기의 비결은?

- 사석이나 회식 자리에서 만나면 코미디언이나 행사 전문 MC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모든 사람들을 재미있게 들었다 놨다 하시는데, 염 선생님의 내면에 또 다른 무엇이 들어있는지 궁금합니다.

하하하, 코미디언이라뇨, 그런 이야기 종종 들었습니다. 어릴 적 제 성격은 소심하고 말도 잘 못하는 내성적인 아이였습니다. 어릴 때 반장 선거 하면 짝꿍이 제 이름 추천해주고, 나가서 사퇴한다고 하고, 결국 한 표 나오는 그런 아이?? 물론 제가 제 이름을 쓰지는 않았지만요.

그러다 중학교 때 이러면 너무 억울한 것 같아 처음으로 선거 때 제 이야기를 했습니다. “저는 반장하고 싶지 않습니다. 하지만 제가 제 이름 쓸 겁니다. 한 표 받기 싫으니까요.”라고 발표한 뒤 갑자기 반장이 됐습니다. 그러면서 제 자신을 표현하는 법을 배웠지요. 그 뒤로 조금씩 자신감이 생기면서 점점 밝은 성격을 가지게 됐습니다. 성악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되면서 낙천적인 성격도 가지게 된 것 같습니다.

오페라 ‘세비야의 이발사’ 바리톤 염현준(바르톨로 역). 사진=염현준 제공 <오페라 ‘세비야의 이발사’ 바리톤 염현준(바르톨로 역). 사진=염현준 제공>

- 염 선생님의 농담은 다른 사람의 대화의 끝을 이어가면서 얕고 부드럽게 연결되기도 하지만, 순간적으로 깊게 들어갔다가 다시 원위치로 빠져 나오기도 합니다. 보통 그냥 웃기기만 한 사람은 그 자리에서는 좋지만 지나고 나면 여운이 없는데, 염 선생님은 농담 자체로 긴 여운을 줍니다. 외적으로는 밝고 유쾌한 분으로 보이지만, 내면에 얼마나 깊은 성찰과 노력이 내재돼 그런 내공이 나오는지 궁금합니다.

노래를 잘하는 편이 아니라 그냥 꾸준히 수많은 콩쿠르와 오디션에 떨어지면서 “그래 그게 당연한 거지, 다음에 기회가 또 있겠지, 다른 사람 노래 정말 잘하네.”라는 생각으로 지내왔으니까요. 상대방이 부러워 질투하기보다는 나 자신의 처지를 빠르게 이해하고 정진했습니다.

재미있는 건 살아오면서 이런저런 시련들이 나중에 즐거운 에피소드가 돼 그런 것 같아요. 유학시절 집에 불이 나기도 하고, 여권을 다른 나라에 두고 오기도 하고, 별의 별 일들이 많았거든요. 누구나가 겪는 일이고 인생은 원래 힘든 거니까 그냥 즐기면서 살자는 생각이 지금의 저를 만든 것 같습니다.

오페라 ‘세비야의 이발사’ 바리톤 염현준(바르톨로 역). 사진=염현준 제공 <오페라 ‘세비야의 이발사’ 바리톤 염현준(바르톨로 역). 사진=염현준 제공>

◇ 열정이 넘치는 염현준, 무대 밖 다른 영역에서는 어떤 꿈을 가지고 있을까?

- 오페라 무대가 아닌 갈라 콘서트의 사회, 해설이 있는 오페라에서의 해설자 등으로도 뛰어난 역량을 발휘하시리라 기대됩니다. 라디오 DJ하시면 얼마나 재미있을까 상상해보기도 합니다. 염 선생님의 꿈과 그 이외에 또 하고 싶은 다양한 분야는 무엇일까요?

오페라 무대는 저에게 정말 많은 것은 배우게 하고 느끼게 하는 무대인 것 같습니다. 물론 다른 연주나 해설자도 즐겁게 할 수 있을 것 같지만, 그래도 저는 아직 무대가 좋은 것 같습니다. 라디오 DJ라, 좋은 경험이 될 것 같고 또 많은 것을 배우겠지만 아직은 제 꿈은 무대에서 계속 노래하는 것입니다. 다양한 오페라에서 다양한 역할과 관객들과 소통하고 만나는 게 즐겁습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순간은 오페라가 끝나고 커튼콜 할 때, 제 차례에 등장하는 순간 관객들의 박수소리를 받는 게 정말 좋습니다. 한 달, 또는 두 달 이상의 땀과 노력을 보상 받는 기분이거든요. 그 순간만큼은 극중 캐릭터가 아닌 성악가 염현준으로 박수 받는 것이니까요.

창작오페라 ‘모다 아름다운’ 바리톤 염현준(호랑이 역). 사진=염현준 제공 <창작오페라 ‘모다 아름다운’ 바리톤 염현준(호랑이 역). 사진=염현준 제공>

또한 아리아나 가곡 노래를 마치고 관객의 박수가 나오기 전 0.5초에 1초의 정적이 좋습니다. 그 정적 속에 많은 것이 담겨져 있는 것 같아요. 관객과의 밀당이라고 할까요? 제 감정이 정리되기 전까지는 같은 감정으로 노래를 듣고 있다가 감정이 풀리면 박수가 나오는 사이의 정적은 뭐라 말로 표현할 수 없이 즐겁고 뿌듯합니다.

물론 더 나이가 들어 찾는 관객이 없어지고 노래를 할 수 없게 된다면 다른 분야를 찾아봐야겠지만 아직은 무대가 정말 좋습니다.

창작오페라 ‘안드레아 김대건’ 바리톤 염현준(김제준 역). 사진=염현준 제공 <창작오페라 ‘안드레아 김대건’ 바리톤 염현준(김제준 역). 사진=염현준 제공>

◇ 제주도의 배비장, 제주도에 배비장 역으로 찾아간 염현준

- 제10회 제주 해비치 아트 페스티벌에 ‘배비장전’의 일부를 공연한다고 들었습니다. 전막이 아닌 일부를 공연하시는데, 주어진 시간 동안 어떻게 배비장의 매력, 염현준의 매력을 발산하실지 궁금합니다.

오페라 ‘배비장전’을 처음부터 끝까지 공연한다면 배비장의 성격이나 매력이 다 나올 것이지만, 일부 공연이니만큼 배비장의 애랑을 향한 마음을 더 표현하려고 합니다. 이번 배비장은 조금 더 어린, 그래서 불같은 사랑에 현혹되는 비록 양반이지만 사랑 앞에서는 머슴이 될 수도 있는 캐릭터로 연기하고 노래하려 합니다.

나이가 어느 정도 있는 양반이면 체면과 체통을 생각할 테지만 이번 배비장은 양반의 위엄보다는 사랑에 빠져 어쩔 줄 몰라 방자에게 고민은 털어놓으며 매달리는 가벼운 양반을 표현하려 합니다. 비록 일부를 공연하지만 창작오페라만의 즐거움을 보여드릴 것이며, 배비장만의 독특하고 즐거운 매력을 보여드리겠습니다.

창작오페라 ‘배비장전’ 바리톤 염현준(배비장 역). 사진=염현준 제공 <창작오페라 ‘배비장전’ 바리톤 염현준(배비장 역). 사진=염현준 제공>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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