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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오페라] 국립오페라단 ‘진주조개잡이’(2) 조건과 제약은 사랑의 마음을 억제할 것인가? 애뜻한 마음을 더욱 낭만적으로 키울 것인가?

발행일 : 2017-06-05 22:59:28

◇ 커튼 뒤에서 실루엣으로 안무를 하는 무용수들, 관객들과는 다른 시야로 바라보는 무대 위의 등장인물들

국립오페라단의 ‘진주조개잡이(Les Pecheurs de Perles)’에서 아름답지만 구슬픈 서곡이 연주된 후 막이 오르면, 무대 위 커튼 뒤에서 세 명의 무용수는 실루엣으로 춤을 추는데, 영상이 함께 한다.

관객들은 무용수들의 모습을 직접 마주하지 못하고 실루엣과 영상을 통해 2차원적 평면으로 보게 되는 것과 다른 시야로, 무대 위 100명에 가까운 등장인물들은 가까운 곳에서 무용수들이 입체적으로 춤추는 모습을 지켜보게 된다.

‘진주조개잡이’ 공연사진. 사진=국립오페라단 제공 <‘진주조개잡이’ 공연사진. 사진=국립오페라단 제공>

시간을 고정해 생각한다면, 무대 위 등장인물들이 3차원으로 바라보는 모습을 관객석에서는 2차원으로 바라보게 되는 것인데, 마치 미적분학 수학시간처럼 커튼에 투사한다는 특정 조건을 넣어 실제 장면을 미분한 장면을 라이브로 관람하는 것이다.

의도적인 왜곡과 변형 및 영상의 가미는 ‘진주조개잡이’가 가진 우정과 사랑의 이야기가 어떤 시점, 어떤 인물의 관점에 따라 단편적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것을 무척 상징적으로, 이미지적으로 표현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처음 ‘진주조개잡이’를 관람하는 관객의 경우 이런 점을 바로 알기는 쉽지 않을 수 있다.

‘진주조개잡이’ 공연사진. 사진=국립오페라단 제공 <‘진주조개잡이’ 공연사진. 사진=국립오페라단 제공>

◇ 사랑하면 안 되는 사람을 사랑한 선택한 이들, 조건과 제약은 사랑의 마음을 억제할 것인가? 애틋한 마음을 낭만적으로 키울 것인가?

‘진주조개잡이’에서 여사제 레일라(소프라노 최윤정 분)는 정절을 지킬 것과 신실한 기도를 올릴 것을 부족장 주르가(바리톤 김동원 분)으로부터 요청받는다.

나디르(테너 헤수스 레온 분)를 사랑하면서도 기도를 올리는 일을 해야 하는 레일라는 나디르를 그리워하는 마음을 기도라는 자신의 일을 하면서 절제하거나 감내하며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진주조개잡이’ 공연사진. 사진=국립오페라단 제공 <‘진주조개잡이’ 공연사진. 사진=국립오페라단 제공>

그런데, 나디르는 레일라를 오롯이 그리워하는 시간을 보낸다. 레일라가 있는 곳으로 가지 않겠다고, 영원히 침묵하겠다고 결심했던 나디르는 운명 같은 끌림과 만남을 뿌리치지 못한다.

나디르와 레일라의 모습을 보면 조건과 제약이 사랑의 마음을 억제할 것인지, 아니면 마음을 더욱 애틋하게 만들어 낭만적이고 진지하게 키우게 되는지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진주조개잡이’ 공연사진. 사진=국립오페라단 제공 <‘진주조개잡이’ 공연사진. 사진=국립오페라단 제공>

이런 갈등 속에서의 등장인물의 선택은 무척 진하게 관객들의 내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비제가 ‘진주조개잡이’의 아리아를 좀 더 원초적이고 감각적으로 만들었으면 어땠을까 생각하게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헤수스 레온이 무대 밖 백스테이지에서 부른 아리아가 더욱 맑고 낭만적으로 들렸다는 점은 흥미롭다. 제약이 있는 사랑과 같은 뉘앙스가 이때 전달됐다. ‘진주조개잡이’가 일관된 감정선을 끝까지 지키고 있다는 것을 관객들은 느낄 수도 있다.

‘진주조개잡이’ 공연사진. 사진=국립오페라단 제공 <‘진주조개잡이’ 공연사진. 사진=국립오페라단 제공>

‘진주조개잡이’는 군중심리를 잘 드러낸 작품이라고 볼 수 있다. 오페라 속 군중들은 순식간에 심리가 같이 바뀌는데 실제 여론이 순식간에 바뀌는 것과 유사하다. 카르멘식으로 ‘진주조개잡이’가 각색된다면 이런 묘미도 더욱 생생하게 다가올 것으로 기대된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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